(당시 현장이 너무나 참혹하고 위급하여 차마 사진이나 영상을 남길 수 없었습니다. 오롯이 제 목격 내용과 심경만 글로 전달해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어린이대공원 사거리 교통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배달라이더입니다. 현장에서 느꼈던 충격과 제 생각을 전달드리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뉴스에서는 11시 50분경 사고가 났다고 했지만, 제가 그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51분쯤이었습니다. 오토바이 기사님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계신 모습을 보았고, 처음에는 단순히 급하게 운전하시다 사고가 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처참한 광경을 보는 순간 "저게 조만간 내 모습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극심한 공포와 트라우마가 밀려왔습니다.

도로에는 피가 흥건했고, 코를 찌르던 강한 철분 냄새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다리에는 뼈까지 튀어나와 있었는데, 아직 20대인 저로서는 사람 뼈를 눈앞에서 직접 본 것이 살면서 처음이었습니다.

배달을 마치고 약 10분 뒤 다시 그 장소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구급차와 소방차가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고, 군자역 방향 1차로에 택시 한 대가 역방향으로 서 있었습니다. 뒷모습을 보니 완전히 반파되어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서 약 100m쯤 더 가보니 검은색 SUV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진 채 갓길에 서 있었고, 그 차 앞에 파손된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왜 사고 장소에서 100m나 떨어져 있는지 처음엔 이해가 안 됐지만, 그 승용차가 오토바이와 택시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급 침대에 누워 계신 라이더님의 얼굴 위로 천이 덮여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숨이 붙어 있었다면 바로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을 텐데, 천이 덮인 것을 보고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뉴스를 통해 그 SUV 운전자가 90대였다는 사실을 접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만약 뉴스 기사로만 이 사건을 접했다면 몇 초 욕하고 넘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장의 냄새와 모습을 직접 본 이상 도저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라이더님이 부디 숨이 붙어 살아있기만을 바랐습니다.

비록 겁이 나서 직접 나서서 돕지는 못했지만, 망설임 없이 도로로 뛰어나와 심폐소생술을 하던 시민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텐데, 긴박한 상황에서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준 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자리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저 역시 공포에 짓눌려 버릴 것만 같아 멀리서 발만 동동 굴렀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유족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더 이상 도로 위에서 무고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법과 제도가 실질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시 몇만 원짜리 교통카드 쥐여주는 실효성 없는 정책 말고,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비상자동제동(AEB) 시스템이나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장치를 의무화하든가 해서 시스템적으로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