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1년이 지났습니다. 딸아이의 죽음 앞에 어미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들과 학교의 책임을 묻는 것뿐이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2016년 여름에 시작한 소송이 어언 10년째입니다.
6년 가까운 1심 재판 끝에 단 1명에게만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을 때, 저는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판단을 받아보고자 권경애 변호사에게 추가 수임료까지 지급하며 2심 재판을 맡겼습니다. 그때 저는 변호사에게 항소심 재판이 열리면 제 눈으로 직접 봐야겠으니 제가 꼭 법정에 나가겠다고, 기일을 반드시 알려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러나 권경애 변호사는 저에게 재판 날짜를 단 한 번도 알려주지 않은 채 1차, 2차 변론기일에 잇따라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 사실을 저에게 숨긴 채 저 몰래 기일지정신청서를 내서 법이 보장한 단 한 번뿐인 구제 기회마저 제멋대로 써버렸고, 그렇게 열린 3차 변론기일에까지 나타나지 않아 주원이의 재판을 ‘항소취하간주’로 끝나버리게 만들었습니다. 1심에서 유일하게 일부 승소했던 가해자 측에 대해서도 권경애가 불출석한 사이에 패소 판결이 선고되었고, 판결문을 송달받고도 저에게 알리지 않아 상고 한 번 못 해보고 패소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4개월 넘게 입 꾹 다물고 숨겼습니다.
뒤늦게 이 기막힌 사실을 알고 주원이의 재판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새로 선임한 이재성 변호사님과 함께 법원의 문을 다시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유감스럽다, 원고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현행 법 조문상 어쩔 수 없다며 재판이 이미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게다가 재판을 다시 열어달라고 신청하면서 생긴 소송비용까지 저더러 물어내라고 판결했습니다. 변호사가 고의로 소송을 말아먹었는데 그 결과를 왜 피해자 어미가 전부 떠안아야 하느냐고 법정에서 울부짖었지만 재판부는 끝내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지막 희망을 안고 지난 26년 7월 9일 대법원에 상고했고, 법 조문 때문에 구제가 안 된다면 그 법 조항 자체가 위헌이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해달라고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습니다.
그러자 가해자 측(피고들) 대리인들이 대법원에 잇따라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답변서들을 읽으며 저는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해자 측은 대리인이 세 번 안 나와서 취하된 이상 원고를 구제할 방법은 없고, 억울하면 권경애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받으면 될 일이지 왜 끝난 재판을 다시 열려고 하느냐고 합니다. 심지어 당사자인 저에게도 법원 사이트에 들어가 재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검색해보지 않은 잘못이 있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법에 문외한인 제가 국가가 자격을 부여한 변호사를 믿고 피 같은 돈으로 수임료를 주면서 재판 날 꼭 참석하겠다고까지 말해두었는데, 변호사가 재판 날짜를 감추고 속인 것을 두고 어미인 제 탓을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제가 돈 몇 푼 받자고 이 피눈물 나는 세월을 버텨온 줄 아십니까? 권경애에게 위자료 몇천만 원 판결을 받는다고 해서, 주원이가 왜 죽어야 했는지 항소심 재판 한 번 받아보지 못한 한이 풀릴 수 있단 말입니까?
무엇보다 이번에 이재성 변호사님과 함께 1심부터의 소송기록 전체와 권경애가 변협 징계 과정에서 낸 경위서를 한 줄 한 줄 대조해 보면서, 저는 또다시 부들부들 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권경애가 항소심 재판에 세 번이나 안 나간 것은 단순한 실수나 우울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기록을 파헤쳐 보니, 권경애는 2016년에 1심 소장을 낼 때부터 주원이 본인의 몫(일실수익과 위자료 상속분)을 통째로 누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다 주원이가 떠난 지 5년이나 지난 2020년 6월에야 뒤늦게 이를 추가했고, 가해자 측 변호사가 “이미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지적하는 서면을 내자마자, 바로 그날 오후에 열린 1심 재판부터 법정에 나타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재판에서 학교폭력과 주원이의 죽음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자신이 뒤늦게 추가한 청구권이 소멸시효로 기각되면서 판결문에 자신의 치명적인 과오가 고스란히 드러나 거액의 배상책임을 지게 될 처지였던 것입니다. 실제로 1심 열한 번의 재판 중 권경애가 불출석한 두 번의 재판이 모두 자신의 과오가 드러난 직후에 열린 기일이었고, 변협에 낸 경위서에서도 스스로 “재판을 진행할 방법을 찾기 힘들 때는 재판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러고도 권경애는 이 모든 잘못을 저에게 감춘 채 항소심 수임료까지 받아 챙겼습니다. 저는 이제 권경애가 자신의 1심 과오를 감추기 위해 항소심 재판 날짜를 저에게 숨기고 법정에도 나가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소송기록에 남아 있는 불출석 시점과 변협에 제출한 경위서를 대조해 보면 그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의뢰인을 속이고 주원이의 재판을 제 손으로 장사지낸 것이라는 의심입니다.
지난 7월 9일 상고심 접수을 하였으니 오는 11월 9일이면 접수되고 4개월 이내여야한다는 심리불속행 만기일입니다만 재판부의 어떠한 기미도 없기에 하루하루를 속 태우며 날짜만 세고 있습니다. 다음주 10월 21일 수요일은 또다시 권경애 노쇼사건 재판기일이고 형사고소건도 어떤 진전을 알지 못합니다.
기다림에 지쳐 어제 대법원에 제출한 25쪽 분량의 상고이유보충서 전문을 한 장도 빠짐없이 사진으로 올립니다. 이 서면을 통해 제가 대법원에 묻고 싶은 것은 단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변호사가 자신의 과오를 숨기려고 의뢰인과 이해충돌 상태에 빠진 채 의뢰인을 기망하고 재판을 고의로 포기했는데도, 그 불출석의 결과를 아무것도 몰랐던 피해자 어미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법이고 정의입니까?
둘째, 변호사가 두 번이나 재판에 안 나와 소송이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도, 법원이 정작 당사자인 저에게는 우편 한 장, 문자 한 통 보내주지 않고 불출석한 변호사에게만 통지한 뒤 재판을 끝내버리는 지금의 법 조항이 문언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해서라도 이 잘못된 법을 바로잡아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모두가 현행법상 안 되는 소송이라고, 이미 끝난 재판이라고 말할 때, 단 한 줄의 기록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밤낮으로 매달려 이 25쪽의 서면을 써 내려간 이재성 변호사님과 함께 저는 마지막까지 대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주원이의 재판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항소를 취하하겠다고 말한 적도, 재판을 끝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습니다. 변호사가 저를 속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원이의 재판이 끝나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변호사의 잘못을 의뢰인에게 어디까지 떠넘길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행법으로 구제할 수 없다면 그 법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판단받을 길을 열어야 합니다.
저는 주원이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판결을 원합니다. 10년을 기다렸습니다. 재판받을 기회를 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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