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수학여행 기억 때문인지, 오랫동안 제 마음속 경주는 '음식 값만 비싸고 정작 먹을 건 없는 도시'라는 묘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날, 마음을 고쳐먹고 경주 곳곳을 수없이 발품을 팔며 다시 걸어보았습니다. 안강평야의 황금빛 들녘과 동해 바다의 푸른 기운을 품고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니, 제가 경주를 참 오해하고 있었더군요.
화려한 기교 대신 수십 년 세월과 정직한 재료로 묵묵히 밥상을 지켜온 분들, 진심으로 '이것이 진짜 국보가 아닐까' 감탄하게 되는 식당들을 만났습니다.
혹시 이번 가을이나 주말에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상업적인 맛집 리스트 말고 진짜 현지인들이 아껴두는 밥상 몇 곳을 참고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1. 우렁각시쌈밥 삼릉본점] - 정갈한 유기농 쌈과 진한 우렁강된장의 조화
[2. 장군암소숯불] - 진짜 경주 암소의 깊은 풍미와 슴슴한 된장찌개
[3. 용산회식당] - 초장 한 숟가락에 담긴 절대적인 내공의 회덮밥
[4. 삼릉고향손칼국수] - 구수한 곡물 육수에서 우러나오는 고향의 맛
[5. 남정부일기사식당] - 백종원도 반한 얼큰하고 진한 짬볶음의 위엄
[6. 부성식당] - 정직한 손맛으로 차려낸 따스한 토속보리밥정식
[7. 용명횟집] - 동해의 싱싱함을 담은 시골스런 물회와 회덮밥
화려한 맛집 탐방이라기보다는, 세월을 품은 밥상 앞에서 나눈 작은 위로의 기록들입니다.
깊어가는 계절, 여러분의 식탁에도 늘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