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여름 쯤에 어느 게시판에서 개고기에 관한 논란이 있을 때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해서 올렸던 겁니다.
개고기집 아들분의 이야기를 듣고 한 번 다시 올려 봅니다.
달리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이 글에 제 생각이 잘(길고도 길게~~~ㅜ.ㅜ) 정리되어 있어서 한 말씀 기~~일게 올립니다.
ㅋㅋ 이른바 자체중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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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살던 동네 근처에 우시장이 있었습니다. 우시장이 서기 전날엔 어미소와 송아지가 정말 밤새 슬피 울어댑니다. 인간이 들어도 저건 헤어지는것이 슬퍼, 다음 날 어찌될지 모르는 어미소가 공포에 떨며 우는 소리였습니다.
감성이 예민한 시기에 닷새마다 들려오는 소울음소리가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소는 인간이 키우는 가축들 중에 개보다 그리 머리가 나쁘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펄벅의 소설 '대지'에 보면 기근에 지친 왕룽이 농사에 부리던 소를 잡으려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이 영화화된 영상에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왕룽이 소를 잡기 위해 부엌에서 날이 퍼런 식칼을 들고 외양간쪽으로 갑니다. 이 때 왕룽은 소가 그 칼을 보지 못 하게 하기 위해 등 뒤에 숨기고, 정말 정말 슬픈 표정으로 외양간에 들어섭니다. 그 때까지도 주인을 따뜻하게 바라보던 소였습니다.
왕룽이 식칼을 드러내자 소의 순하던 눈이 뚱그래지면서 멈칫합니다. 티브이가 흑백이었는지 영화가 흑백필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할 수는 없던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소가 식칼을 알아보고(영화를 찍는 중이었는데도...그걸 알리가 없는 소겠지만..) 공포에 눈이 둥그래지는 장면은 사람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쯤이었습니다. 집앞에서 도살장(우시장 바로 옆이 도살장)까지 대략 1km쯤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소를 도살하려면 거의 대부분 소주인이 직접 기르던 소를 끌고 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 방학 때였을겁니다. 집앞 비포장 신작로길로 소주인이 커다란 그러나 빼짝 마른 소 한 마리를 끌고 갑니다. 순순히 따라갑니다. 당연합니다. 아직까지는 죽음의 냄새를 맡지 못했거나 맡았다고 해도 소는 순순히 주인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열걸음을 못 걷고 소가 서 버티고는 뒷걸음질을 칩니다. 죽음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겠죠. 비포장 신작로 자갈길에 소발굽이 벅벅 미끄럼질치면서 죽기 살기로 용을 씁니다. 소주인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질질 끌려오고...머리를 훼훼 흔들며 고삐를 놓게 해 보고자 하는데...
어린 생각에도 ' 아 저 놈이 죽기가 싫어 저러는구나...죽는거 무서운건데...그냥 뿔로
받아버리지....나쁜 주인...평생 일 부려 먹고....' 합니다. 근데 이상한건 소는 절대 그 주인을 세게 뿌리치거나 뿔로 받거나 뒤로 돌아서 끌고 가버릴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많이 보았고, 항상 같았습니다. 단지 슬슬 뒷걸음질만 치는데 턱없이 힘도 약한 주인이 끌려오기는 하는데 단지 그 정도일 뿐......코뚜레를 움켜쥐이고서야 겨우 겨우 끌려갑니다.
눈물 뚝뚝 흘리는 소도 있습니다. 소가 정말 웁니다. '어어 어어'하면서 정말로 웁니다. 보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소가 '음메 음메'? 안 합니다. 끌려갈 땐 어어 어어 웁니다. 소 주인도 소 눈물 보면서 우는 분 있습니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르지만, 표정이 웁니다.
그러나 그 실갱이도 오래 가지 못 합니다. 소는 그래도 어어 어어 울면서 결국 주인을 따라 가지요....그러면 그 소는 적어도 두시간 이상의 삶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겁니다.
도살장에 몰래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귀신씌운 집에 들어가 담력 테스트 하듯...어스름 저녁쯤에 몰래 들어가서 담력을 시험하려고 말이죠. 제 평생에 가장 끔찍한 기억이었습니다. 날선 각종 칼 들, 피와 살과 내장의 비린내들....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이상한 갈고리들....여름성경학교에서 대학생 형이 말해주던 지옥이 바로 거기였습니다. 소가 마지막 숨을 쉬게될 이상한 형태의 틀....몸과 머리를 꽉 죄여 잡히고는 마지막 장면을 보겠죠...
우리가 그토록 미련하다는 돼지들도 그다지 미련하지는 않습니다. 저 죽을걸 알고는 돼지우리 구석에 엉덩이를 콱 틀어 박고는 죽어도 안 나옵니다.
돼지 멱 따는 소리라고 들어보셨나요? 친구들이 돼도 않는 김종국의 노래를 부를 때?
돼지 멱 따는 소리는 그런 소리가 아닙니다. 돼지는 멱이 따지면 소리를 못 지릅니다. 어린 나이에 제가 공포심에 떨면서도 한 편은 인간으로서의 어떤 자만감? 하여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같은 몽롱한 기분으로 동네 돼지 잡는 날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커다란 미련퉁이 돼지를...가끔 가서 사과 껍질 날랑 날랑 입에 대주는척 하다 콧 잔댕이를 후려치고 도망도 오고...동네에서 잔반을 모아 부어주면 코를 처 박고 먹는 모습에 애덜끼리 모여서 '저건 입으로 먹는게 아니라...코로 먹는게 분명해...''아냐''기야'하며 한 1년 보아왔던 그 돼지를 동네 잔치용으로 잡는 날....두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멱 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돼지 멱 따는 소리는 멱 따기 전에 납니다. 돼지가 그리 민첩하고, 그리도 힘이 센지는 그 날 알았습니다. 무릎이 다 까져 뼈가 드러나도록 저항합니다. 돼지 멱 따는 소리는 이렇게 돼지가 마지막으로 지르는 소리입니다. 정말 그 소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끼등짝으로 머리를 맞고는....그리고는 해체가 되지요...두 눈 똥그랗게 뜨고 오금이 저려 움직이지도 못 하고 쪼그리고 앉은 그 자세 그대로 몇 시간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 잡는것도 많이 봤지요...다른 분들께서 말씀해 주셨으니 더 이상은 말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 유쾌한 이야기도 아니구요...
분명한 건 개 잡는거나, 소 돼지 잡는거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똑같습니다. 어렸을 적 제게는 이 세 가지가 다 같았습니다. 다 같이 공포스럽고, 한 편으로 인간인 것이 다행스럽고..다행스런 마음에 그 짐승들의 마지막 죽음의 장면들을 엉겁결에 몽롱하게 즐겼고.......
이상한 놈이라구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죽음의 장면을 즐기는 본성이 제게만 한정된 것일까요? 글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님들의 말씀대로 굳이 대체 단백질이 많은데도, 혹은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살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말씀에는 저도 적극 찬성합니다. 인간으로서....
하지만, 반면에 또한 분명히 저는 인간인 이상......혹은 인간이므로, 혹은 인간이기 때문에....아니, 좀 더 제 주장대로만 말씀드리자면, 인간으로서....그들의 죽음은 모두 같습니다.
소든 돼지든 개든....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동물들에게 도살은 그 방법과 상관없이 말 그대로 공포일 뿐이며, 결론적으로 학대가 아닌 이상 도살을 목적으로 한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동물들에게 결론적으로 같다는게 제 심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첨단 위생 시설 속 컨베이어 밸트에 실려 대가리가 쪼여져 진공속에서 대가리가 터지나, 동네 마당에서 낫으로 멱이 따지나, 개울가에서 심하게 두들겨 맞고 죽으나......
단지 우리가 보기에, 인간이 보기에 섬뜩하니까.....보기 안 좋으니까....미안하니까...역겨우니까.....그러니까 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 '인간적으로 도살하자'.......그거 아닐까요?
저도 제 아이가 그런 장면들을 보아야 한다면 적극 말립니다. 보여주기 싫거든요....지금은 말이죠...하지만 언젠가 어떤 죽음의 장면을 보아야 한다면 혹은 저 혼자 보고 들어와 충격에 휩싸여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면, 지금과 비슷한 말을 할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말도 안 되는 도덕 담론을 슬쩍 슬쩍 담아가며 말이죠......
그게 본질입니다. 무엇이든 간에 다른 생물에게 먹히려면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죽어야 마땅하다는거...
죄없이? 죄없이 죽고 죄없이 먹는겁니다. 먹고 먹히는데에 죄는 없습니다. 제 생각입니다.
먹어야지요...먹습니다. 맛있습니다. 오늘도 영양탕 회가 도는데.....파트너가 없습니다. 혼자 먹을 음식은 아니지요.....
주제가 횡설 수설이네요....뭔 소린지도 모르게 오늘 또 깁니다. 이래서 참 제가 글을 자제하려고 합니다. 주제없이 횡설 수설 길기만한......
마지막으로 한 장면만 말씀드리고 글을 맺겠습니다.
장모님이 작은 애를 돌보시느라 저희집에 계시는데요..많이 힘드십니다. 개고기를 보양식으로 굳게 믿고 계시는터라 직접 도축장에서 사다 많이 끓여도 드리고 삶아도 드립니다.
올 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되던 날. 도축장으로 고기를 사러 갔습니다. 마눌님과 둘째 그리고 저, 저희 엄니 이렇게 넷이 말이죠...
마눌님은 도축장 안에 들어가 둘째 업고 고기 흥정을 합니다. 튼실한 녀석 하나를 건져 올려 즉시 해체해서 줍니다. 도축장에서 바로 사면 신선하지요.
스무근을 달라고 했는데 공장장님이 두어근 더 주십니다. 마눌님 입이 귀에 걸려 저더러 봉지들고 가랍니다.
나와서 물어 봤습니다. '갓 잡은 개들이 욕조 속에 둥둥 떠 있고, 바로 눈 앞에서 그걸 해체해서 주는데 이상하지 않던?' - '별로, 먹는건데 뭐....' -,.- 그러는 본인은 요리도 하고 양념도 참 맛깔지게 끓여주는데 먹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지방대 별볼일없는 과를 나온 제게, 소위 엘리트대를 나온 제 집사람이 하는 소리였습니다. 엘리트대와 개고기 끊어 오는 일은 아무 상관없는 먹고 사는 일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뜻에서 씰 데없는 기우로 한 말씀 끼워 넣은 겁니다. 다른 의미는 없으니 딴지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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