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나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달라." 토요타 아키오 사장이 타나하시 하루히코 LFA 책임 개발 중역에게 요구한 말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수퍼카를 통해 상쾌함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사운드와 균형을 선택했다. 소리의 예술, 그리고 서킷을 달릴 때 경험할 수 있는 재미를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렉서스는 LFA의 주력 시험 장소를 일본 후지 스피드웨이와 독일 뉘르부르그링 서킷으로 삼았다. 서킷 높낮이가 적지 않은 데다 거친 환경에서도 상쾌함을 맛보기란 두 곳이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뉘르부르그링은 한 바퀴 주행 시간(Lap time)이 곧 수퍼카의 성능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했다.
2005년 LF-A 컨셉트가 공개된 후 2009년 도쿄모터쇼에 양산형으로 등장한 LFA는 뉘르부르그링 서킷 한 바퀴를 7분14초에 돌파했다. 최근 포르쉐가 918 스파이더로 마의 7분대를 돌파한 것을 제외하면 당시까지 가장 빠른 랩타임을 나타낸 닷지 바이퍼 SRT-10 ACR의 7분12초에 불과 '2초' 뒤졌다. 성능으로는 충분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LFA는 500대 한정 생산됐고, 이미 생산 및 판매가 종료됐다. 생산 때 활용됐던 시설은 탄소섬유복합플라스틱(CFRP) 부품 공장으로 활용된다는 게 하루히코 개발 중역의 설명이다.
▲LFA 스티어링 휠을 잡다
18일 일본 시즈오카 인근 후지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저 멀리 눈 덮인 후지산 정상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후지 스피드웨이는 F1 일본 그랑프리가 열리는 곳이다. 이외 일본 투어링카 챔피언십 등 다양한 국내 경주도 많이 열려 일본에선 꽤 유명한 트랙이다. LFA를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것은 사실 우연이 아니다. LFA 의미가 '렉서스 후지 아펙스(Lexus Fuji Apex)'이기 때문이다. 2005년 컨셉트로 등장했을 때는 '렉서스 퓨처 어드밴스(Lexus Future Advance)'였지만 후지 스피드웨이를 달리는 자동차 가운데 최고가 되겠다는 뜻이 추가됐다.
이렇게 LFA를 만난 자리에는 뜻밖의 선물(?)도 준비됐다. 일본에서 2,000만엔(한화 2억2,000만원)에 판매되는 CCS(Circuit Club Sport), 그리고 LFA의 유전자가 'F 스포트'로 변환 이식된 'IS-F 스포트' 등이다. 특히 CCS는 곧바로 서킷 투입이 가능한 100% 경주용차지만 일본 내에서 지금까지 17대가 판매됐다는 게 하루히코 중역의 설명이다.
먼저 준비된 LFA는 전형적인 수퍼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하루히코 중역은 "FR 타입으로,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엔진을 뒤로 밀고, 아래로 끌어 내렸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부분의 차체를 탄소섬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공차중량이 1,480㎏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보닛을 손가락 하나로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일본에서 준비된 만큼 운전석은 오른쪽이다. 엔진이 고회전에 이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 계기반은 디지털인데, 아날로그의 경우 순식간에 치솟는 고회전을 제 때 나타낼 수 없어 선택된 방식이다. 이와 함께 재미난 것은 별도의 시프트레버가 없다는 점이다. 6단 시퀀셜 자동변속기는 패들 시프터로 조작하되 양쪽을 동시에 당기면 중립(N)이 되고, 출발하려면 시프트 업 버튼을 누르면 된다.
안전띠를 두르고 출발 신호에 따라 차를 서서히 움직였다. 피트레인 규정 속도인 시속 60㎞로 움직이다 서킷에 본격 진입한 뒤 페달을 세게 밟았다. 서킷 내에는 브레이크 포인트와 코너 때 유지돼야 할 속도가 표시돼 있어 별 다른 어려움이 없다.
후지 스피드웨이의 첫 번째 코너를 돌며 느낀 것은 역시 수퍼카답게 코너링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스티어링 휠에 반응하는 움직임이 빠른 데다 코너 진입 직전 패들 시프터로 엔진 브레이크를 쉽게 사용할 수 있어 레이싱 DNA를 느끼게 한다. 여러 코너를 지나 직선 구간에 들어섰을 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7,000rpm에서 변속을 하며 속도를 끌어 올렸다. 브레이크 포인트가 나오기 직전까지 기록한 최고 시속은 283㎞. 물론 직선거리가 충분했다면 시속 300㎞ 이상도 거뜬히 넘겼을 일이다. 제원표에 표시된 LFA의 최고 시속은 320㎞다.
스프린터처럼 치고 나가는 힘의 원천은 최대 571마력(8,700rpm)과 48.9㎏.m(7,000rpm)에 달하는 토크를 뿜어내는 V10 4.8ℓ 엔진 덕분이다. 1마력이 감당하는 중량이 2.59㎏에 불과해 언제든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서킷 기반으로 개발돼 시트 포지션은 낮고, 페달은 거의 직각으로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만 보면 매우 간결함을 추구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루히코 중역은 "수퍼카로 운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들려줬다. 또 하나는 의외로 운전이 편하다는 점이다. 잘 달리되 거칠지 않다. 이유를 묻자 그는 "특별히 편안함을 강조한 것은 아니지만 개발 엔지니어들이 그동안 토요타와 렉서스를 만들어 오며 자연스럽게 가미된 것 같다"며 "이들에게 주문한 것은 좋은 사운드와 응답성이 뛰어난 엔진"이었다고 설명한다.
렉서스 브랜드 최고 자리에 있는 LFA에는 다양한 고성능 기술이 접목됐다. 성능을 위해 최대토크의 거의 전부를 3,700rpm부터 사용할 수 있고, 피스톤 스트로크를 79㎜로 짧게 설정, 고회전 성격을 추구했다. 이외 탄소섬유플라스틱을 곳곳에 활용해 약 100㎏ 감량을 이뤄내기도 했다. 브레이크는 브렘보가 개발한 380㎜ 카본 세라믹 소재이며, 타이어는 뒷바퀴 기준으로 '305/30ZR 20'의 크기가 선택됐다.
개발을 진두지휘한 하루히코 중역은 LFA와 토요타 아키오 사장에 얽힌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후지 스피드웨이 시험 주행 때 아키오 사장이 직접 서킷을 돌았는데, 주행을 멈추라고 얘기하지 않을 때까지 몰았다고 한다. 프로 레이서 버금갈 만큼 뛰어난 운전 실력을 뽐내는 아키오 사장에게 LFA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서킷이었던 셈이다.
▲또 하나의 괴물 CCS-R
짧지만 LFA 주행을 끝내고 이번에는 IS-F 기반의 CCS-R에 올랐다. 롤 게이지가 갖춰진 완벽한 경주용 자동차다. 얼핏 보면 양산차를 가져다 엔지니어들이 개조를 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일본 내에서 2,000만엔 정도에 판매되는 소량 생산 경주용차다. 올해만 7대가 판매됐다. 설명을 맡은 유키히코 야구치 제품개발 담당은 "최대 423마력의 V8 5.0ℓ 엔진에 8단 변속기를 결합시켰다"며 "일반도로 주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운전석에 올라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경주용 자동차여서 5점식 안전띠를 두르고 변속레버는 매뉴얼을 선택, 패들 시프터를 활용해 3바퀴를 돌았다. 서킷을 벗어나면 일반도로 주행을 해야 하는 LFA와 달리 오로지 서킷 주행만 하는 차여서 코너링 성능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워낙 하체가 단단해 운동성능은 가히 최상급이다. 엔진 회전수에 따른 변속 시점은 LED로 구성된 표시등이 알려준다.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전환될 즈음 변속을 하며 서킷 공략에 나섰다.
직선 주로에 들어선 뒤 앞차와 거리를 벌리고,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1번 코너의 진입 준비를 알리는 브레이크 포인트 표시 지점까지 시속 300㎞에 육박한다. LFA보다 더 빠르다. 최대출력은 LFA보다 낮지만 최대토크가 약간 높게 설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경주용 차여서 실내 인테리어는 볼 것도 없다. 국내에서도 흔히 보는 경주용차와 같다. 주행에 관련된 것 외에는 모두 배제돼 있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LFA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 차가 CCS-R이다.
마지막으로 준비된 차는 IS-F로, IS의 고성능 스포츠 버전이다. BMW가 'M', 벤츠는 'AMG', 아우디가 'S'를 앞세워 고성능을 내세우자 렉서스도 'F'로 승부수를 던진 전략 하에 생겨난 차종이다. 사실 LFA의 개발도 이들과 무관치 않다. 경쟁 독일 브랜드가 제각각 별도의 브랜드로 고성능을 앞세우자 렉서스 또한 그에 걸 맞는 대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LFA'라는 수퍼카 개발이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고성능 기술을 'F-Sport'로 명명, 주력 차종에 패키지로 적용했다. 따라서 LFA는 아우디 R8, 벤츠 SLS AMG 등과 같은 독일 경쟁사의 고성능 수퍼카의 대항마이자 렉서스 모든 차종에 고성능 DNA를 전파하는 리더 역할이다. 렉서스로선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던 셈이다.
IS-F는 주행 서킷 외에 별도의 짧은 코스에서 운동 성능을 경험했다. 'S'자 코너를 좌우로 돌아나가며 꽤 고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렸지만 의외로 손쉽게 빠져 나간다. 물론 CCS 및 LFA와는 비교되지 않지만 나름의 고성능 DNA는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기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시간에 조금씩 경험한 렉서스 고성능 DNA는 기본적으로 '편안한 고성능'으로 함축될 수 있다. 실제 LFA와 IS-F 등을 타면서 역동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편안함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님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성능을 올리기보다 일반 도로 주행을 감안한 결과다. 서킷에서는 재미를, 그리고 일반 도로에선 편안함을 제공하겠다는 기본 철학이 고성능 버전에도 담겨 있는 셈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지금은 사운드만으로도 쵝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