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바이크보다 폭이 좁은 870㎜. 경차보다 짧은 2,350㎜. 토요타가 2013 도쿄 모터쇼에 내놓은 이른바 미래 이동수단 '아이로드(i-ROAD)'의 크기다. 300㎏의 무게에 한 사람(유럽용은 2인승)이 탈 수 있는 아이로드의 회전 반경은 3m에 불과하다. 시속 30㎞/h를 유지하면 최장 50㎞를 갈 수 있고, 최고 시속 60㎞에 달한다. 가정용 100V 전압으로 3시간이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완전 충전된다. 물론 이번 모터쇼에는 아이로드 외에 혼다와 닛산 등도 비슷한 소형 이동 수단을 앞 다퉈 내놨다. 그 중에서도 아이로드를 짧게나마 경험한 것은 기억에 남는다. 2020년, 2030년 근거리 이동 수단의 주력으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일본 토요타시 인근에 위치한 아이신(Aisin) 주행시험장에서 아이로드를 국내 최초로 타봤다.
제원 외에 아이로드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바로 '액티브 린(Active Lean)'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 움직임에 따라 좌우 바퀴 높낮이가 달라지며 회전할 때 원심력을 억제한다. 더불어 한 개의 뒷바퀴는 조향을 담당한다. 토요타가 '모빌리티(Mobility)'라 부르는 자동차와 바이크의 중간적 형태의 '탈 것'이 바로 아이로드인 셈이다.
▲주행의 즐거움을 주다
아이로드는 얼핏 봐도 근거리 이동수단이다. 일본에선 현재 바이크로 분류됐지만 향후 새로운 자동차로 구분돼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 바퀴 스쿠터에 지붕과 좌우 도어를 부착한 형태다. 싱글 와이퍼가 있고, 좌우 방향지시등이 있으며, 시프트 버튼만 있다. 하지만 바이크와 달리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주행은 페달로 조작된다. 가속 및 제동, 그리고 족동식 파킹 페달도 갖추고 있다. 헤드램프는 바이크처럼 중앙 한 개만 부착돼 있다.
주행은 버튼으로 드라이브(D) 모드를 누르면 된다. 이외 버튼은 중립(N), 후진(R) 외에는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로 구동됨을 쉽게 느낀다. 모터 소리만 들리고, 단순히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도어가 마련된 것이어서 외부 소음도 많다. 게다가 무게를 낮추기 위해 도어 하단은 투명 플라스틱이 적용됐다.
페달을 밟자 나름 속도를 올린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쉽게 오르고, 제동도 빠르다. 최고 시속은 60㎞지만 실제 주행에선 50㎞를 약간 웃돈다. 그러나 제원에서 언급됐듯 시속 30-40㎞로 최장 60㎞를 달리는 수단이어서 속도는 의미가 없는 대신 코너링은 액티브 린 시스템 덕분에 무척 재미있다. 스티어링 휠을 왼쪽으로 돌리면 뒷바퀴가 조향되며 오른쪽 앞 바퀴가 높아져 바깥으로 밀리는 원심력을 흡수한다. 반대로 스티어링 휠을 조향하면 앞 왼쪽 바퀴와 노면의 거리가 멀어지며 역시 횡력을 막아낸다. 이 때 자연스럽게 차체는 기울어 운전자는 마치 바이크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짧은 회전 반경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한 쪽 방향으로 끝까지 돌리면 마치 운전자가 노면에 바짝 붙어 있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회전 방향을 바꿀 때는 바이크를 연상해야 한다. 바이크를 회전시킬 때 몸이 기울어지는 것과 같아서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급차선 변경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이유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이 빠르지 않아 여유를 두어야 한다. 제동은 페달을 밟으면 된다. 잘 선다.
경량 이동 수단이지만 토요타의 제품 철학이 반영돼 승차감은 부드럽다. 이와 관련, 아이로드 개발담당인 토요타자동차 마코토 모리타 연구원은 "아이로드는 자동차의 바이크의 중간으로 보면 된다"며 "지난 3월 제네바에 내놓은 뒤 꾸준히 실증실험을 거쳐 승차감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액티브 린 시스템은 자동차의 조향 방식을 바이크의 코너링에 접목시킨 것"이라며 "토요타 외부에 아이로드 시승기회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대비하다
시승회에는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온 언론인들의 참여가 많았다. 이들은 아이로드 시승 후 이른바 도심 내 '단거리 이동 수단(Short distance Mobility)'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급속충전기 없이 가정에서 3시간이면 충전이 가능하고, 충전망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쇼핑을 오갈 때 곳곳의 공용 충전기를 손쉽게 이용할 수도 있다. 어차피 네 바퀴 전기차가 도심용이라면 굳이 값 비싼 전기차를 구입,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아직 판매되지 않아 가격은 미정이지만 토요타는 향후 2년 이내에 일반 판매에 들어간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본 내에서 아이로드를 초소형 전기 경차로 분류해 면세 등의 혜택도 얻어낼 것으로 전망한다. 토요타자동차 코지 타마코시 연구원은 "세제 혜택은 나중의 문제이고, 아이로드의 기본 가격 목표는 정부 지원 없이 자동차와 바이크의 중간 정도에 맞추는 것"이라며 "경차보다 싸고, 바이크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3분의 시승을 마친 후 이제 막 전기차를 보급하려는 한국에게 이미 '미래 이동 수단'을 준비한 토요타의 미래 지향적인 모습은 분명 한 수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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