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테크아트 본사 방문기②
포르쉐는 고급 스포츠카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차는 아니지만 포르쉐 인기가 치솟으면서 희귀성이 적어진 것도 사실이다. 남과 다른 차를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르쉐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선택품목을 제안한다. 그러나 각자 다른 소비자 취향을 양산차 업체가 모두 맞춰줄 순 없다. 튜닝 업체가 나설 시점이다.
테크아트는 포르쉐 전문 튜닝 업체다. 30여년 간 포르쉐 단일 브랜드 튜너를 고집했다. 포르쉐는 다른 스포츠카 브랜드와 달리 감성적인 측면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아마도 주행성능과 공기역학 등 기계적인 완성도에 비해 그렇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테크아트는 이 점에 주목했다. 엔진 튜닝, 파워키트, 에어로파츠, 브레이크 등 주행 성능을 강화하는 요소는 성공적인 튜너에게 기본이었다. 여기에 디자인 요소를 적극 고려했다. 회사명도 그래서 '기술(Tech)'과 '예술(Art)'의 합성어로 지었다. 디자인 디비전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성능에 걸맞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회사가 테크아트다.
테크아트는 포르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본사도 포르쉐 거점인 스투트가르트 서쪽으로 20㎞ 정도 떨어져 있는 레온베르크에 위치한다. 회사는 본사 위치가 영감을 얻기에 최적의 장소에 세워졌다고 소개한다. 인구 4만5,000여 명의 작은 도시인 레온베르크는 독일 전통 건물이 잘 보존된 도시로 유명하다. 시가지에는 동화책에서 봄직한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잘 보존돼있다. 그러면서 자동차 부품, IT, 보안 등 최신 분야의 산업체도 다수 위치한 공업도시기도 하다. 전통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식의 거창한 표현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한적하고 예쁜 도시라는 인상이다.
테크아트 본사는 전시장과 사무실, 공장 등으로 구성돼있다. 각종 튜닝부품을 생산하고, 시공 및 정비 작업이 이뤄진다. 튜닝 파츠나 액세서리 등을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전시장 입구에는 다양한 종류의 포르쉐가 주차해있다. 이미 튜닝을 마쳤거나 작업을 받기 위해 찾아온 차들이다.
쇼룸에는 5대의 차가 전시돼있다. 카이엔, 911, 파나메라 등에 테크아트 손길이 닿은 튜닝카들이다. 휠, 에어로파츠를 비롯 다양한 액세서리들도 전시돼있다.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SUV 카이엔의 튜닝 파츠다. 차가 많이 팔린 만큼 튜닝 수요도 그만큼 높다는 것.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1,000여대 이상의 카이엔에 테크아트의 손길이 닿았다고 말한다.
본격적으로 공장을 살펴보기로 했다. 공장이지만 실내 분위기는 무척 밝다. 대량생산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보니 공방 같은 분위기다. 10개 이상의 작업대에서 튜닝 작업을 받고 있는 차들을 보고서야 공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튜닝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소비자 주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문이 완료되고 작업에 돌입하면 컴플리트카 한 대를 작업하는 데 대략 3~5주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공간에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엔진 작업실은 보안이 철저해 잠깐 둘러보는 정도로 끝났다. 보디키트를 가공하거나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곳에선 조금 숨통이 트인다. 스티어링 휠 제작을 위한 거푸집 모양의 틀이 보였다. 가공 상 주의사항과 설계도면, 가공 방식 등이 흥미로워 사진기를 들자 어김없이 제지가 들어온다. 거푸집 하나에도 회사만의 노하우가 들어있다는 설명이다. 스티어링 휠의 경우 주문 제작임에도 꽤나 빨리 손에 쥐어볼 수 있다. 재질과 강도, 디자인 등이 결정되면 제작에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테크아트의 인테리어 튜닝은 정평이 나있다. 재료 선택부터 남다르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 등의 마감재로 쓰이는 가죽은 주문자 요청에 따라 유명 산지에서 맞춤식으로 가져온다.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스위스, 프랑스 등 원산지별로 촉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스위스산 가죽으로 시트를 감싸면 보다 부드러운 착좌감이 느껴지는 식이다. 색상과 질감 별로 다양한 샘플이 준비돼있다.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가죽을 재단하고 바느질 모습만 보면 고급 맞춤옷이나 가구를 만드는 곳으로 보일 정도다.
완성된 부품들은 단단히 포장돼 각 지역으로 보내진다. 송장을 보니 미국, 일본, 터키 등으로 보내질 것들이다. 한국행 패키지도 있다. 한 달 뒤 이 튜닝 부품을 장착한 포르쉐를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
공장 투어를 마치고 가볍게 시승에 나섰다. 포르쉐 911 카레라S를 튜닝한 차다. 21인치 포뮬러Ⅲ 단조 휠과 전용 브레이크 캘리퍼, 공기흡입구와 프론트 스포일러 디자인을 변경한 범퍼, 사이드 인테이크, 티타늄 질감의 배기구와 배기음 조절 시스템 등을 더한 차다.
10㎞ 남짓한 시승 코스는 신식 건물이 지어지는 공장 지역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독일 고성이 있는 언덕에서 끝났다.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과 순간 치고 올라가는 가속력이 인상적이다. 페달 조작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우렁차게 내뿜는 배기음도 튜닝카만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몸에 착 감기는 시트와 알칸테라 소재로 마감한 실내에서 테크아트 튜닝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 성능은 더욱 강화됐고, 이에 걸맞는 감성이 더해졌다.
테크아트는 포르쉐와 겨루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아쉬워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게 자신들의 역할이라 말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작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실력이라는 느낌이다. 어쩌면 국내 튜닝 업계가 먼저 갖춰야 할 조건이 아닌가 한다. 단순히 외관을 바꾸는 게 아니라 기술이 더해지는 것 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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