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이 7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만 유독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유럽 시장이 침체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막상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자 오히려 부진한 모습이다.
2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는 4월 유럽시장에서 3만5천296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3만6천789대)보다 4.1% 줄어든 수치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14만4천5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지난달 유럽시장에서 판매 대수가 줄어든 글로벌 업체는 현대차와 GM(-5.5%), 혼다(-8.2%) 뿐이다.
현대차의 유럽시장 점유율도 3.1%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뒷걸음쳤다. 반면 기아차는 4월 판매량이 3만1천476대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4.3% 늘었고, 1∼4월 누적판매량도 11만3천289대로 6.6% 성장률을 보이며 선전했다.
현대차는 유럽시장 내 판매실적이 부진한 이유로 무리한 판촉경쟁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도 지난달 1분기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최근 유럽시장이 살아난 것은 업체 간의 판촉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인데, 현대차는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무리한 판촉비 확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에서 42만2천930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올해는 판매 목표를 41만2천대로 소폭 낮추는 등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신차 출시를 계기로 유럽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에는 신형 제네시스, 하반기에는 유럽 주력 판매 모델인 i20 출시가 예정돼 있어 유럽 내 판매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난해 9월 터키공장이 10만대 규모에서 20만대 규모로 증설공사를 마쳐 하반기에는 신형 i20가 유럽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다음 달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되면 축구가 큰 인기를 누리는 유럽시장에서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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