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시행 이후 정유4사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가 30% 미만대 점유율로 내려앉은 틈을 타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치고 올라오며 GS칼텍스의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9일 정유업계의 월별 수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첫 알뜰주유소가 생긴 2011년 12월 이후 SK에너지의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경질유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2년 1월 33.2%에서 4월 현재 28.9%로 4.3%포인트 하락했다. 연도별로 보더라도 SK에너지 점유율은 2012년 평균 32.4%에서 2013년 29.8%, 올해 1∼4월 누계 28.3%로 내려앉는 추세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도 2012년 25.0%에서 올해 1∼4월 24.1%로 소폭 하락했다. GS칼텍스는 계속된 영업실적 부진에 최근 임원수를 15%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반면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갖고 있는 3, 4위 업체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조금씩 점유율을 늘렸다. 현대와 에쓰오일은 지난해 4월부터 전국 알뜰주유소에 각각 중부권과 남부권으로 나눠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 꼴찌인 에쓰오일의 점유율은 2012년 16.3%에서 2013년 18.0%, 올 1∼4월 18.7%로 늘어났다.
현대오일뱅크의 성장도 눈부시다. 현대는 2012년 22.2%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올해 1∼4월 23.1%로 키웠다. 지난해 12월엔 2.1% 포인트 차로, 올해 1월엔 0.7% 포인트 차로 GS칼텍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현대는 다시 지난 2월 GS에 2위 자리를 허용한 뒤 3월 23.4%의 점유율로 GS칼텍스를 0.2% 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가 4월엔 힘에 부친듯 21.9%로 주저앉은 상태다. 하지만 현대는 지난 1분기 1천3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SK이노베이션(2천256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영업이익률은 1.67%로 업계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실적 측면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는 적기에 가동을 시작한 고도화 설비와 신형 열공급설비(FBC)를 실적향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내수 점유율 상승의 1등 공신은 알뜰주유소 공급권이다. 현대는 GS보다 주유소 수가 600여개 적지만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으로 부족분을 만회했다. 알뜰주유소는 4월말 현재 1천47개로 시장에서 10% 비중을 차지한다.
아울러 석유공사와 수의계약을 맺고 알뜰주유소 휘발유 물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토탈과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행 등으로 입지를 넓혀온 석유 수입업체들도 시장공략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이들의 점유율은 작년 4월 8.1%에 이르다 최근에는 5%대로 주춤한 상태다.
과점 체제로 점유율 구도가 고착화돼 있는 국내 정유시장의 이런 변화는 상당히 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악화로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알뜰주유소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 것이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의 점유율 추격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의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계약이 이달 말로 종료됨에 따라 지난해 입찰에서 탈락한 SK에너지와 GS칼텍스를 비롯 정유사들이 사활을 걸고 신규 공급사 선정에 달려들고 있다. 선정된 신규 공급사는 7월부터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게 된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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