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새롭게 출시된 528i.
528i는 파격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BMW의 전략형 모델이다. 그간 BMW 5시리즈의 엔트리 모델로 활약하던 520i~525i가 라인업에서 사라지게 되면서 해당 모델들의 역할을 이어받게 되었고 3리터 엔진이 기본탑재된다는 점이 매력인 만큼 주목받을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최신예 3리터 엔진을 탑재한 530i와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매력이며 i-Drive를 비롯한 첨단 장비를 달아 매력을 발산하는 메리트도 있으니 이 매력을 거부한다는 것 역시 쉽지는 않다.
우선 중심 모델인 530i부터 시승했다.
BMW가 자랑하는 3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출력 272마력으로 셋업이 된다. 동급 모델들이 3.5리터에서 만들어내는 출력을 3리터에서 연출하고 있으니 고성능 엔진에 대한 열정 부분은 분명 남다르다. 최대토크도 32.1kg.m까지 끌어올려 보다 뛰어난 가속력을 연출하도록 한다. 사실 회전수를 늘려 마력을 끌어올리기 보다 토크를 늘리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데 과거 엔진대비 1.5Kg.m의 토크를 향상시켰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외형상 다른 5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드웨어를 비롯해 실내에서는 차이가 조금 생긴다.
BMW가 자랑하는 액티브 스티어링 및 ARS 등 첨단 장비가 탑재되고 전자동 시트 등이 채용되어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자세 연출이 가능한 것도 차이점이다.
* ARS : Active Roll Stabilization
특히 차량의 롤을 억제해 안정감을 살려주는 ARS는 코너링에서 안정감을 선사함을 물론, 더 탄탄한 접지력을 끌어내 이상적인 주행성능을 연출해낸다.
운전자의 체형에 맞춰 완벽한 조율이 가능한 시트 역시 530i의 매력중 하나다. 단순히 시트를 조절한다는 차원을 벗어나 스포츠카에 장착되는 버킷시트와 비교될 만큼의 안정감 있고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뒷좌석을 위한 히팅 기능도 530i부터의 기본 사양이다.
530i로 고속도로 중심의 테스트를 중심으로 했다. 앞서 언급한 272마력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경쾌하게 뻗어나간다. 고속 코너에 대응하는 능력도 탁월하며 245mm급의 타이어를 장착한 덕에 안정감도 충분하다.
메이커가 주장하는 250km/h에 오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긴 직선도로가 필요하지만 220~230km/h 정도의 속도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다. 제동력에 대한 불만도 없다.
적당히 짜릿하면서도 편안하게 내달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스포츠 세단 5시리즈의 중심모델 530i가 갖는 매력임에 분명하다.
여기서 528i로 갈아탄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이유로 최근 세간의 주목을 끄는 전략형 모델이다.
시트는 보편적인 전동식이다. 530i와 같이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감싸는 맛은 떨어지지만 세단임을 감안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편의 장비도 탄탄해 530i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변속레버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처음 변속레버를 다룰때 조금 어색함이 있기도 했는데 막상 다루고 보면 무척 편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손목만 까딱거리면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다.
실내 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530i를 100점으로 환산할 때 90점 이상을 줘도 만족스러운 수준.
그럼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적어도 BMW라면 실내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달려야 맛이니까.
528i는 디튠을 통해 출력과 토크를 낮춘 3리터 엔진이 탑재된다. 디튠이라고는 하지만 6,500rpm에서 231마력의 출력을 확보하고 있어 과거 3리터 엔진과 같은 수준이다. 토크는 27.6Kgm로 기존 엔진의 30.6Kg.m에 비해 떨어지지만 실제 운전해보면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초반 가속시 경쾌하게 치고나가는 맛도 530i와 다르지 않다. 단, 가속이 꾸준히 진행되면 530i에 비해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긴 한다. 아무래도 토크의 차이 때문. 하지만 체감으로 본다면 성능 저하는 약5~10% 정도에 지나지 않아 상급 모델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다.
528i는 기본형을 중심으로 M스포츠 키트로 셋업한 스포츠 버전으로 구분되는데 시승차는 기본형의 528i. 타이어는 앞뒤 모두 225mm로 셋업하고 있어 컴포트한 세단의 성향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왠만한 도로 상황에 적절히 타협하지만 타이트한 코너에 돌입하면 리어가 조금 밀려나는 현상이 보이긴 한다. 물론 이 시점부터는 안전장치가 즉각 개입을 시작해 차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본다면 후륜 타이어의 그립을 조금 높였으면 한다.
서스펜션은 부드럽고 ARS 등의 적극적인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아 롤에 대한 허용 범위가 크긴 하지만 성능 자체를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라면 이와 같은 셋업을 더 선호할 것이다.
중속구간 이후 다른 기자가 운전하는 335i 컨버터블을 추격(?)해본 결과 약 200km/h 선까지는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속도가 상승하면서 멀어져가는 335i를 목격하게 되지만 300마력 사양의 트윈터보엔진과 디튠된 자연흡기 엔진의 격차를 생각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성능이다. 또, 등급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점수를 더 주어도 아쉽지 않았다. 부드럽게 가속되며 서서히 뻗어가는 느낌을 전하는 528i가 이정도의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기대치 않았는데 예상외의 결과다.
단, 528i가 스포츠 모델이라면 조금은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245mm로 증가한 타이어 사이즈와 더불어 휠의 인치도 한사이즈 커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동축에 걸리는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무게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가속력은 기본형이 우세할 듯. 하지만 코너링을 위한 하체 셋업으로 거듭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밸런스는 528i 스포츠가 유리함에 분명하다. 528i의 하체가 파워 대비 언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528i는 어떤차인가? BMW의 인기차종인 5시리즈의 입문형 모델이다. 과거 520i가 엔트리 모델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지만 사실 이 모델은 가격외에 큰 메리트가 없었다. 적어도 BMW가 주장하는 성능을 체감하려면 적정한 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최소 525i급은 되어야 어느정도 성능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량급의 차체를 2리터 엔진으로 끌어야 하니 연비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3리터 엔진을 얹은 엔트리 모델이 BMW가 주장하는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충분히 체감케 해주게 되었다.
기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한 530i도 좋지만 합리적인 528i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듯 싶다. 어차피 550i를 비롯한 M5등의 파워풀한 모델을 고속도로에서 만났을때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530i나 528i나 동일한 것도 이유랄까?
코너링에서 조금 불안감을 조성하는 225mm 사이즈의 후륜 타이어만 235~245mm 정도로 바꿔주면 보다 이상적인 성능을 끌어낼 수 있을듯 하다. 물론 17인치를 유지해 무게는 줄일 것이다.
실제 530i에도 17인치 휠을 통해 245mm를 셋업하는 만큼 이를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스포츠 모델로 접근할 때 소요되는 1천만원의 금액을 줄일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물론 자주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오너라면 530i 및 528i 스포츠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시내주행이 잦고 어쩌다 달리기를 즐기는 정도라면 굳이 무리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기자의 생각일 뿐이다.
528i의 매력은 무엇일까? 상급 모델과 비교할때 조금은 부족한 파워. 하지만 BMW의 모델 중에서 가격을 감안한 가치에서 이 차에 대항할 모델은 거의없다. 이보다 더 큰 매력이 있을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오너 스스로의 만족감을 키워주는 차. 그것이 528i가 아닌가 싶다.
덕분에 경쟁사의 입문형 세단들이 조금은 타격을 받을듯 싶다.
입문형이지만 탄탄한 주행성능
윗급 모델 부럽지 않은 편의장비
스포츠 버전과의 가격 차이가 크다
오토뷰 김기태 PD [autojoins@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