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합의 내용은 노사 양측 모두 비밀에 붙이고 있으나 로이터통신이 심층취재한 결과가 있네요. 일단 여기 나온 내용들만 간단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우선 임금인상의 경우 4년짜리 패키지 딜을 한 것인데요.
- 1년차 : 3% 임금인상에 해당하는 일시금 지급
- 2년차 : 3% 임금인상
- 3년차 : 3% 임금인상
- 4년차 : 4% 임금인상에 해당하는 일시금 지급
또한 잠정합의가 총회 가결될 경우 지급되는 타결일시금이 있는데요. 애초 1천달러를 제시했으나 파업기간이 늘어나서 9천달러로 제시액이 껑충 뛰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거의 1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네요.
아울러 이중임금제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3천달러(3백만원 남짓)의 타결일시금이 주어집니다. 이 내용을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UAW 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던 비정규직 사용제한(정규직화)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으로 3년 일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합의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 다만, 막판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던 멕시코 물량 이관 문제는 어떻게 합의되었는지 내용을 파악하기 힘드네요.
폐쇄된 공장, 폐쇄 예정인 공장들에 대한 미래전망 관련 로즈타운 공장을 배터리 생산으로, 디트로이트-햄트랙 공장은 전기 픽업트럭 생산으로 가닥이 잡혔는데요. 사실 이건 예전부터 GM이 제시했던 내용이고, UAW가 문제를 제기한 건 "도대체 언제?"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의되었는지는 나중에 봐야 알겠네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거라구요? 아닙니다. 일자리 만드는 건 노동조합입니다. 기존에 50억 달러 투자해서 4,500개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거나 유지하겠다는 약속은 77억 달러 투자에 9,000개 일자리 창출 및 유지로 늘어났습니다. 투자액이 늘어난 걸로 봐서 로즈타운과 디트로이트-햄트랙 외에 한두 가지 미래전망이 더 나온 것 같네요. (다만, 로즈타운은 전기 픽업트럭 업체 한곳과 공동투자를 한 뒤에 그 회사로 매각 절차를 밟게 될 것 같습니다)
30일 넘게 미국의 31개 공장을 셧다운 시킨 이번 파업은 지난 20년 사이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벌어진 가장 긴 파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UAW와 같은 관료적 노조(아마 한국 노동자들이 봤다면 대번에 "저거 어용노조네"라고 외쳤을 법한 노조)가 어떻게 이런 장기 파업을 벌일 수 있었을까 ...
이 질문에 초점을 맞춰서 CNN, CMBC 등 여러 뉴스를 검색해 봤는데요. 가장 공통적인 분석은 "지금의 잠정합의 수준으로는 찬반투표에서 부결이 확실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저런 관료적인 노동조합조차 30일 넘는 장기파업을 해야 할 정도로 미국 노동자들의 분노 열기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서도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보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장기간 파업이 벌어지는데 "나라 경제 절딴난다"거나 "아메리카는 노조 천국"이라는 보도는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FOX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러길래 내가 미국 바깥으로 생산물량 빼가지 말라고 그러지 않았냐"며 메리 바라와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난합니다. 사실상 UAW 파업을 지지한 것이죠. 다만 "이번 파업이 짧게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내년에 시행될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들 모두가 이번 파업을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버니 샌더스를 비롯 모든 후보들이 파업노동자들과 함께 피켓라인(공장 앞에서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의 집단시위)에 섰습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정파를 초월하여' 자동차산업 노동자 파업을 응원한 거죠.
https://www.reuters.com/article/us-usa-autos-labor/gm-uaw-reach-tentative-deal-to-end-month-long-strike-idUSKBN1WV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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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건 뉴스에 안나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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