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깨끗하다고? 정수장학회를 보라”
“육영재단·영남대 등 국민 재산으로 환수해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내내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등 유신시대 유산에 대한 문제를 놓지 않고 집요하게 파헤쳤던 백원우 열린우리당 의원. 백 의원이 이 부분에 천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백 의원은 11일 본보와 만남에서 “우리 교육계의 길을 살펴보면 일제시대부터 근대교육에 이르기까지 한 길을 걸어왔다”며 “그 핵심은 권위주의와 관치다”고 운을 뗐다. 백 의원이 교육계의 과거사 청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군사부일체’로 비롯되는 교육공급자들의 권위주의, 학계에 남아있는 도제적 성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서울대 교수 임명을 보면 서울대 학부 출신 3분의 1이 넘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단’이라는 전제 뒤에 타과 출신은 다른 학교로 보겠다고 돼있다. 결국 서울대 출신이 교수가 되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어떤 교수 밑에서 배운 제자가 그 교수의 학설에 벗어나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구조가 교수사회라는 백 의원은 “교육계가 이런 권위주의, 관치 교육, 공공성 강화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획일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고민에서 과거사 청산을 제기한 것이며 그 대표적 사례가 정수장학회를 중심으로 한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의 유산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수장학회는 단순히 장학회의 문제가 아닌 언론을 매개고리로 해 유신 이념을 강고하게 틀어쥔 경우라는 것.
“박근혜 개인 이익도 문제지만 국가적 의제 흔들릴 수도”
▲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이 정수장학회 사건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백 의원은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등 언론 지분의 일부분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 큰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지금의 문제는 언론이 정치권에 의제를 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장 이번 국감만 보더라도 의원들이 언론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런 언론을 정수장학회가 틀어쥐고 있고 그 장학회를 박근혜 개인이 소유한다는 게 핵심 키워드”라며 “의제 설정이 합리적인 공론의 장이 아닌 사적 이익에 근거해 형성된다면 국가적 이익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언론의 의제설정에서 잘못된 사례로 99년 부산 삼성자동차 문제를 거론하며 “김대중 정부 당시 IMF로 삼성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실정임에도 부산 언론들은 한결같이 지역경제 죽인다면서 김대중 타도를 외쳤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역주의에 근거한 잘못된 의제 설정이라는 게 백 의원의 말이다.
그는 “언론을 장악한 정수장학회와 그 장학회를 장악한 박근혜를 바라보면서 언론이 한 사람에게 종속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오판의 문제는 심각하다”며 “박근혜 대표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등의 부도덕성 박근혜 본인이 답해야”
하지만 현재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직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은 “정수장학회 이사직 여부에 대해 단순히 법리적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켜야 한다”며 “외피를 썼다고 해서 본질의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백 의원은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이외에도 국감에서 제기한 여러 법인체와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표 본인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재산을 형성한 것, 언론을 활용한 것, 과거 일을 정리하지 않은 이 모든 부도덕성에 대한 답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박 대표는 이사장을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떳떳하다’든지 ‘심판을 받겠다’고 하든지 ‘과거를 청산하겠다’든지 이 문제를 제기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감 과정에서 예상외로 육영재단이나 정수장학회 등의 자료가 많이 나왔다고 하자 백 의원은 “우리 어르신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며 “독재는 했지만 깨끗하다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이번 자료 발굴 과정에서 결국 자기 자녀들 먹고 살 것은 이런 식으로 다 챙겨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영남대학교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국민 재산환수 운동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영남대학교는 대구 시민 품으로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로 만들어 부산 시민 품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시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단체로 만들려면 정관을 바꾸면 된다”고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다.
백 의원의 이런 노력으로 현재 육영재단은 10일부터 서울시 교육청에서 감사가 들어갔다. 하지만 재단의 불성실로 부실감사가 예상되는 등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005 10-12 /동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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