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항공기 조종사, 기장/부기장을 영어로 Captain/Co-pilot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부기장은 Co-pilot 이란 명칭 외에 First Officer 라는 표현으로도 불린다. 흔히 기장을 CAP, 부기장은 F/O 라고 명기하곤 하는데 F/O 가 바로 First Officer 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럼 'First' 라는 표현이 있으니 'Second' 라는 명칭을 가진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데..
항공기, 동력 비행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는 한 명이었다. 당시 동력 비행기는 하늘을 난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비행기 조종이라는 것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기술이었다. 굳이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 제작술이 발달하고, 더 멀리 더 높이 나는 비행기가 출현하면서 점점 비행기는 복잡해지고 각종 장비가 부가되면서 첨단화되기 시작했다. 비행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시스템이 도입되고, 조종사에게는 무수히 많은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종사 한 명을 더 태우게 되었다. 물론 비행의 안전성을 염두에 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였지만 말이다. 부조종사(Co-Pilot)가 필요하게 된 이유였다. 부조종사는 조종사를 도와 상호 점검(Cross-Check)을 해 가며 비행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콩코드 항공기 조종석 (오른쪽 판넬 부분이 항공기관사가 관장하는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제작술은 멈추지 않고 발달하면서 각종 장비가 추가되고 첨단화되었다. 게다가 민간 항공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안전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수많은 계기를 읽어내고, 비행 중 엔진상태를 점검하며, 외부 환경을 검토해야 했는데, 조종사 2명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타난 임무, 직업이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 다.
바로 이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의 또 다른 명칭이 Second Officer 다. Flight Engineer 가 기능을 표현한 것이라면 Second Officer 는 조종실에서의 임무상 권위(Authority)와 관련된 표현이다.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 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항공기관사의 주요업무는 조종실 내의 각종 계기를 통하여 항공기의 기계, 전기, 전자계통의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하며, 기체의 중량, 균형 및 연료의 탑재량을 점검하며, 기장의 지시에 따라 엔진의 출력을 조정하고 각종 스위치를 조작하며, 순항출력, 연료소모량, 기내의 여압 및 온도 등을 산출하고 조절하며, 비행일지를 작성하고 항공기의 이상여부를 정비사에게 통보한다.
위 설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항공기관사는 직접 항공기를 조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종사를 도와 항공기가 원활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조종사에 준하는 자격(조종사 면장)과 경험(일정 기간 이상의 비행기 조종 경력)을 필요로 한다.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 라는 임무가 필요하게 된 최초의 항공기는 Boeing 307 기종이다. 이 항공기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등장해 겨우 10대 밖에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항공기관사를 등장시킨 최초의 기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 항공기는 기내여압을 조절할 수 있는 최초의 상업용 항공기였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항공기였던 것이다.
항공기관사 임무가 필요했던 최초의 항공기종 Boeing 307
애초 항공기관사를 운용하는 컨셉은 비행 중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는 조종간을 부조종사에게 건네주고 항공기관사와 대책을 협의해 각종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2차 세계대전 시, B-17 폭격기에서 색다른 임무를 수행한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에겐 다름아닌 폭탄 투하 (Gunner) 라는 중요한 임무가 부여된 것이었다. 이 B-17 기종을 개량 발전시킨 것이 바로 Boeing 307 항공기라는 걸 생각하면 항공기관사라는 임무가 군용기에서 먼저 시작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항공기관사가 필요한 항공기종으로는 B707, B727 그리고 B747 기종 중에서는 초기 모델인 B747-100/200/300 기종이며, 콩코드 항공기, 록히드 사의 L-1011, DC-10 그리고 구 소련의 투폴레프 Tu-154 시리즈 등이다.
하지만 이 항공기관사라는 직업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니, 다름 아닌 기술 발달 때문이다. 기술 발달이라는 환경이 항공기관사라는 직업을 만들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술 발달 때문에 항공기관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항공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항공기관사가 수행하던 임무를 대부분 항공기 첨단 컴퓨터 시스템이 담당하게 되고, 항공사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승무원 수를 줄이려는 환경이 조합되면서 항공기관사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객기로 대표적인 B747 기종은 400 시리즈에 들어서 항공기관사 없이 조종사 2명으로 조종하는 첨단 기종이 되었다. 에어버스는 비교적 후발 주자인 관계로 제작한 항공기종 전부가 항공기관사가 필요없다.
또한 최근에는 통신 기술의 발달로, 항공기가 비행 중에 문제를 만나도 항공기관사와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지상 통제센터나 정비센터와의 교신을 통해 기술적 조언을 받아가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항공기관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민간 항공업계에서는 더 이상 항공기관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해당 비행기종들이 속속 퇴역하면서 항공기관사는 더욱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의 항공기는 그저 하늘을 나는 물리적인 비행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을 장착한 전자제품(?)이라고 하는 편이 더 가까울 것이다. 하물며 A380 같은 초대형 항공기 조차도 조종사 2명으로 비행할 정도로 온통 컴퓨터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콩코드 항공기에서 볼 수 있듯, 지금과는 또 다른 첨단 성능을 가지고 고도의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가 등장한다면 제 2 의 Second Officer (항공기관사) 직종이 다시 등장하게 될 지도 말이다.
[출처] 야후항공관련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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