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겨울이었어요. 11월~12월이었을 겁니다.
시간은 늦은 밤이었어요. 대략 11시반~ 12시반 쯤
의정부 북부역에서 내려 의정부4동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동이 맞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사온지 얼마 안되었거든요) 왕복 2차로 도로였고, 어두컴컴한 도로였습니다. 인도로 걸어가고 있는데 (인도가 좁았어요) 술취한 듯한 추리닝 입은 남자가 앞에서 어슬렁 거렸어요. 인도가 좁아서 비켜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로 돌더니 차비좀 꿔달라고 하는거에요. 돈없는데요!! 하고 비켜 가려고 했더니 못가게 계속 막더라고요. 옥신각신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또 다른 남자가 다짜고짜 제 얼굴을 퍽!! 퍽!! 때리며 따라와!!! 하더군요.
너무 놀라서 막무가내로 막 소리를 질렀는데 맞은편에 대략 4~5명의 남자분들 무리가 무슨일이야? 거기 뭐에요? 등등 뭐라고 하셨어요. 쪽수로도 밀리니 절 끌고가려고 했던 두 남자는 그냥 갔고, 저는 계속 울부짓고 있었어요. 한 남자분이 제게 피 난다며 닦으라고 주머니를 뒤지는데 아무것도 안나왔어요. 할 수 없이 주신게 담배였어요. 주시면서 이거라도 닦으라고 하더라고요. 맞은 곳에 하필 쌍코피가 나고 있었나봐요. 닦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는데 "나 저기 보이는 당구장 주인이에요. 나쁜사람 아니니 걱정 말아요" 하시더라고요.
대답을 했는지 못했는지 기억이 없어요. 그분께서 택시를 잡아주시면서 기사님께 " 기사님 이 아가씨 너무 놀랐으니 대문앞까지 잘 데려다주세요" 라며 택시비까지 내주셨어요. 온 몸에 피범벅이 되어서 오니 집은 발칵 뒤집혔고, 엄마는 그것보라고!! 여기가 좀 어두워서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냐고 두분이 싸우시고 ㅠㅠ
전 다음날 서울 불광동 이모집으로 급하게 피신을 갔어요. 한달 쯤 되어서 집을 처분하고 아빠도 합류 하셨고, 93년 부터는 계속 은평구에 거주합니다.
만약 그때 그분들이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제가 그 두 남자에게 끌려갔다면... 아마.... 평범하게 살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하루도 잊어본적 없다는건 거짓말이고... 정말 이따금 때때로 생각이 납니다.
지금도 추리닝 입은 남자가 앞에서 걸어가면 신경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트라우마 까지는 아니겠지만요.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했어요. 너무 밑도 끝도 없는 사람찾기지만... 보배엔 많은 분들이 계시니 혹시라도 보시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저 그날 무사히 집에 잘 갔고, 덕분에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어요. 너무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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