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 공군용 F-35A. (CTOL-Conventional Take Off and Landing)
별 특별함이 없는 게 공군형입니다. 지상기지에서 운용하는 통상형 전투기죠. F-22 Raptor 의 공중지배 (Air Dominance)를 보조하고 F-16 정도의 지상공격, 후방차단 능력을 갖추고, 점차 ‘버전 업’하여 나중엔 탱크킬러 A-10A의 근접지원능력까지 갖추도록 한다는 계획이지요. 사실 이 계획은 좀 억지입니다.
F-16을 교체한다는 점에서는 전혀 딴지 걸 이유가 없지요. 허나 A-10 은 다릅니다. 이곳 매니아들 중에도 A-10 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는데, 조금이라도 항공 상식을 갖춘 매니아라면 F-35가 A-10을 교체한다는 생각이 항공전술적으로 억지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근접항공지원(CAS-Close Air Support)은 아주 특별한 성능이 요구되지요. 싸고 단순한 기체 구조이지만 나름대로 이런 걸 실현시키는데 첨단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단순한 걸 만든다고 단순한 기술만 필요한 건 아니지요. A-10 이 단순무식한 것 같에도 개발당시 정말 많은 기술적, 전술적 고려를 한 기체입니다.
신뢰성 높은 부품으로 구성하여 야전에서의 정비소요를 최소화 할 것, 야전의 임시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할 것, 공기밀도가 높은 저공에서의 높은 기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유추력, 높은 종횡비의 직선익과 극단적으로 낮은 익면하중을 갖추어 저속에 선회성이 뛰어난 점, 저공이라 높은 밀도의 공기가 여러 각도로 밀려오는 관계로 엔진의 내구성도 좋아야 하고, 장시간 현장 체공을 위한 높은 연료효율, 빠른 출격과 현장 수리를 가능케 하도록 되도록 단순한 구조여야 한다는 점, 총탄류를 막아내기 위한 티타늄 방탄 장갑 등등.
F-35에는 분명 이런 성능이 요구되지는 않았습니다. 억지지요. F-35B 형이 해리어처럼 야전 임시활주로에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다 하여도 다른 모든 조건은 전혀 충족이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A-10의 걸작품인 탱크 잡는 GE사제 GAU-8 30mm 어벤저 기관포 시스템 또한 채택되지 않았지요. 이 기관포는 무게만 1,910 Kg 에 달하는 이례적인 무기였지요. 상면 공격효과에 의해 한 번 공격받은 전차는 예외 없이 박살이 났습니다.
결국 F-35가 A-10의 대체기라기 보다는 A-10 의 후계기체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지구상에 더 이상 이런 기체를 사용해서 제압할 대규모 기계화 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바로 이 A-10은 엄청난 탱크 숫자로 나토를 압박하던 바르샤바 조약군의 대규모 기갑부대를 섬멸한 목적으로 탄생한 기체였으니까요.
알다시피 동구권은 와해되고, 하나둘씩 유럽연합과 나토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가 A-10의 후계기체를 포기하게 만든 셈이지요.
어쨌거나 F-16을 대체할 공군형 F-35A는 모두 1763 대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모두 교체가 될 경우 미 공군은 F-22, F-35 의 스텔스 비행대를 보유하게 됩니다.
기본형인 만큼 단가도 가장 싸고 해외발주 기체의 대부분도 이 A형이 될 것입니다. 우리 공군도 포함해서.
(2) 해병대 및 영국공군, 해군용 F-35B. (STOVL-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
단거리 이륙 및 수직 착륙 기체입니다.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최초의 수직이착륙 초음속 전투기가 되겠지요. 헤리어 전투기처럼 공중에 가만히 떠 있는 호버링(Hovering)이 가능합니다.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난제를 극복한 기체입니다. 물론 아직 몇몇 문제점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요.
호버링을 가능케하는 Lifting 시스템은 크게 3 구조로 되어있지요.
첫째가 대형 Lift Fan 입니다. 조종석 바로 뒤에 위치하는데, 대추력을 내기 위해 대형의 쌍둥이 팬 2개를 사용하고, 상하로 붙여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시켜 반향력이 발생하는 걸 상쇄하도록 되어 있지요. 테일 로터가 없는 카시모프 헬기의 동축반전 기술을 생각하면 되겠지요. 자체 추력은 없고 자동차처럼 메인 샤프트와 클러치를 통해 엔진으로부터 회전력을 전달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리프트 팬은 최대 18,000 pound의 출력을 냅니다. 중량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첨단 소재를 대량사용하는 점, 자체동력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출력이지요. 1 pound(lb)는 0.453 kg 이니까 8,154 Kg에 달하지요. F-18A, C형과 그리펜, 그리고 우리 T-50에 사용되는 베스트셀러 중형엔진 F404 엔진의 에프터버너 최대출력을 약간 상회하는 높은 수준입니다.
수직착륙 메커니즘 둘째는 혁신적인 3-bearing 가변형 배기 노즐인데, 메인 엔진의 추력방향을 밑으로 90도 까지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단발 기체의 메인엔진의 신뢰성을 고려한다면 이 가변형 배기 노즐도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시도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소형 roll nozzle 한 쌍입니다. 좌우 날개 중앙부에 위치하여 기체의 좌우 균형을 잡는데 사용합니다. 메인엔진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추력을 이용하여 자세조절에 이용하지요.
신기하지요?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고, 생산단가도 가장 높은 이 B형 기체에 대해 좀 더 알아봅시다.
이 B형에는 세계최고의 실용 수직이착륙기인 해리어를 만든 영국 BAE 사(과거 호커 시들리 회사)의 기술진들이 대거 참여하였습니다. 애초 개발안이 나왔을 때 권위있는 미국의 항공잡지에서 엔지니어들이 평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불가능한 계획이라면서 혹평에 가까운 전망을 내놓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만큼 위험이 많던 계획이었지요. 어쨌든 시제품은 나왔고 해리어보다 더 뛰어난 기술적 진보도 있었지요. 아까 말했던 초음속 능력과 보다 높은 기동력도 그렇지만, 수직 이착륙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도 자동화시켰지요.
원래 해리어는 수직이착륙 때 조종사가 3개의 조종 장치를 한꺼번에 조종해야 했습니다.
조종간하고, 엔진 배기구의 방향을 조절하는 레버하고, 출력을 조절하는 트로틀(throttle) 레버하고 이렇게 셋을 한꺼번에 조작해야 하지요. 해리어 기는 4개의 배기노즐이 모두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어서 수동 조작이 가능하지만, F-35는 메인 배기노즐, 리프트 팬, 2개의 조종용 롤 노즐이 각각 형태가 달라 수동으로 도저히 조종이 불가능합니다. 이 4곳의 출력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은 전용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는데, 기술진이 엄청난 고생을 하여 완성한 시스템이라고 알려졌지요.
덕분에 F-35B 형의 조종사들은 해리어와 달리 조종간과 트로틀 레버 둘만 조절하면 되지만, 이 시스템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아직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리프트 팬에 동력을 전달하는 메인 샤프트에서 반향력이 발생하여 착륙시 출력을 점차 감소시킬 때 기체가 한 쪽으로 가라앉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고속회전하던 샤프트(동력전달축)가 서서히 출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메인엔진 출력 감소에 따른 정확한 반향력을 계산하고 이를 제어하는 과정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도 아직까지도 정확히 콘트롤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냉정히 따져보면 심각한 문제지요. 바다에 떠 있는 강승상륙함 등에서 강한 횡풍 등 악조건을 고려할 때 이착륙 신뢰도 면에서 문제가 큽니다. 수직 착륙 성능은 완벽해야 합니다. 좁은 항모 갑판에서 착륙하다 옆으로 몇 미터만 미끄러져도 바다에 빠지거나 다른 항공기 위로 떨어져 대형 참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니까요.
어찌 될찌는 좀 더 두고 봐야 겠지요. 이 기술개발이 지연됨으로써 상당한 개발비 추가 지출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건 곧 F-35 전투기의 생산단가 상승으로 직결됩니다.
해병대용인 F-35B 형은 모두 609 대의 발주를 예상하고 있는데, 공군처럼 해병대의 경우도 전술적 모순이 존재합니다. AV-8B Harrier를 대체할 예정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요. 허나 문제는 해병대의 F/A-18C/D Hornet 도 교체(통상 항모 착륙형인 C형으로 교체한다면 별 문제는 없지만)할 경우인데, 대형 리프트 팬과 수직 착륙으로 인하여 항속거리와 무장이 크게 제약을 받는 기체라는 점에서 해병대 항공력의 약화를 의미하게 됩니다.
이 기체는 동체 내부 공간에 대형 리프트 팬을 장착함으로써 내부연료 탑재량 및 기체 중량, 기동성, 작전반경 등에서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는 기종입니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가장 비싸고, 기술적 난제가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끝까지 지켜봐야할 문제의 기체입니다.
(3) 해군형 F-35C. (CV-Carrier Based Variant )
공군형인 F-35A 형을 항모운용이 가능하도록 개조한 형입니다. 해군 항모전단의 현 주력기인 F-18C/D형을 교체하여 모두 480 대를 구입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F-14를 교체한 F/A-18E/F Super Hornet 와 함께 하이 로우 개념으로 함께 운용될 예정이지요.
이 C형 기체도 B형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개조와 비용상승 요인을 갖고 있습니다. 해군기가 보기처럼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지요. F-18을 예로 듭시다.
매니아 여러분은 이 기체가 과거 노드롭사가 개발한 YF-17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겁니다. YF-16에게 패하고, 미 의회가 예산문제를 이유로 이 기체를 해군용으로 전용토록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F-18이 탄생하게 되었지요. 해군기체 개발 경험이 전혀 없던 노드롭 회사는 기술적 부담 때문에 이 계획을 F-4 팬톰, A-4 스카이호크 등을 만든 해군기의 명가 맥도널 더글라스 사에 매각하여 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F-18이 나오게 되었지요.
보통 공군형 기체를 해군형으로 개조할 때 10 - 20 % 의 비용상승 요인이 발생합니다. 애초 설계부터 많은 요소를 반영하면 10% 정도면 되지만, 쌩 공군기체를 개조하자면 20% 가량 더 들지요.
우선 항모운용의 특성 상 착륙과 캐터펄트 이륙시 충격 흡수를 위해 기골(frame)과 랜딩 기어가 보강되어야 합니다. 프론트 기어는 캐터펄트에 걸 수 있도록 구조와 강도가 다 바뀌어야 합니다. 공군기체와 비교할 수 없는 arresting hook도 튼튼해야지요.
아울러 착함시 저속유지와 침하율을 낮추기 위해 공력설계 자체를 다시 해야 합니다. 주날개(C형의 경우 9 feet 증가)와 꼬리날개를 대형화 하고 아울러 양호한 조정력을 확보하기 위해 leading-edge flaps 도 크게 만들어야 하지요.
착함시 침하율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보통 feet/sec 로 표시되는데 초당 몇 피트씩 기체가 떨어지는 가를 나타내지요. 아주 골치 아픈 부분입니다. 아울러 착륙시 조종사의 전방시야도 공군형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이 뿐 아니지요. 항모적재를 위해 공간을 적게 차지하도록 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foldable wing-tip) 만들어야 합니다. 아울러 내부연료탑재량도 늘려야 하지요. 지상의 공군 기지와 달리 한 대씩 착륙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정기간 상공에서 선회를 할 여유연료(대게 5 - 10%)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연료탱크 용량이 공군형과 같으면 그 만큼 작전반경이 줄어들지요.
이게 전부일까요? 아닙니다. 해군용 기체는 염분에 의한 금속의 부식방지를 위해서 비싸면서 중량을 줄이기 어려운 마그네슘 합금 등의 소재를 많이 사용해야합니다. 이것이 공군형 기체를 해군형 기체로 개조할 때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과정입니다. F-35 C형 기체에도 이러한 과정이 행해졌으며, 비용상승 요인은 공군형의 약 20 % 정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기체가 완성된다면 미 해군 최초로 VLO (Invisible 이 아닌 제한적, very low observable) 스텔스 능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4) 영국용 기체.
영국 공군과 해군은 Harrier GR.7/9 과 시해리어 F/A 2 교체용으로 F-35B/C 형을 최대 150 대를 구매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공군형은 모두 B형이고 해군형의 B형과 C형의 구입비율은 최근 프랑스와 함께 통상동력 방식으로 개발 중인 항공모함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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