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88올림픽 직전에
빨간 프라이드 디엠으로 첫차를 장만하셨습니다.
일기장에 첫 차 이야기를 써 놓으니까
일기검사 하던 담임선생님께서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아버지는 정말 차를 아끼셨습니다.
집 앞에서 손수 손세차 하시고,
집 앞의 좁은 골목에 주차하면 차가 긁힐까봐
일부러 5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학교 수위실 앞에 주차할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
솜리어린이대잔치라는 어린이날에 원광대학교에서 하는 잔치에 갔는데
아주 길죽하고 각진, 척 보기에 뭔가 있어 보이는 차를 봤습니다.
트렁크 높이가 어깨 정도로 높았을 정도로 큰 차였는데요...
특히 특이한 후미등 모양이 외제차처럼 보일 정도로 멋졌습니다.
이 차가 바로 그랜저였습니다. 일명 각그랜저.
그 때 제 머리 속에서는 '그랜저=가장 좋은 차' 라는 등식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랜저는 프라이드 타는 우리집 형편에는 너무 높아보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형편이 안좋지는 않았습니다.
4학년 때 가정환경 조사서를 집에 가져다 주니 어머니께서 재산을 8억,
월수입 7백만원이라고 적었던 기억이 나니까.
이리라는 전라도의 중소도시에서 이 정도 재산에 돈벌이면 못 사는 축은 아니었을겁니다.)
그 후로 아버지는 중학교 1학년 때 캐피탈,
고등학교 1학년 때 갤로퍼
본과 1학년 때 쏘2로 차를 바꾸시는 동안에도 저한테는 그랜저는 너무 높아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언젠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오랜만에 집에 가니까 아버지차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금색 그랜저XG Q25!!!!!
게다가 아버지차로서는 처음으로 오토모델이었습니다.
이 차를 보고 제 가슴 속에서 어떤 감정이 복받쳐 올랐는지 아십니까???
'아!!!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랜저가 우리차가 됐구나....우왕!!! 감동이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 다이너스티 같은 그랜저보다 더 좋은 차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랜저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습니다.
어쩌면 정말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랜저에 대해서 이런 아련한 추억이 있는데
그랜저를 서민차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그다지 보기 좋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지금 그랜저와 동급으로 쳐주지만,
어떤 분들은 차크기에서 소나타 급이라고 하는 SM7 3.5를 타고 다닙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비교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곤 하는데요....
'과연 내가 아버지께서 그랜저를 장만할 때만큼 충실한 녀석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물자가 풍족해서져서 과거에 비해 좋은 차를 타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차를 타는 자신이 정말 충실한 녀석인지,
아니면 쭉정이 같은 녀석인지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써여
20년쯤.... 전 아닌가요??
지금으로 치면.. ㅎㄷㄷ 입니다..
각 그랜져 하니까 생각나네요.. 언젠가.. 티비에서 방영되던.. 모래시계...
그 드라마때문에.. 중고차 시장에 각그랜져 품귀 현상까지 생겼다죠? ㅎㅎ
집에 전축이 없어서 가난하다고 생각했고요,
부모님께서 검소해서 그런지 한번도 부자라고 생각든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대학 다닐 때 3남매가 동시에 사립대 다닌적이 있었는데, 등록금을 별 어려움 없이 대주시고 용돈을 넉넉하게 주셔서 다른 집 보다 낫구나..정도 생각들었죠,
-익산시민
각그랜져랑 뉴그랜져까지가 그랜져가 부의상징이였고
XG부터는 사실...요즘 신차나올때마다 일주일뒤면 길거리에 널린거 보면
요즘 우리나라사람들 살만해졌는지 아님 씀씀이가 너무 커진건지..
제가 할말은 아니지만요^^
저희아버지는 그 당시 대우를 좋아하셔서 아카디아를 타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