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S] 월드컵 32개국의 운명을 비나이다
기사입력 2013-11-29 10:24
지난 10월 브라질과의 친선전을 관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한 취재 기자가 물었다. “한국이 브라질월드컵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상대가 누구든 늘 도전적이고 용기가 넘치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명보(홍명보 감독)는 경험이 많다. 유럽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도 재능이 있다.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확인해 기대된다. 다만 성공을 위해 필요한 한가지가 있다. 바로 행운이다. 조추첨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02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연출했고, 현재도 세계 최정상급 감독으로 인정 받는 그는 결론에서 ‘행운’을 강조했다. FIFA가 지난 1998년부터 본선 참가팀을 32개로 확대한 뒤부터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기준은 간단명료해졌다. 둘은 올라가고, 둘은 떨어진다. 같은 조에 속한 네팀 중 두팀보다 앞서야만 16강 토너먼트로 갈 수 있다. 2002년 이전까지 한국의 월드컵 참가 1차 목표는 첫 승이었다. 그러나 그 뒤 월드컵에서 매번 승리를 거두면서 이젠 16강으로 수정된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의 목표는 조에서 둘을 제치는 것이다.
2002년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바뀌었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올림픽, U-20월드컵 등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 수와 영향력에서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장족의 발전을 거뒀음에도 월드컵 16강이란 목표 달성은 녹록하지 않다. 월드컵은 간단히 말하면 현 시점에서 세계 각 지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32개국이 참가하는 대회기 때문이다.
‘누구와 붙든 우리 하기 나름 아닌가?’라는 지적은 원론적으론 맞다. 한국이 브라질도 꺾고, 스페인과 독일도 꺾는다면 목표는 16강이 아니라 우승일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한국은 이번 대회 참가팀 중 FIFA랭킹(11월 기준)으로 따지면 뒤에서 2위다. 호주만이 FIFA가 내놓은 객관적 평가에서 한국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팀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주관적으로 봐도 전력상 우리보다 나은 팀이 최소 16개 이상이라는 얘기다. 조추첨의 행운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급적이면 우리와 전력 차가 크지 않고, 선수들의 능력 너머의 조직력이 허술한, 그런 팀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히딩크 감독의 조언처럼 조추첨의 행운은 분명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브라질월드컵 조추첨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2월 6일(한국시간 12월 7일 새벽 1시, 네이버스포츠 생중계) 브라질의 휴양지인 코스타 두 사우이페에서 홍명보호가 본선 무대에서 기본적으로 상대해야 할 세 팀이 결정된다. 홍명보 감독은 최상의 조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담담하게 기다린다. 아마 상대 입장에선 우리가 들어오면 최상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냉정하게 판세를 살펴봤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한국이 참가하는 역대 아홉번째 월드컵이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32년을 기다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한국은 이후 여덟 번의 월드컵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출전하고 있다. 그 각각의 월드컵에 참가할 때마다 조추첨이 끝나고 대회를 기다리는 동안 무수한 분석과 가능성, 경우의 수 등이 점쳐왔다. 그러나 실제로 기대,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은 거둔 것은 2002년과 2010년 두번 뿐이다. 무릇 현재는 과거를 통해 배우는 법이고, 아직은 보이지 않는 미래도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대 한국이 참가했던 조추첨 결과와 이후 벌어진 상황 등을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2조: 헝가리, 서독, 터키, 한국
결과: 2패, 0득점 16실점, 탈락
스위스월드컵은 역대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조별리그 방식이 채택된 대회였다. 총 16개 참가팀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8강 토너먼트로 돌입했다. 하지만 조별리그는 현재의 풀리그 방식이 아니었다. 같은 조에 속한 3개 팀과 모두 경기를 치르지 않고 2경기만 치렀다. 당시 각 조에는 2개의 시드배정국이 있었고 이 팀들은 미배정국과 경기를 가졌다. 한국이 속한 2조에는 헝가리와 터키가 시드를 받아 한국은 그 팀들과 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2전 전패였다. 첫번째 상대인 헝가리에게 0-9로 패했고 터키에게는 0-7로 패했다. 수준 차는 당연했다. 한국은 네덜란드령 동인도, 인도에 이어 월드컵에 참가한 역대 세번째 아시아 국가였는데 헝가리는 당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국가였고 터키도 시드를 받을 정도의 강팀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2조에서 서독이 터키를 잡음으로써 양국은 1승1패가 돼 조별리그 통과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독일은 여기에서도 이겨 8강에 갔고, 유고슬라비아,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차례로 꺾고 처음으로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그 유명한 ‘베른의 기적’이다. 한국으로선 이 대회는 그야말로 참가에 의미를 둘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아시아 축구의 수준은 지금보다도 훨씬 어려웠고 대부분 국가의 정세도 어지러웠던 시기다. 월드컵의 모든 것이 낯설었던 대회였다.
A조: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한국
결과: 1무 2패, 4득점 7실점, 4위로 탈락
동아시아 예선에서 숙적 일본을 꺾으며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낸 한국은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러나 조편성이 재앙이었다. 전년대회 챔피언인 이탈리아가 시드배정국(포트1), 아르헨티나가 포트2에서 들어왔다. 당시 FIFA는 개최국에 전년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시드를 배정했는데 아르헨티나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2차 라운드에서 이탈리아, 브라질에 패해 탈락하며 포트2에 배정됐다. 문제는 아르헨티나에 세계 최고의 선수인 디에고 마라도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본선이 24개국으로 꾸려질 때다 보니 한 조에 세계적인 팀이 2개씩 들어오는 일이 많았지만 포트2에서 가장 피하고 싶었던 팀을 하필 만난 대회였다. 당시 보도를 보면, “한국은 불가리아를 1승 상대로 삼아 와일드카드로 올라간다”는 게 16강 진출 전략이었다. 24개국이 6개조 나뉘어지는 시스템이었고(1994년까지 지속)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16강에 합류했다. 결과는 한국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 1-3으로 패한 한국은 비 속에서 열린 불가리아전에서 1-1로 비겼다. 마지막에는 이탈리아와 접전을 펼쳤지만 2-3으로 패했다. 한국은 2무 1패의 불가리아에 뒤져 1무 2패로 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불가리아는 와일드카드로 16강에 갔다. 만일 불가리아전에 승리만 했다면 한국은 1승 2패에 골득실도 높아 와일드카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이탈리아전을 비겼어도 16강이 가능했다.(당시 1승은 승점 2점이 주어졌음)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E조: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 한국
결과: 3패, 1득점 6실점, 4위로 탈락
한국이 참가한 월드컵 중 가장 실패한 대회로 평가 받는다. 기대와 완전히 대비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 추첨에서 스페인, 우루과이, 벨기에와 같은 조에 배정된 뒤 나온 예상은 “첫 16강 가능”이었다. 당시 스페인은 강호긴 했지만 현재의 위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벨기에와 우루과이는 우리가 익숙했던 강호들보다 이름값이 떨어졌다. 아시아 예선에서 무패로 통과한 한국은 세계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무지함에서 나온 완벽한 착오였다. E조야말로 그 대회의 죽음의 조였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팀의 전력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1986년 4강 진출을 이끈 황금세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1986년 대회를 통해 모처럼 월드컵에 돌아온 우루과이도 자신감이 있었다. 16강을 꿈꾸는 우리와 달리, 외부의 평가는 ‘한국이 확실한 1승 제물’이었다. 결국 한국은 벨기에(0-2), 스페인(1-3), 우루과이(0-1)에게 잇달아 패했다. E조에서는 한국만 제외하고 모두 16강에 올랐다. 당시 실패에는 분석 부재가 한 몫 했다. 이차만 수석코치가 스페인과 벨기에의 분석을 위해 유럽을 다녀왔는데 귀국하며 자신감을 표출한 것과 달리 상대팀의 제대로 된 연습경기 한번 보지 못했다. 대회 직전 이회택 감독이 나무로 올라가 상대 훈련을 염탐하고, 시차 적응을 위한 피로를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1주일 전에 출국했던 것이 당시 세계 축구와 동떨어진 한국의 현실이었다.
C조: 독일, 스페인, 볼리비아, 한국
결과: 2무 1패, 4득점 5실점, 3위로 탈락
미국월드컵은 고난 끝에 도달한 무대였다. ‘도하의 기적’으로 불리는 아시아 예선에서의 극적인 통과로 힘들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조편성은 1986년 대회의 상황과 비슷했다. 전대회 챔피언이자 당시 FIFA랭킹 1위였던 독일이 포트1에서, 포트2에서 네덜란드와 더불어 가장 강한 팀으로 평가 받던 스페인이 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포트4에서 가장 약체로 꼽히던 볼리비아를 만난 것이었다. 힘들었던 예선 통과와 강호가 둘이나 들어온 조 편성으로 인해 비관적인 예상이 다분했다. 하지만 한국이 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 경기에서 스페인과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1차전이 끝난 뒤 기대는 한껏 고조됐다. 볼리비아를 잡는다면 한국의 첫 16강 진출은 확실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를 주도하고도 0-0으로 비겼다.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에 3골을 먼저 실점했지만 후반에 대반격을 펼치며 2-3까지 따라가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결국 2무 1패, 조 3위를 기록했지만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해 16강에 가지 못했다. 당시 미국과 이탈리아가 1승 1무 1패로 16강에 합류했는데 볼리비아를 잡았다면 한국이 골득실이나 다득점에 힘입어 그 자리로 가는 상황이었다. 전력 상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은 상대팀의 약점과 현지 상황을 잘 분석해 차이를 메웠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김호 감독님은 역대 대표팀 감독들 중 전력 분석과 작전 회의에 가장 공을 들였던 분이다”라고 소개했다. 스페인, 독일전의 경우 미국에서도 가장 뜨거운 댈러스의 6월 말 기후와 상대팀의 체력 저하를 적극 활용해 전력 차를 좁힌 경우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E조: 네덜란드, 멕시코, 벨기에, 한국
결과: 1무 2패, 2득점 9실점, 4위로 탈락
FIFA는 1998년 대회부터 현재도 적용되고 있는 32개국 참가, 와일드카드 없는 토너먼트 진출의 모델을 적용했다. 차범근 감독의 지도 아래 아시아 예선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본선에 오른 한국은 네덜란드, 벨기에, 멕시코를 만났다. 당시 한국의 모든 축구인 중 유럽을 비롯한 세계축구의 흐름을 가장 잘 알던 차범근 감독은 “역대 최악의 조”라고 평가했다. 언론에서는 예선에서의 부진으로 감독이 경질된 멕시코를 ‘1승 제물’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벨기에를 ‘지는 해’로 평가한 것과 반대였다. 결국 본선에서 나온 결과물은 차범근 감독의 예상대로였다.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멕시코전에서 월드컵 첫 선제골을 넣고도 하석주의 퇴장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네덜란드에 당한 0-5 패배는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경기로 통한다. 여느 나라처럼 대회 전 선수들의 수당과 보너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던 차범근 감독은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대회 중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2002년부터 축구협회는 대회 전 수당과 보너스를 미리 발표하고 있다.) 벨기에전에서 한국은 투혼을 발휘했고, 후반 체력적 우세를 앞세워 밀어부친 끝에 무승부를 거두며 대회를 마감했다. 프랑스월드컵의 부진은 판세를 잘못 분석한 것보다는 ‘에이스’ 황선홍의 부상, 예선 결과에 도취된 언론과 팬들의 오판, 그리고 축구협회의 행정지원 부재가 총체적으로 결합돼 나온 비극이었다.
E조: 한국, 포르투갈, 미국, 폴란드
결과: 2승 1무, 4득점 1실점, 1위로 통과, 최종순위 4위
2002년은 한국 축구가 총력을 기울여 만들어 낸 역사다. 어쩌면 다시는 데려오지 못할 세계적 수준의 감독이 왔고,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망신을 당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국가 전체를 월드컵 전시 체제로 만들었다. 축구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물량과 행정조치가 지원됐다. 그럼에도 성공 이면에는 조추첨의 행운이 더해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개최국 자격으로 시드를 배정받으며 이전 대회와 달리 확실한 강팀 하나를 피한 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포르투갈이 있긴 했지만 미국, 폴란드의 조합은 이전 대회들에 비하면 한결 부담이 덜했다. 이런 상황은 공동개최국 일본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일본은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를 만났다. 부산에서 벌어진 조추첨식 후 히딩크 감독은 “만만하게 볼 팀은 아니지만 일단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언론이 내린 대세적 평가는 ‘포르투갈은 어려운 상대고, 유럽예선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폴란드도 쉽지 않다. 미국이 현실적인 1승 상대다’였다. 1승 1무 1패, 조 2위로 16강 진출을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뚜껑을 열자 폴란드와 미국의 전력은 예상과 정반대였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꺾었고, 미국과의 2차전에선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미국은 1차전에서 포르투갈을 3-2로 꺾기도 했다. 결국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갔다. 당시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 상주 감독은 “언론의 예상과 달리 히딩크 감독은 미국을 더 경계했었다. 폴란드는 유럽 예선 당시 가장 무난했던 조에 속했던 도움을 받았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확실한 1승 전략은 폴란드전에 맞춰 수립했었다. 애당초 목표는 2승을 거둬 1위로 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G조: 프랑스, 스위스, 한국, 토고
결과: 1승 1무 1패, 3득점 4실점, 3위로 탈락
2002년 대회의 성공은 짧은 환희 이후 대표팀에게 기나긴 압박으로 작용했다. 4강 진출이 개최국 이점을 등에 입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내외적으로 납득 가능한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는 게 2006년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의 당면과제였다. 2006년 대회부터는 FIFA의 포트 정책에 대한 대원칙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포트1에는 시드배정국이, 포트2에는 아프리카+남미, 포트3에는 시드를 받지 못한 유럽, 포트4에는 아시아+북중미가 배정됐다. 한국은 시드배정국 중 프랑스와 함께 속했다. 포트2에선 처녀출전국인 아프리카의 토고가 들어왔고, 포트3에선 네덜란드, 포르투갈, 체코를 피해 스위스와 만났다. 전체적으로는 2002년 못지 않은 괜찮은 조편성이라는 평가였다. 토코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선수 구성 면에서 대회 최약체로 분류됐다. 결국 문제는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인 스위스였다. 토고에 2-1로 승리하며 원정 월드컵에서 첫 승을 거두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도 선전하며 1-1 무승부를 거뒀지만 이게 한국에겐 정작 악재였다. 전력에서 가장 앞선다고 판단되던 프랑스가 스위스, 한국을 상대로 모두 비기며 한국은 1승 1무를 거두고도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야만 되는 상황에 처했다. 골득실에서 뒤지는 상황이라 1승 2무가 돼도 떨어지는 것이었다. 결국 한국은 스위스에게 0-2로 패했고 1승 1무 1패로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한국은 2006년 대회에서 승점 4점 이상을 확보하고 16강에 가지 못한 유일한 팀이었다. 멕시코와 호주는 같은 조건으로도 16강에 올랐었다.
B조: 아르헨티나, 그리스, 한국, 나이지리아
결과: 1승 1무 1패, 5득점 6실점, 2위로 통과, 최종성적 16강
2010년 대회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가장 현실적인 과정을 보여준 대회였다. 아르헨티나라는 확실한 강자가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전력 차가 크지 않은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쳐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예상대로 3승을 어렵지 않게 가져갔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한국 1승 1패, 그리스 1승 1패, 나이지리아 2패였다. 한국과 맞붙는 나이지리아 입장에서도 2위 자리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불리한 쪽은 아르헨티나를 만난 그리스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나이리지라와 치열한 경기 끝에 무승부를 거두며 2위로 올라갔다. 이 대회에서 1승 1무 1패의 결과로 16강에 오른 팀은 한국을 포함해 4개 팀이었다. 2002년, 2006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도 첫 경기(그리스전) 승리가 큰 동력이 됐다. 16강 진출의 해법은 크게 전력 상 확실하게 앞서 있는 최강자가 3승 혹은 2승 1무를 거두는 조건 하에 첫 경기 승리, 승점 4점 이상을 거두는 것임을 다시 확인한 대회였다. 한국이 시드배정국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와는 본선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것도 증명됐다.
FIFA는 대회를 거듭할수록 지역별 안배, 그리고 객관적 전력과 월드컵에서의 성적에 따른 시드 배정 및 포트 구분 등의 체계를 완성하며 조추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는 4.5장을 받는다. 규모나 시장성에선 적절하지만 전략만 봤을 때는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자연스럽게 조추첨에서 정리가 된다. FIFA는 한때 아시아와 남미, 혹은 아프리카를 동일 포트에 묶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대회부터는 북중미와 함께 포트를 구성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력 상 가장 약한 두 대륙을 한 포트에 넣어 조편성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 맞추는 것이다. 이번 2014년 브라질월드컵도 이변이 없는 한 앞선 두 대회와 동일한 형태의 포트 구성을 할 전망이다. 포트1은 이미 개최국 브라질에 시드배정국 7개팀이 확정된 상황이다. 지금부터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행운의 조추첨 결과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살펴보자. 지난 2010년 대회에 쓰였던 포트 배정 방식을 기본으로 세계 주요 언론들이 예상하고 있는 스페셜 포트(프랑스, 포트3 포함 예상)가 대전제다.
FIFA는 이번 월드컵의 시드배정 기준을 지난 10월 FIFA랭킹으로 삼았다. 플레이오프가 진행된 이후 성적이 아닌 유럽과 남미의 예선이 끝난 시점에서의 성적이 반영되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잉글랜드가 시드를 받지 못하고 최근의 A매치와 월드컵 예선에서 선전한 스위스, 벨기에, 콜롬비아가 진입했다. 스위스와 콜롬비아의 경우 역대 처음으로 시드를 받은 경우였다. 그렇다면 시드배정국으로 구성된 포트1에서는 어떤 팀이 오는 것이 좋을까? 많은 분석은 콜롬비아, 스위스 같이 월드컵에서 호성적을 거둬온 전통적인 강팀보다는 FIFA의 기준에 따라 시드를 남미와 유럽의 중상위권 팀과의 만남이 낫다는 평가다. 그러나 1990년 대회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비등한 전력의 팀이 몰리는 것은 우리에게 최악의 상황이 된다. 물론 그때와 비교해 한국의 경쟁력과 선수구성, 월드컵에서의 자신감은 천양지차다. 그래도 빠져나갈 구석 없이 물고 물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가장 곤란해지는 것은 객관적 전력 상 가장 떨어지는 아시아와 북중미 국가일 수 밖에 없다. 2010년 대회의 아르헨티나처럼 확실히 치고 나가는 강팀이 있는 것도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강팀이 예상과 반대로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면 2006년 대회의 프랑스처럼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팀도 강팀 나름이라는 얘기다. 최악은 역시 개최국인 브라질이 걸리는 것이다. 개최국은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조추첨이 벌어지기 전에 A조에서 경기 배정이 완료돼 개최도시 상황까지 미리 대처하고 있는 유일한 팀이다. 현재 유럽에서 스페인을 위협하는 유일한 후보군이자 ‘약체 킬러’로 유명한 독일도 피해야 할 상대다. 현 시점에서라면 아르헨티나, 스페인과 한 조에 속하는 건 우리가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차악, 혹은 차선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추첨의 최대 관심의 프랑스의 향방이다. 이번 대회에서 시드를 받지 못한 유럽 국가는 총 9개팀이다. 단일 포트 구성을 초과했다.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5개국과 시드를 받지 못한 남미 2개국이 속한 포트에 유럽 1개팀 스페셜 포트로 들어간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프랑스를 꼽고 있다. FIFA가 시드배정에 썼던 원칙인 10월 FIFA랭킹 기준으로 본다면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가장 낮은 순위에 있다. 프랑스의 현재 위상은 FIFA랭킹이 대변하는 대로다. 지네딘 지단이 이끌던 시대의 프랑스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2010년 대회에서 자중지란에 빠지며 조별리그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하는 치욕을 겪었다. 유로 2012에서도 만회를 못했고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경기력에도 허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프랑스를 무시할 수 없는 건 그들이 지닌 선수 구성 때문이다. 스쿼드만 놓고 보면 우승후보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팀 분열과 조직력 부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디디에 데샹 감독이 남은 시간 동안 재정비에 성공한다면 브라질에 오는 프랑스는 다른 팀이 된다. 2002년의 브라질, 2006년의 이탈리아, 2010년의 네덜란드가 본선에서 반전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FIFA가 예상과 다른 원칙을 적용해 프랑스가 아닌 다른 유럽팀을 선택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조편성이 나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프랑스가 들어간다는 것은 포트1에서 남미 국가가 나왔다는 의미다. FIFA는 유럽 3개국이 한 조에 속하는 상황은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스페셜 포트는 따로 조정을 한다. 즉 한국이 포트1에서 유럽을 만나면 프랑스로 예상되는 스페셜 포트는 만날 일이 없다는 얘기다. 시드를 받은 남미 국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로 콜롬비아를 제외한 남미+스페셜 포트의 조합이 이뤄지는 조가 죽음의 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은 2006년 대회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팀과 한 조에 속했다. 이후 지난 2010년 대회에도 아프리카 팀이 포함됐다. 한국이 아프리카를 만날 확률은 5/8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미 1+유럽1, 혹은 유럽2 조합에 아프리카로 구성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아프리카는 이제 다크호스를 넘어 유럽, 남미의 뒤를 잇는 제3의 세력이다. 대다수의 선수가 유럽의 수준 높은 리그와 클럽에서 활약 중이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웬만한 유럽과 남미의 중위권팀보다 위에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의 토너먼트 진출은 실제로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1998년 이후 한팀만이 대회별로 16강에 올랐다. 최근 세 차례 대회만 놓고 보면 아시아-오세아니아가 5회(한국 2회, 일본 2회, 호주 1회)의 16강 진출을 이뤄낸 반면 아프리카 3회(세네갈 1회, 가나 2회)에 불과하다. 아프리카가 경기력 수준과 그에 준하는 평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변수가 많은 특징 때문이다. 한국이 맞붙었던 상대들을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2006년 대회의 토고는 본선 진출 후 감독 교체설로 우왕좌왕했다. 국가 권력이 협회 집행부에 관여하면서 상황은 더 어지러워졌다. 선수들의 훈련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보상금 문제도 논의가 되지 않으며 사기가 떨어졌다. 한국은 그런 토고를 1승 제물로 삼을 수 있었다. 2010년 대회의 나이지리아도 본선 진출 후 감독을 교체하며 스스로 어지러운 상황을 만들었다. 팀 내외적으로 불안 요소가 많은 아프리카 국가라면 한국에겐 행운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은 상대다. 반면 디디에 드로그바가 있는 코트디부아르, 아사모아 기안과 마이클 에시엔이 이끄는 가나, 사무엘 에투의 카메룬처럼 확실한 구심점이 있는 아프리카 팀이라면 오히려 포트4에 있는 유럽 국가 이상의 위협이 된다.
조추첨에서 마지막으로 촉각이 모이는 것은 포트4다. FIFA는 2010년 대회부터 시드 배정 기준을 기존의 월드컵 성적+FIFA 3년 랭킹 합산이 아닌 월드컵 예선 종료 시점의 FIFA 랭킹으로 바꿨다. 대부분의 축구강국들은 일정 수준의 FIFA 랭킹을 유지하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번 대회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FIFA가 시드배정의 기준으로 삼은 2013년 10월 FIFA랭킹에는 이변이 잇달았다. 포트4에는 유례 없이 많은 유럽의 강자들이 모여 있다. 지난 대회 준우승국인 네덜란드, 유로201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는 시드를 받아 포트1으로 갔어야 맞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팀 다 불과 2점도 되지 않는 포인트 차로 스위스에 밀리며 시드를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속하는 조 역시 죽음의 조가 될 확률이 높다. 이탈리아는 유로2012에 이어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강한 전력을 선보였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의 팀 장악력도 높아 2010년 대회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은 낮다. 네덜란드는 루이스 판 할 감독이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며 특유의 화력을 앞세워 본선에 올라왔다. 유럽예선 성적은 9승 1무 34득점 5실점으로 독일과 더불어 가장 압도적이었다. 플레이오프를 거쳤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스타를 앞세운 포르투갈도 포트4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팀이다. 잉글랜드, 크로아티아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한국 입장에선 그리스가 가장 환영할만하다. 2010년 대회에서 완승을 거뒀고 친선전과 각종 대회에서도 그리스를 만나면 성과가 좋았다. 플레이오프에서 루마니아를 제압했지만 오랜 숙제인 세대교체를 아직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그리스를 해볼만한 상대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처음으로 월드컵을 밟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월드컵에서 호성적을 거둔 지 오래인 러시아도 FIFA랭킹 차이만큼의 전력 차는 나지 않는 팀들이다.
브라질은 전세계에서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다섯번째로 큰 국가다. 넓은 만큼 열대부터 아열대, 온대까지 기후도 다양하게 분포한다. 한 국가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개최도시에 따라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대회는 미국에서 열린 1994년 대회 이후 참가국들이 가장 먼 이동을 해야 하는 대회다. 최악의 경우 2,000km가 넘는 거리를 계속 오가야 한다. 브라질은 12개 개최도시 중 8개 도시를 기후가 선선한 해안도시로 선정했다. 변수는 북서부 내륙에 홀로 위치한 마나우스다. 마나우스는 쿠이아바와 더불어 이번 대회 개최도시 중 시차가 다른 두 도시다. 특히 마나우스는 아마존 분지의 열대 우림 지역에 있어 기후조차 확연하게 다르다. 1년 내내 30도를 넘나드는 지역인데 여름과 겨울이 우리와는 반대인 남반구에 있음에도 대회가 열릴 6월 평균 기온이 31도에 달한다. 습도가 무려 83%에 달해 엄청난 체력전이 요구된다. 상파울루, 히우지자네이루와 비교하면 평균 기온은 10도 이상 차이가 난다. 거리 상으로도 가장 멀어 이들 도시와 마나우스를 오가야 하는 조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적을 상대해야 한다. 조편성 상 가장 많은 이동으로 불편한 상황을 맞아야 하는 것은 D조다.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현재 브라질월드컵 기간 동안 쓸 베이스캠프로 파라나주의 이과수로 낙점한 상황이다. 이과수는 기후, 환경, 거리 면에서 상파울루, 히우지자네이루, 쿠리치바, 포르투알레그리에서의 경기는 유리하다. 반면 마나우스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 캠프 변경을 고려해봐야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브라질월드컵 조추첨 TV생중계 안내>
다가오는 12월 7일 01:00에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조추첨을 네이버스포츠에서 TV생중계 할 예정입니다.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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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생각
-최강의 꿀조합-
시드 1 : 스위스 + 시든 2 : 한국 + 시드 3 : (칠레 or 알제리) + 시드 4 : (보스니아?)
과연 최악의 망조합은?
갱들 총가지고 길거리에서두 갈겨대드만
독일이 3팀다씹어먹고
알제리나그리스중에서 한팀지면
한국이 1승1무1패로도 16강갈수있슴~
4포트에선 러시아 보스니아 그리스중에서만나야 괜찬쿠
1포트에선 오히려 스위스만나면 어지러워질수가있습니다.~ 전력차가비슷해서행여나1패라도하게되면 16강불투명 1승2무 보단 1승1무1패가 쉽지요?
가장 효율적인 조는
1포트 브라질 스페인 독일 아르헨티나 중에걸리구
2포트 한국
3포트 저위에써있는 나라빼놓고 전부~
4포트 위에써있는나라~
이해를 잘 못하시나 봄..?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브라질?ㅋㅋㅋㅋ 스페인?ㅋㅋㅋㅋ 독일?ㅋㅋㅋㅋ 아르헨티나?ㅋㅋㅋㅋ
콜롬비아?ㅋㅋㅋㅋ 벨기에?ㅋㅋㅋㅋ 우루과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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