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아직은 운전이 서툴고 수동운전에 자신이 없던 때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에 들어가서 출퇴근을 위해 중고차를 사서 돌아다닐때였죠.
그때 토요일에
대전의 동양백화점 4거리에 유독 신호 위반을 잡는 경찰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그래서 노란불이 켜질때는 유독 더 신경을 쓸 때 였는데,
그만 노란불에 진입하고 빠져나가려다가 어느 승합차의 옆을 긁고 말았습니다.
교차로 나와서 바로 옆에 차를 대고 그 차를 보니 봉고차량인데
임시 번호판을 단 새차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사고라서 저도 당황하고 정신도 없고 뭘 먼저 해야하지? 생각하고 있는데
차주분께서도 제 차 앞에 차를 대시고는 당황하는 저를 보시고는
"어짜피 이 차는 업무로 화물 이동하려고 뽑은 차다. 이거 긁은거 그냥 나 아는데서
싸게 처리하면 되니까.... 사회 초년생 같은데 당황하지 말고 그냥 가셔라.
당신 차도 긁혔는데 저거 잘 수리하셔서 다시는 교차로 진입할때 서두르지 마셔라..."
라고 하시더라요.
당연히 보험 처리하는게 맞는데 저는 보험 처리를 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일때문에 차를 계속 써야 하는데 보험 처리 때문에 이래저래 차를 못쓰면 안된다.
괜찮으니 그냥 가셔라." 라고 계속 하시더라구요.
물론 보험처리하는게 당연히 맞는겁니다. 그분께서 하신 행동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살면서 사실 그 분을 잊어본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사고 전에 한달정도 전에 저도 토요일 출근길 교차로 신호대기중에
다른 차가 제 뒤를 쿵하고 박은적이 있었습니다.
내려서 살펴보니 한 가족께서 주말 나들이 여행을 나오셨더라구요.
특히 대여섯살 되는 아이까지 있어서....
범퍼에 조금 흔적만 남았기에 그냥 가셔도 될 것 같다고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괜히 저때문에 주말 여행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있어서 더 그랬었는데
제 작은 호의가 이렇게 열배, 백배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당시 40대~50대 로 보이셨던 분이셨으니 지금은 육십~칠십대가 되셨을 분이라
이곳을 방문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 갖고 있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아직까지 20여년 무사고로 조심히 운전하고 있습니다.
작은 호의가 당연시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아님을 꼭 말씀드립니다.
원칙대로 처리하는것이 오히려 상호간에 더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
좋은 분은 좋은 분을 만나게 되나봅니다...
밤바 기스 정도는 걍 보내주는게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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