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주 오랫동안 눈팅만하던 사업가입니다.
해외직구 관련해서 너무 많은 오해와 분란이 있는 것같아 나름 전문가 입장에서 총정리를 하겠습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면 소비자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저렴한 걸 구매해야 좋지요.
알리,테무 등 초저가 공세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매우 저렴한 가격에 필요물품을 구매하지만, 국내에 많은 수입, 유통하는 회사들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제가 가장 불편했던 건 단 하나입니다.
“그동안 국내 업자들이 얼마나 눈탱이를 치고 있었던 거냐”는 말이요. 하나만 알아 주세요. 자유시장 경쟁 체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외에는 거의 고마진을 볼 수가 없는게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공장도가 1000원짜리 제품이 있다면, 관세+부가세+운송비 합쳐서 통상 곱하기 1.25(원화로 이야기하는 거니까 환율은 적용 안 시키겠습니다)를 해야 수입원 원가가 나옵니다. 물론 제품의 부피나 관세가 높은 제품(ex 의류 등)들은 원가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대개 이정도로 계산을 합니다. 그러면 1000원짜리는 1250원이 원가가 되는 것입니다. 인증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러면 1250원짜리를 어떤 업자가 직접 수입을해서 그 어떤 유통업체에 안 주고 온라인으로 직접 판다고 가정해 보죠. 게다가 박리다매를 위해 네이버스토어팜에 1600원에 판매를 한다고도 가정해봐요. 이 가격에 판매를 하는것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판매 수수료에, 인건비에 창고비, 택배를 위한 패킹 비용까지 따지면 말이죠. 이렇게 말도 안되게 싸게 파는 제품을 알리, 테무는 거의 공장도 가격과 비슷한 1000원에 무료배송으로 팔고 있는겁니다. 그러니까 소비자분들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1000원에 무료배송하는 제품을 국내에서는 1600원+배송비에 사야하므로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고 오해를 하게 되는 겁니다. 게다가 수입업체-유통업체-여러 판매채널의 수수료 등 유통 방식에 따라 더 높은 판매가가 형성되는 제품은 말할 것도 없지요.(거의 모든 제품들이 채널별로 많지 않은 마진에 움직입니다)
어떻게 알리 등은 이렇게 공장도 가격에 팔고 있는지는 굉장히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짧게 몇가지만 언급해 보면, 원가에 0.7%(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의 마진만 붙여서 판매합니다. 회사가 0.7% 마진이면 당연히 남는게 없겠죠? 그러나 사이트 내에서 광고비를 받아 어느 정도는 충당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쓰는 그들은 수익을 낼 수가 없습니다. 무료배송은 국제 ems 협약(국내에서 일부 배송비 지원함)부터 대량 물류 시스템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중국 내수에서 판매되는 수익이나 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로도 수익을 낼 수가 없는 구조가 맞습니다.
그들은 그냥 여러분들의 ‘데이터’와 ‘습관’을 사 두는 겁니다. 이 데이터와 습관은 매우 무서운 겁니다. 처음에 카카오톡이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버티고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쿠팡 또한 그러합니다. 쿠팡은 초창기 낮은 수수료로 판매자들을 꼬셔서 현재까지 엄청난 판매자와 구매자의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고, 많은 구매 ‘습관’을 축적한 뒤, 지금은 불쌍한 판매자들의 고혈을 빨아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입니다. 쿠팡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다 하려면 논문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위의 글에서 언급한 1000원짜리 제품에는 인증비가 없다고 말씀드렸죠? 만약에 인증이 필요한 어떤 제품이라고 생각해보죠. 그러면 원가가 아주 많이 상승하게 됩니다. 인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맞나 의심이 들기도 하죠.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너무 방대한 이야기가 될테니까요. 인증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식약청 검사가 필요한 아주 간단한 식기류나 몇몇 전자기기들은 보통 100만원 내외로 정해집니다. 화학품이나 의약품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요, 여러분들이 많이 쓰시는 충전용 배터리류나 아답터 등은 수백만원의 인증비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컴프레셔가 들어가는 제빙기 같은 제품들은 약 천만원 정도 들어가고요, 가스 안전용품은 수천만원이 들어갑니다. 디테일하게 계산 안 해 드려도 왜 해외직구 제품들과 국내 유통되는 제품들과의 불평등이 있는지 이해가 가실 겁니다. 당연히 국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국내 수입유통하는 업체들의 보호에도 해외직구 관련 제한사항은 꼭 필요합니다.
얼마전에 정부에서 해외직구 관련 제한사항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되자 다시 거두었다는 뉴스를 많이 봤습니다. 참으로 졸속행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해외직구에 그렇게 제약을 한다는 건 누구에게서 나온 생각인지 정말 황당했습니다.
아 이런 식으로 글을 쓰다가는 너무 오래 걸릴거 같아서 제가 꺼낸 말이니 이에 관한 저의 개인적인 해결 방법 몇가지 적고 마치겠습니다. 제가 정부에 있는 관계자라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나도 이렇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생각이니 여러분들의 다른 의견이 있다면 같이 논의하고 싶습니다.
첫째, 보편적인 인증관련해서는 전세계가 공통된 인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식품도 국내에서 따로 인증을 받아야하고, 유럽의 CE 인증을 받은 제품이나 그 어떤 나라의 전통있는 안전 인증을 받더라도 국내에서는 인정이 되지 않고 따로 또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심지어 같은 공장의 같은 제품이라도 수입하는 사람마다 각각 돈을 지불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죠. 이 외에도 정말 이해하지 못할 내용들이 많지만 이 정도까지만 할게요. 제 이야기의 결론은 특별한 국가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보편적인 제품들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둘째. 국제적으로 대개 통용되는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말되, 그 어떤 인증도 받지 않거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에 관해서는 철저히 규제하자입니다. 알리나 테무를 통해 구매한 몇몇 제품들은 뜯어서 확인한 결과 큰 사고 나지 않은게 다행이다라고 생각할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전자제품과 가스 제품에 관해서는요. 어린이 용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연구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반드시 해외직구로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카테고리가 있다는 뉴스도 보았고,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해외직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불황에 직면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업체를 위해서는 ‘평등’을 위한 적합한 직구 규제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고요.
글이 너무 길어서 다 읽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련의 사태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선구자가 정부 부처에 꼭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정부랑 같은 입장인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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