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 세계 EV 판매량은 324만대를 기록하며 누적 등록대수가 처음으로 1천만대를 넘겼습니다. 누적 판매량으로는 중국이 555만대로 압도적인 1위고 작년 한 해 판매된 EV도 136만대로 압도적 1위입니다. 2위는 누적 판매량으로는 174만대가 등록된 미국이지만 작년 한 해 판매량으로는 39만대를 판매한 독일이며 EV 판매량이 어마어마하기로 유명한 노르웨이가 11만대 작년 판매량으로 보나, 48만대 누적 등록대수로 보나 4위 자리를 기록했습니다.
신차판매량 중 EV 점유율 얘기로 넘어가면 순위가 제법 바뀌는데요. 노르웨이가 범접할 수 없는 74.7% 점유율로 1위, 아이슬란드가 45.0%로 2위, 스웨덴 32.2% 3위, 핀란드 18.1% 4위, 덴마크 16.4% 5위, 스위스 14.3% 6위, 독일 13.5% 7위, 중국 5.4% 8위로.. 상위 몇 개의 나라들이 EV 메이저 플레이어 노릇을 하고 있네요. 참고로 지역을 조금 쪼개서 보면 중국 홍콩이 14.0%,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8.1%로 이 사이사이에 들어갑니다. 유럽 연합은 11.4%.
* 재미로 보세요. 2020년 자료는 아닌거 같지만 맥라렌 P1이 EV 베스트셀러 먹는 나라도 있다 정도만 알자구요 ㅋㅋ
국가 별로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며 독특한 점과 그러한 배경에 대해 조금 알아봤습니다. (알파벳순)
1. 중국
중국은 EV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국가입니다. 시장이 크다보니 당연한 결과고 전 세계 EV의 42%가 중국에서 판매 됩니다. 중국이 대단한 점은 승용차만 EV가 가장 많이 팔릴 뿐만 아니라 EV 버스의 경우 전 세계의 98%가 판매되는 무지막지한 곳입니다. 대형트럭의 EV화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미 10% 점유율을 넘었다고 하네요. 다만 시장이 워낙 폐쇄적이라 국산차 판매 비중이 96%나 됩니다. 테슬라가 그렇게 많이 판매되어도 돌아다니는 트럭과 버스를 합치면 별 수 없나봐요 ㅎㅎ
중국이 이토록 EV 강국이 된 것에는 나름 배경이 있습니다. 이미 상당히 오래전인 2013년에 승용차에는 최대 $9,800, 화물차에는 최대 $81,600에 이르는 보조금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 중국에 흔하디 흔한 전기 버스
2. 덴마크
작년 점유율 기준으로 EV 점유율 6위긴 한데 보조금 제도가 축소되기 전에는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2위였던 국가죠. 그래서 그나마 아직까지 6위라도 하는 듯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찾기 어렵네요.
3. 핀란드
혹독한 겨울철 기온에서 시동을 걸기 쉽도록 엔진 블럭을 덥혀두는 블럭히터라는 전기장치가 있습니다. 핀란드의 겨울은 아주 춥기 때문에 블럭히터를 사용하지 않는 집이 없다시피 하고 따라서 EV 충전 인프라가 갖추어진 채로 보급을 시작했다고 봐도 됩니다. 따라서 초창기 EV 연구를 위해 핀란드에 설립된 굵직한 업체들이 많았고 이 또한 핀란드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핀란드에서는 엔진블럭히터 사용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4. 독일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의 EV 성장세가 작년 한 해 남달랐습니다. 2019년 EV 점유율은 3.1%에 그쳤으나 2020년에는 13.6%를 기록하며 한 해 사이 성장세가 무려 263%나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보이는 PHEV 독일차들을 통해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성장세는 PHEV가 요인으로서 2019년 점유율 0.5%에서 2020년 점유율이 1.2%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후술할 스웨덴과 독일에 힘입어 유럽연합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PHEV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2020년 PHEV가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에는, COVID-19로 인해 독일의 주력 국가산업인 자동차 판매가 주춤하자 독일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거나 인센티브 제도를 많이 손봤습니다. 우선 신차 가격의 최대 15%(2,500유로)를 지원하는데 내연기관 차를 말소하고 전기차를 등록할 경우 추가로 2,500유로를 지급할 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비용 소득공제 등의 추가적인 혜택을 모두 합치면 1만 유로를 넘는 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독일의 경우 고급 EV를 혜택에서 배제하는 정책도 있는데, 아마도 테슬라 모델S를 견제하기 위해 손본 제도 같지만 BMW i8 또한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며 이 정책이 발표된 2016 이후 머지 않아 단종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 그리고 독특한 점 하나 더. 폭스바겐은 BEV에 강세인 대신 PHEV에 약세, 벤츠는 PHEV에 강세인 대신에 BEV에 약세가 두드러집니다. 폭스바겐 BEV 베스트셀러는 e-Up, 벤츠의 PHEV 베스트셀러는 GLC300e입니다.
* 독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PHEV와 BEV. 아무리 잘 살아도 그렇지 GLC300e가;;
5. 홍콩
국가는 아니지만 EV 보급률이 상당한 곳이죠. 홍콩은 엄청난 인구밀도 때문에 옛 영국령 시절부터 자동차에 무지막지한 세금이 부과되는 곳인데 이곳에 처음 출시된 테슬라 모델S에게 주어진 면세 혜택 덕에 내연기관 고급차들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모델S를 구입할 수 있게 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테슬라 수퍼차져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 홍콩 되겠습니다. 홍콩은 국토(?)가 작아 충전 20분 만에 전역을 오갈 수 있다는 장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 홍콩의 흔한 테슬라 충전소
6.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 이어 작년 EV 점유율이 엄청난 나라죠. 그 배경에는 신차 가격에 부과되는 부가세 24%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기반하는 최대 65%의 과세가 완전히 면제된다는 점이 크게 기여한 듯 합니다.
7. 네덜란드
앞서 독일의 EV 점유율은 PHEV가 리드했다고 말씀 드렸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그 정 반대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자동차를 등록할 때에는 완전 전기차 BEV의 경우 등록세가 차량 가격의 4%인 반면, 2016년 개정된 안에 따르면 종전 7%였던 PHEV 등록세를 15%로 인상해버렸으며 PHEV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g/km을 초과하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한 25%의 등록세를 내야 합니다.
아울러 암스테르담 시내의 경우 공영주차장 사용권을 배정 받으려면 길게는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BEV의 경우 즉시 등록은 물론 무료 충전기까지 제공하니 전기차를 안탈 수가 없겠죠. 물론 네덜란드 또한 국토가 작아 전기차에 거부감이 없는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 암스테르담의 흔한 공영주차장
8. 노르웨이
EV 얘기를 할 때 항상 거론되는 주요 국가입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EV 보급률이 상당했지만 작년 2020년의 경우 EV의 판매 비중이 74.7%로, 판매된 신차 4대 중 단 1대만이 내연기관 자동차고 나머지는 모두 EV라는 얘기입니다. EV의 높은 판매비중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니 누적 등록대수도 상당하여 이미 노르웨이 전역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중 절반이 넘는 54.3%의 자동차가 EV인 어마무시한 나라죠. EV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세계최초의 국가임은 당연한 사실.
이러한 배경에는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우선 수력발전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99%를 차지하는, 전기가 남아도는 국가입니다. 도로세 면제,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면제, 유료도로 통행료 면제, 버스 전용차로 통행 허용 등 주어지는 혜택도 매우 다양합니다. 보급이 이토록 빠르다보니 목표도 남들보다 더 빠릅니다. 2025년까지 모든 승용차와 경화물차, 노선버스 전체를 EV로 바꾼다는 야망이 허황된 소리로 들리지는 않네요.
* 노르웨이의 흔한 도로. 전기차가 줄지어 운행중인 차선은 버스전용차로
9. 스웨덴
앞서 독일 얘기할 때 스웨덴이 PHEV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씀 드렸는데, 독일이 비단 작년 한 해의 일이라면 스웨덴은 늘 그래왔습니다. 심지어 작년에 기록한 EV 전체 중 PHEV 판매 비중 70.3%가 전년도에 비해 떨어진 수치입니다. 아마도 이는 스웨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세제가 ZEV와 PZEV(완전무공해차/부분무공해차)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점이 요인이라 보여집니다.
10. 스위스
스위스는 EV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전혀 없고 지자체 보조금만 지급되는, EV 보급에 제법 소극적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보존을 아주 중요시하는 국가 정서 때문인지 강한 EV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신기하네 거..
11. 미국
지난 수십년 동안 혼자서 배기가스 관련해서 독하게 굴던 캘리포니아주가 역시 EV 보급률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EV 판매량의 46%가 캘리포니아에서 팔리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친환경자동차 정책을 채택한 다른 9개 주에서 나머지 10%의 점유율을 더 가져갑니다. 이는 곧 미국 50개 주에서 상위 10개 주가 절반이 넘는 EV를 구입하고 있다는 뜻이죠.
미국은 연방정부에서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최대 $7,500까지 보조금이 지급되고 각 주정부 보조금이 더 지급되는 형태로 EV 구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결코 적은 금액의 보조금이 아니지만 나라가 잘 살아서 그런가.. 아니면 100년 넘게 내연기관 자가용 시대를 즐기며 살아온 민족이라 변화에 소극적인 것인지 EV 보급률이 보조금에 걸맞는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EV 점유율이 하락하며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EV 점유율 하락세를 기록했거든요 ㅎㅎ 성적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주는 2030년에,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는 각각 2035년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등록을 금지하기로 발표했습니다. 과연 가능할지..
*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어느 전기차 충전소
12.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EV 점유율은 2.2%로 미국의 nationwide 평균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점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은 EV 중 BEV의 비중이 91%로, PHEV에 매우 소극적인 국가며, 이 작은 국토에 충전기가 9,200대에 이르러 충전기 밀집도가 상당한 국가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EV에 대한 보조금이 있기는 하나 위에 서술한 다른 국가들이 주는 파격적인 혜택들에 비하면 EV 조차도 세금을 많이 내는 편인데도 이 정도 보급률이면 얼리어답터 정신이 민족성에 박혀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듯 하네요.
* 우리나라의 어느 전기차 충전소
아직도 캐나다 시골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ㅋㅋ
우리나라는 죄다 아파트ㅜ
입주민 모두 전기차면 싸움날듯ㅋㅋㅋ
뉴욕 시카고 같은 거대도시 도심지에는 자동차 시대 이전에 지어진 집들이라 주차장 없는 곳도 허다하죠..
2015년 여름에 홍콩 잠깐 들었을때 그 좁은 땅안에 아직 생소했던 테슬라 로드스터랑 모델S가 꽤나 자주 보이더군요
제가볼때 미국도 공동주택이 많은 도심지는 EV가 퍼지기 힘들어보여요
어찌 하느냐에 따라 모든게 달라지겠지만요
여름에도 에어컨 켜놓고 문열고 장사하고 퇴근할때 불 절대 안 끄는 신기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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