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05 10:35:53 수정 : 2021-02-05 14:09:24
‘탄핵 녹취’ 후 수세몰린 김명수 감싼 與…“임성근 녹취가 더 문제” 역공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 과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당시 녹취 공개로 드러나며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는 ‘거짓말보다 녹취가 더 문제’라는 취지로 되레 임 판사를 비판했다. 여당 원로정치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거 보면 완전히 막장 드라마 보는 것 같다. 임 판사가 서로 가까운 사이에 만나면서 녹취를 했다”면서 “임 판사가 녹취한 게 있더라도 저렇게 공개한 것은 자신의 인격이 어떤 인격체인가 민낯을 다 보여준, 부끄러운 짓을 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물론 대법원장도 처음부터 거짓말하지 말고 ‘이런 이유 때문에 그건 할 수 없었다. 탄핵 논의하는데 수리하면 어떻게 되겠냐’며 했던 얘기 그대로 했다면 당당하고 떳떳했다고 본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을 이유로 임 판사 사표를 반려한 데 대해서는 “안 해준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이 이뤄진 데 대해 “역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상당히 상징적”이라며 “흔히 사법부 독립해서 국회가 탄핵하는 게 상당히 (사법권 침해라) 보는데 그건 전혀 아니다. 원래 그렇게 하라고 헌법에 권한을 (국회에)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판사와 면담 자리에서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런 발언한 적 없다”고 지난 3일 해명했지만, 다음날인 4일 임 판사가 김 대법원장과 면담에서 국회 탄핵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녹취를 공개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결국 김 대법원장은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지나 기억이 조금 희미했고, 두 사람 사이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눠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며 “이유야 어쨌든 임 판사와 실망 드린 모든 분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보도를 부인한 지 하루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임 판사에 대해 “위법, 위헌적 행위만 탄핵감인 게 아니고 녹취록 공개를 보면서 인성이나 인격도 탄핵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몰래 녹음한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사회가 허용한 범위를 완전히 넘어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취록 속 김 대법원장의 발언이 정치권 눈치를 봤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위헌적 요소나 위법적 발언이 전혀 없었다”면서 “오히려 징계하기 전 사표를 내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사회의 오랜 관행을 대법원장이 막은 것으로 국회의 위상, 삼권분립을 굉장히 존중한 발언”이라고 김 대법원장을 두둔했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질의 시작에 앞서 “임 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불법도청해서 폭로했다”라며 “이걸 보면서 정말 탄핵 소추 잘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고등부장판사가 불법 심부름센터도 하지 않는 불법도청을 해서 폭로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런 분한테는 사법정의가 아니라 인간적인 예의나 도덕이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전날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앞서 상정돼 재석 288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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