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로 절반쯤 보고 난 후
아내, 중학생 딸과 함께 유튜브로 전체 방송 다시 보았습니다.
방송 보는 틈틈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 부동산 톡방 멤버들 반응을
실시간 체크하고, 가족들 반응도 체크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실리를 챙겼다
-심상정은 존재감 확보와 의제 선점에 모두 실패했다
-이재명은 꽤나 복잡한 심경으로 토론에 임했고, 얻을 것을 얻지 못했다
-윤석열은 윤석열했지만 큰 사고를 치지 않아 지지자들이 안도했을 것이다
이 정도의 인상을 받았습니다.
늘 지지하고 기표했던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던 처지였다가
관심있는 후보가 등판하지 못한 토론회를 보노라니 꽤 맘이 편하더군요.
마치 남의 일처럼 토론을 보다 보니 많은 것이 보이더군요.
유력한 세 명의 후보 중 이재명은 왠지 위축되어 보이고, 윤석열은 자신감이
없어 보였으며, 안철수는 노회해 보였습니다.
토론 내내 안철수와 윤석열의 댓거리가 마치 원희룡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어서
안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더 올라가면 내놓고 단일화가 거론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중학생 딸은 연신 빙글거리면서 5, 6년 후 닥칠 유권자의 심경을
꽤나 재미있게 미리 체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토론이 반넘어갈 때쯤 진력이 났는지 녀석은 한마디만 남기고 일어섰습니다.
-핑계를 대는 두 사람과 마음이 가지 않는 두사람 중 누구도 선택 안할래요
함께 토론 막바지까지 본 아내도 쉽게 결론을 내리며 일어섰습니다.
-누구 말대로 정말 신뢰가 가지 않는 두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래도 일 잘하는 사람을 선택해야겠어
김동연씨에게 호감이 있는 저는 사실 좀 아쉬운 토론이었습니다만
후보들의 태도를 보면서 차라리 놀러갈 지언정 기표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확실하게 정했습니다.
정치적 신념이나 진정성이 없다면 정책에 대한 진지함이나 노력하는 태도는
갖추어야 그나마 존중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단기 속성 과외 받은 티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노정하면서도
면구스럽거나 미안한 마음이 일체 없는 얼굴로 빙글거리는 모습을 보노라니
목적은 없고 목표만 있는 시험 응시생 같더군요.
한때 신림사거리 부근에서 자주 조우하게 되던 존재들 말입니다.
지난 몇 번의 선거가 말해주듯
시대정신은 이제 거대담론이 아닌 미시적인 의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 반민주니 멸공이니 하는 담론은 이미 낡다 못해 썩었으며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사회적 재부를 어떻게 활용해서
성장과 복지 두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릴 것인지에 대해
5년 이내의 중단기적인 비전과 세부 과제를 수립,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시대정신에 입각한 리더십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설득력없는 정권 교체 구호나
민주화 세력 집권 연장 따위의 명분에 의해 결정된다면 굉장히 불행하다 봅니다.
저는 그저 한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 유권자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이번 선거만큼은 최선이나 차선의 후보가 없기에 최악의 후보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투표장에 갈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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