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의 혜경궁이는 어제 육계장 사발면이 다 떨어졌나보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어제 밤 늦게까지 댓글을 달았던 나머지
결국 늦잠을 자버렸다.
탑골공원 무료급식 시간을 놓칠까 절뚝거리는 발걸음이 유난히 빠르다.
지하철에 무임 승차를 하여 노약자석을 차지한다.
문지방을 넘을 기력은 아직 남아있는지
주위의 여성들을 몰래 쳐다보는 모습에
세월의 노련함이 엳보인다.
불쾌한 여성들의 시선을 느끼곤 이내 훔쳐보기를 체념하며
품속에 소중히 간직한 돋보기 안경과, 샘숭갤럭시s5를 꺼낸다.
그리곤 여느 일상과 같이 일간베스트를 정독하고는
단톡방에 새로 올라온 지령대로
보배드림에 접속하여 650원짜리 게시글을 올린다.
탑골공원역 방송이 흘러 나온다.
이내 주섬주섬 노약자석에서 일어날 채비를 한다.
그런데 아뿔싸
끼고 오지 않은 틀니가 생각났다.
그렇다.. 오늘 무료급식은 틀린 모양이다.
손에 들린 일장기를 움켜쥐며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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