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좋은차를 사고 싶어한다.
내가 선택한 차가 좋은차인지, 많이 팔린차가 좋은차일지, 어떤차를 사야할지 고민에 빠진다.
좋은차와 그렇지않은차.
과거에는 이런 서열이 존재했고 브랜드간 기술의 격차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20년전,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2010년이 되면 모든 차들이 기술평준화 될것이고 희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만이 차이점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과거 200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보자. 그때는 브랜드간의 서열이 뚜렷했고 기술의 격차도 컸다.
럭셔리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꼭대기에 있고, 고성능 퍼포먼스에 럭셔리를 더한 BMW가 2등, 4륜구동이 강점인 아우디가 3등 브랜드였다.
그리고 니치브랜드인 볼보, 사브 니어럭셔리브랜드인 캐딜락, 렉서스 등이 그 뒤를 이어 갔다. 그리고 그 밑에는 대중브랜드인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포드, 쉐보레 등이 있었다.
각 브랜드간의 서열은 보이지 않는 벽과 같았다. 럭셔리 브랜드는 철저히 자기영역인 중형급이상의 차량만 생산했고 소형차는 만들지 않았다. 반대로 폭스바겐과 같은 대중브랜드는 철저히 자기 영역인 중소형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서로가 서로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경쟁을 하고 있었다.
각 나라별 기술적 강점도 뚜렷했다. 일본차는 뛰어난 감성품질을 기반으로한 고품질 인테리어와 안락성, 고장이 없는 품질이 강점이었고, 유럽차는 차량의 기본기로 대변되는 기계적 특질, 주행성능등이 강점이었다.
미국차는 지나치게 내수성장위주의 발전을 취하다 보니 일본차와 유럽차에 비해 기술발전이 뒤쳐졌고 특별한 강점이 없었다.
그런데 현재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차량이 평준화 된것이다. 이제 어느누구도 벤츠, BMW, 아우디의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비교시승에서는 캐딜락이 벤츠, BMW, 아우디를 제치고 1위를 한다. (C세그먼트의 독보적인 왕좌로 군림하던 BMW 3시리즈가 캐딜락CTS에게 참패를 당했다.) 심지어 현대에서는 럭셔리카(제네시스)를 출시해 벤츠와 경쟁을 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실질적 경쟁타킷은 렉서스를 겨냥했으나 넓은 범위로는 벤츠도 포함된다.) 이는 자동차를 양산하는 브랜드중 1등격인 벤츠와 꼴등격인 현대(값싼 저급차만 양산하던)가 서로 경쟁을 한다는것인데 90년대에는 아예 있을수도 없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다.
각 나라별 자동차의 특징도 사라졌다. 미국차인 캐딜락 CTS는 일본차의 뛰어난 감성품질과 독일차의 안정된 주행성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CTS 뿐만이 아니다. 지금 양산되는 대부분의 차는 과거 일본차만의 강점으로 부각되었던 뛰어난 감성품질과 마무리를 가지고 있고, 독일차만의 강점이었던 안정된 주행성능과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있다. 브랜드별로 서로의 장점을 도입하고 단점을 보완해나가면서 각 나라별 차량의 특징도 희미해져 버린것이다. (한가지 예로 정숙성은 과거 렉서스만의 강점이었지만 현재는 타 브랜드 차량들이 렉서스 만큼의 정숙성을 구현하게 되면서 렉서스만의 정체성이 희미해져 버렸다.)
폭스바겐은 럭셔리카 페이튼을 출시하고 벤츠,BMW,아우디는 중소형차들을 대거 출시하면서 럭셔리 브랜드와 대중브랜드 서로간의 영역이 침범된 무한경쟁이 시작된지 오래다. 이제 대중브랜드와 럭셔리브랜드의 격차가 많이 허물어졌다. 이제 어느누구도 폭스바겐 골프가 벤츠 A클래스보다 아랫급 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평준화 인해 이제 둘중 어떤차가 우수한 차량인가를 구분하려면 현미경이라도 들이대야 할 상황이다. 비교시승을 하는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차가 저차같고 저차가 이차같은 혼란속에 빠지고 둘 중 누가 우수한가 순위를 매기는게 여간 쉽지 않아졌다.
영국 탑기어 진행자인 제레미 클락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적이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두 차량의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건 똑같은 종류의 생선 두마리를 놓고 마음에 드는걸 가려내는거나 다를바 없다. 혹은 우유 두잔을 놓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과도 비슷하다"
기술평준화는 벤츠, BMW, 아우디와 같은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에게는 아무래도 불리하게 다가 올수 밖에 없다. 이들 브랜드 차량이 항상 비교평가에서 뒤지는건 가격대비 가치 때문이다. 차는 좋은데 그에 비해 차량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말은 돌려말하면 대중브랜드가 럭셔리 브랜드의 턱밑까지 쫒아 왔다는 증거다.
기술평준화의 시대는 이미 도래되었다. 각 나라별 자동차의 특징이 옅어지고 모든 차들이 기술적으로는 뚜렷한 개성이 없이 비슷비슷해졌다. 이제 남은 차이점이라고는 희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뿐이다. 자, 이제 어떤차를 고르면 좋을지 감이 오는가? 그차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도 좋고, 시승을 해보는 것도 좋다. 남이 뭐라하든 본인이 그차가 정말로 마음에 든다면 그차를 사라. 그것보다 현명한 선택은 세상에 없다.
출처:
https://blog.naver.com/asjj521/22132625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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