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미친 소 괴담(怪談)’은 이제 역사가 돼 버렸다. 2년여 전 서울 광화문 거리를 휩쓸었던 ‘광우병 괴담’을 믿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야 할 정도다. 미국산 쇠고기는 대형 마트에서도 팔리고 있으며 서울 종로구청 앞 김치찌개 집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를 거의 삼겹살 값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했던 연예인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처럼 21세기 대한민국의 ‘미친 소 괴담’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지만, 2년여 전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던 확성기와 누리꾼, 유언비어 확산을 방조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카페)는 아직도 건재하다.
그중 당시나 지금이나 눈에 띄는 카페들이 있다. 여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소울드레서’(패션 정보 교환 카페ㆍcafe.daum.net/SoulDresser), ‘쌍화차코코아’(성형수술 정보 교환 카페ㆍcafe.daum.net/ssanguryo), ‘화장발’(화장품 정보 교환 카페ㆍcafe.daum. net/makingup)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희화화한 인터넷카페 소울드레서의 첫 화면.
이 세 카페는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을 벌이더니, 이후에는 아예 삼국(三國)이라며 동맹을 맺어 ‘좀 더 용이한 시국 활동을 위한’ 카페(삼국 공동회의구역ㆍ회원 4400여 명)까지 만들었다. 최근에는 4대강 사업 저지를 내걸고 바자회와 강연회를 열었다. 한 회원의 주도로 트위터에 ‘4대강 투쟁을 위한 외국어 가능자들의 모임’을 개설해 4대강 반대 논리를 각국 언어로 퍼뜨리기도 한다. 배우 문성근(文盛瑾)이 주도하는 야권 단일화 운동 ‘100만 민란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한 단계씩 정치운동 단체로 변신해 가는 것이다.
급기야는 민주당 전략기획위가 만들었다는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위원회 구성 및 운영계획(案)’(한나라당 2009년 8월 공개)에는 ‘쌍코, 소울드레서, 화장발 등’이 온라인 서명운동 외곽 지원단체로 버젓이 올라 있다. 도대체 패션ㆍ미용이라는 탈(脫)정치 커뮤니티가 어떻게 정치세력으로 변질했을까. 그동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상업성 배제하며 회원 등급까지 관리하는 까다로운 카페
2008년 6월 말의 소울드레서 홈페이지 첫 화면. 그전까지의 대문은 패션 카페답게 여성스러웠으나, 이때는 회원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촉구하는 것으로 메인화면이 바뀌었다. 이 당시 카페 내에서는 ‘사담 금지’라는 이름의 규칙이 생겨, 정치적 게시물만 허가하고 개인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는 쓰지 못하게 했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현재 개설된 ‘다음 카페’는 약 840만 개다. 이 중 소울드레서는 회원 수로 265위(16만2000여 명)다. 연예인의 패션을 평가하는 카페 ‘베스트드레서’ 회원들이 운영자의 수익 사업에 반대하며 2008년 2월 새로 개설한 곳이 소울드레서다. 소울드레서는 작년 6월 “한국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 20∼30대 개인과 청년단체”에 주는 ‘영 코리언 어워드(YOUNG KOREAN Award) 위원회’(위원장 한완상)로부터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루 접속자 수는 10만명을 넘고, 아무 대가(代價) 없는 ‘게시판 관리자’ 모집 경쟁률도 5:1 정도라고 한다. 최근 이 카페는 비공개로 전환돼 기존 회원 외에는 카페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기자가 만난 소울드레서 회원들은 “상업화에 저항하며 만들어져 회원들 스스로 정의롭다는 인식이 있고, 충성심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쌍화차코코아 역시 ‘쌍꺼풀, 코 성형수술 카페(쌍코)’에서 운영자가 성형외과 마케팅회사를 차린 일이 밝혀지면서 올해 5월 새로 개설된 카페다. 반 토막 난 회원이 8만1000여 명이다.
유일하게 1999년부터 유지돼 온 화장발 카페는 몇 년 전부터 회원을 드문드문 받는다. 이곳 회원은 34만3000여 명으로 840만 개 카페 중 회원 수로만 77위다.
이 세 카페는 회원들에게 등급을 부여한다. 몇몇 게시판은 일정 수준의 등급이 되지 않으면 글을 읽을 수 없다. 등급을 올리려면 성별과 나이, 카페 활동 기간(1~6개월)을 충족시키고 정해진 날에 신청해야 한다. 게시판에 맞지 않는 글, 음란한 글, 분란(紛亂)을 일으키는 글, 특정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비하·찬양해 여론을 ‘관리’하는 글을 올리면 등급이 강등되거나 강제 탈퇴 당한다.
이 까다로운 규정은 광우병 괴담, 노무현 전 대통령 찬양, 천안함 사건 조작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비하 등을 주제로 한 글에는 적용되지 않는 듯 보였다.
광우병 선동 때 운영진이 참여 독려
화장발을 포함해 각 카페 정치 게시판은 2008년 5월 광우병 파동 때 절정을 이뤘다. 인터뷰를 한 7명의 삼국 회원 전부 “광우병 파동 때 본격적으로 정치화가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소울드레서는 ‘핫이슈’, ‘소울라운지’ 게시판에서 정치, 사회적 이야기가 오갔다.
준회원(가입만 한 회원) 이상의 회원이 글을 쓰고 볼 수 있는 핫이슈 게시판은 카페 이전(移轉) 두 달 후인 2008년 4월 20일 만들어졌다.
운영진은 공지에 ‘최근 정치 및 사회 관련 중요한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연예 게시물에 밀려 조회 수와 댓글이 저조했다’며 ‘우리나라, 우리 사회를 위한 일은 의식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부분으로 … 행동하는 소드인(소울드레서 회원을 지칭) 여러분의 많은 이용과 참여를 부탁한다’라고 적어 놨다. 이 카페 회원 안모(21)씨는 “촛불집회 진행을 위해 게시판이 생겨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2008년 한 해 동안 올라온 게시물 중 2000여 개가 촛불집회와 관련된 글이었다.
게시판이 만들어지자마자 필명 ‘바비퐁퐁’이 시위를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5월 3일 한미 FTA 관련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하실 수 있는 분 봐주세요’는 조회 수 5300여 건, 댓글 110개가 달렸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광우병 걸린 쇠고기 먹고 죽고 싶지 않습니다. … 중략 … 20대 청춘을 이렇게 아무 열정 없이 방관하며 나태하게 버린다는 게 무섭지 않습니까? 훗날 우리가 나이를 먹어서 후손들에게 적어도 우리는 부끄럽지 않다, 20대에 몸을 던져 잘못된 정부에 투쟁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도 사지를 비틀며 죽어갈지 모릅니다”
2008년 4월 20일 게시판이 만들어지자마자 회원 ‘바비퐁퐁’이 올린 게시물. 이 회원은 “도저히 못 참겠다.가만히 앉아서 광우병 걸린 쇠고기 먹고 죽고 싶지 않다. 소드님들 광우병 관련 게시물 보면 실제로 시위할 의향 가진 분 많이 봤다”며 시위 참여를 부탁했다.
문제는 ‘당신도 5년 후면 광우병이 발병해 사지를 비틀며 죽어갈지도 모릅니다’로 시작하는 아래 문단이다.
“광우병은 치사율 100%입니다. …중략… 5년이든 30년이든 발병해 죽어가는 일만 남은 거죠. 국내에서도 인간광우병 환자가 이미 발견됐습니다. 정부가 은폐하는 것뿐입니다. … 미국의 공장식 목축 아래 있는 소들은 광우병 걸리지 않은 소가 드물 정도입니다. (소똥 위에서 뒹구는 소, 도축 사진을 첨부) … 이미 근육 부분에서도 균이 발견됐습니다. 게다가 검사하는 것은 도축 소의 0.1%뿐입니다. … 수혈이나 의료기구를 통한 감염도 확인됐습니다. … 죽는 일만 남았습니다. 쇠고기가 들어오면 한국인들은 몇 년 안에 죽는다는 사형선고를 받는 겁니다. 이래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겁니까?”
당시 이 글에 달린 댓글 110개는 ‘수돗물을 통해서도 전염되니까 앞으로는 생수로 이를 닦아야 한다’는 등 또 다른 유언비어(流言蜚語)를 덧붙이거나, 집회에 참여해야겠다는 내용이었다.
필명 ‘나에게도천사가왔어’는 “정말 두려워요. 우리나라 정말 망할 것 같아요. 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건지, 전 진짜 광우병 걸리기 싫어요. 무지한 어른들 때문에 왜 제가 이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이해도 안되고요. 진짜 광우병 걸리기 싫어, 씨X(욕설)”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동생 끌고 집회에 나가겠다”, “기자들한테는 제가 연락해두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에도 ‘4·19혁명 시위 때 죽은 여고생의 유서’ 등 감정에 호소하며 집회 참여를 선동하는 글이 계속 게재됐다. 광우병 위험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게시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아용 시위 액세서리 만들어 子女에게 착용
소울드레서 회원들이 2008년 5월 19일 〈경향신문〉 1면 하단에 낸 광고. 회원들은 5월 9~14일 6일 만에 1730여만 원, 5월 21~27일까지 4300여만 원을 모아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쇠고기 수입 반대 광고를 실었다.
이때부터 삼국 카페 회원들은 필명 앞에 ‘ⓧ’나 ‘ⓘ’를 달기 시작했다. ⓧ는 현 정부에 반대한다는 뜻이고, ⓘ는 촛불집회의 촛불을 표현한 이모티콘이다. 소울드레서 운영진 10명 중 이 기호를 단 사람은 3명이었다. 쌍화차코코아는 19명의 운영진 중 6명이 이 기호를 달았다. 물론 기호를 달지 않고 반정부적인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집회나 반정부 운동은 대부분 이 기호를 붙인 사람들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본 기사에 등장한 필명에는 이 기호를 생략)
회원들은 2008년 5월 3일 필명 ‘시지프’와 함께 민주노동당에 합류해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시지프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 회원으로, 대형 카페들과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추진했다.
이 회원은 또 “아이들을 집회에 데려갈 때 사용하자고 만들어봤다”라며 ‘유아용 시위물’이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속에는 네 다섯 살 난 여자아이가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소 그림 위에 금지 표시가 그려진 코팅물을 목에 걸고 있었다.
회원들은 2008년 6월 1일 ‘너… 배운 여자인가?’라는 깃발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섰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회원은 1000여 명이었다.
‘배운 여자’는 이 카페에서 유래한 유행어로, 정치적 주체로 변신한 여성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여성 사이트의 회원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시위에 참석한 ‘유모차 부대’도 배운 여자의 한 부류였다.
이후에는 회원들끼리 돈을 모아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수박을 보냈다. 5월 9~14일 6일 만에 1730여만 원, 5월 21~27일까지 4300여만 원을 모아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쇠고기 수입 반대 광고를 싣기도 했다. 광고 이후 소울드레서는 카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조ㆍ중ㆍ동 광고 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조선ㆍ중앙ㆍ동아 죽이기 大流行
2008년 5월 개설된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회원 수 7만여 명)에 11월 8일 현재 게재돼 있는 ‘조선일보 광고주 명단’. 이날 〈조선일보〉에 실린 77건 광고의 광고주와 연락처, 내용, 크기, 게재 면, 홈페이지 주소가 표로 정리돼 있었다.
‘조·중·동 죽이기 1탄 동국제약, 마데카솔, 남양유업에 전화해 봤는데요…’, ‘(스크랩 호소) G마켓 탈퇴해 주세요. G마켓이 조선일보에 광고 냈어요.’
2008년 5월 당시 게시판에는 ‘오늘의 숙제’라며 그날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명과 전화번호가 실려 있었다.
‘조선일보 기자입니다. 조선일보 확실히 죽이는 법(여러분 초상권 침해 소송으로 돈 받아가세요)’이라는 글도 있었다. 다음 ‘아고라 광장’에서 스크랩 된 이 글은 조회 수 1755건을 기록하고 있다. 작성자 자신을 잡지기자라고 밝힌 ‘조선일보 확실히 죽이는 법’의 일부다.
“조선일보에 입사하면 웬만한 대기업 연봉은 가져갈 수 있습니다. … 듣기로는 조선일보 기자가 되면 연봉보다 더 많은 수입을 다른 곳에서 삥 뜯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 압박은 조선일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면 큰 곤욕을 치른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것이 장기화하면 조선일보의 자금줄은 상당부분 메말라질 것입니다.”
아고라와 함께 삼국 카페가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 광고 중단 운동에 앞장선 결과, 2008년 6월 초까지 보령제약, 삼양통상, 신선설농탕, 동국제약, 신일제약, 천재문화, 목우촌, 르까프, BBQ 등의 기업이 “해당 신문사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 “광고 게재에 신중을 기하겠다”라는 내용의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삼양통상은 홈페이지 공지에 “금일 조선일보 광고 건으로 ‘왜 조선일보에 광고를 실어 돈을 벌게 해주냐’라는 내용의 험한 말, 욕설 전화가 수백 통이 와서 업무가 마비됐다. 그 과정에서 콜센터 여직원의 미숙한 대응으로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해당 제품의 신문광고 중단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무렵 개설된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cafe.daum.net/stopcjd)’이라는 카페에는 아직도 매일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 광고 기업과 연락처가 올라오고 있다. ‘언론사 배정 비율을 통해 광고주 평가를 제대로 하자’는 취지로 <경향신문>, <한겨레> 신문의 광고주 연락처도 매일 올라온다. 이 카페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려면 ‘광고주에 전화하기, 탄원서 보내기, 절독 권유하기, 시위, 패널 홍보하기’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광고주 불매 운동을 골라야 한다. 회원 수 7만1800여 명인 이 카페는 회비 모금도 한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되기는 했지만, 카페 운영자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도 제기된 바 있다.
천안함 造作, 盧 전 대통령 他殺, 異見은 默殺
한 회원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때문이라는 정부 발표를 반박하겠다’며 집에서 한 달 동안 실험한 사진을 올렸다.
삼국 카페 게시판에서 천안함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해 검색해 봤다. 소울드레서에서 검색된 천안함 사건 관련 글은 875건이었다. 이상하게도 미국산 쇠고기 루머로 점철(點綴)됐던 핫이슈 게시판에서는 천안함에 관한 글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천안함 사건 관련 글은 준회원은 볼 수 없는 ‘블루존’과 ‘소울라운지’ 게시판에서 확인됐다. 회원 H씨는 “핫이슈방(정치 게시판)은 조회 수가 높지 않아서 큰 사건은 농담을 주고받는 ‘소울라운지’ 방에 올라온다”라며 “호응을 얻고 싶어서 접속자가 가장 많은 그곳에 정치적인 글을 올리는 것으로 짐작된다”라고 했다.
천안함에 관한 글은 대부분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 아닌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내포하고 있었다.
필명 ‘홀로서기’는 “오늘 우연히 들었는데 천안함 미국 관련설이 돌더라”라며 “아는 누나의 선배가 기자라 들었는데, 기자들은 거의 다 그렇게 알고 있더라”라는 글을 올렸고, ‘갈릭반양념반’은 “우와, 진짜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는 20대도 있었네ㅋㅋㅋ”라는 제목의 글에서 “소망교회 다니는 친구가 당연하다는 듯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더라”라며 답답하다고 적었다. 댓글은 전부 글쓴이에 동조하는 내용이었다. ‘카야로즈험프리’는 “천안함 사건 진실이 알려지려면…”이라는 글에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북한이 아니란 건 알 테고(정부가 제시한 그 증거를 보고도 믿는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지만 솔직히 모자라 보이는 건 사실)”라고 썼다.
盧 전 대통령, ‘노무현 아버지’라고 불러
노무현 대통령 49재 때의 소울드레서 게시판. 삼국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을 ‘아버지’혹은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삼국 카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찬양 일색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 관한 글(쌍화차코코아 611건, 소울드레서 7541건, 화장발 443건)을 읽다 보면 여기가 노사모인지, 미용 커뮤니티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을 ‘노무현 아버지’, ‘아빠’라고 부르는 회원들이 쉽게 발견됐고, ‘미치도록 보고 싶다’, ‘오늘 꿈에 나타나서 한 번만 안아주셨으면’이라는 글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 자살 직후에는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정리한 글, 타살설이 주로 올라왔다.
소울드레서에 올라온 “정말 사랑했던 남자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너무 경솔했다’라고 해서 심한 갈등에 빠졌다”며 “자식을 낳고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경우 좋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남편을 꿈꾼다”라는 글에 대한 댓글로는 “더 이야기해 보고 안 되겠으면 헤어져라”, “제대로 몰라서 그런다. 차근차근 설명해 보라”, “13년 친구와 이런 문제로 안 본다. 조선일보 구독자 년”, “더 얘기를 해보나 마나 썩은 사상은 바뀌지 않더라” 등이 올라왔다.
비속어를 포함한 과격한 글도 쉽게 발견됐다.
쌍화차코코아의 ‘인생대박돋네’는 “노무현 재단에 후원 중인데 엄마가 나 모르게 중지시켰다”라며 어머니에 대해 “X(욕설), 저 인간…, 재단 직원과 통화해 알게 됐다. 뼛속 깊은 한나라당 저 인간 진짜 천벌받을 인간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회원은 “로또 당첨되면 노무현 재단에 1억 기부할 것”이라는 글도 남겼다.
이 외에도 “학교 축제와 노무현 서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하는 친구를 죽여 버리고 싶다”, “노 전 대통령이 죽은 게 좋다고 말하는 아빠, 진짜 미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박정희 빠(‘팬’의 비속어)다”,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한 아버지에 대해 “아빠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 비합리적이다”, “무지한 동네 노인네들, 노무현 잘 죽었다고 하는데 뭘 알고 지껄이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글도 게재돼 있었다.
연예인 여론 관리에는 엄격, 정치인은 放置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柳錫春) 교수는 “몇몇 언론의 보도대로 카페 회원들의 활동을 순수하게만 보면 ‘시민들의 자발적 정치참여의 바람직한 사례’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류 교수의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패션과 미용에 대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모인 수십만 명의 회원이 어느 날 갑자기 좌파지향적이 됐습니다. 모든 일에 우연은 없듯 ‘소울드레서’의 좌파 지향적 정치화는 그 배경에 의심의 여지가 많습니다. 단서 가운데 하나는 카페가 정치화되는 과정에서 몇몇 회원이 ‘관리’ 행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삼국 카페는 소위 ‘관리’(여론 관리)라고 불리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 왔다. 관리란, 특정인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만 형성되도록 여론몰이를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여론 조작(造作)과 비슷한 말이다.
최근 이들 카페에서는 가수 ‘2PM’, ‘비’, ‘권지용’ 팬클럽 회원들이 카페 내에서 해당 연예인에 대한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조회 수와 추천 수 조작, 긍정적인 댓글만 달리도록 유도한 일이 발각됐었다. 이후 특정 연예인에 대해 칭찬 일색인 여론이 형성되거나, 비판적인 글에 몰려들어 반박하는 등 ‘낌새’가 보이면 해당 연예인에 대한 언급을 아예 금지했다.
운영진은 이처럼 연예인, 특정 종교에 대한 일방적인 여론은 단속해 왔지만, 정치 게시판은 방치(放置)했다. 아니 오히려 특정
정당 정치인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하는 쪽으로 회원 가입, 등급 규정을 바꿨다. 노 전 대통령 자살 1주기, 광우병 촛불 집회
때는 ‘사담(私談) 금지’라는 규칙을 만들어 연예인에 대한 정보, 사적(私的) 이야기 등 가벼운 주제의 글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
소울드레서는 한명숙 전 총리의 가입을 위해 7월 1일부터 회원가입연령 제한을 풀었다. 규정 변경은 운영자 외에는 할 수 없다. 운영자가 한 것이다.
쌍화차코코아는 ‘40세 이상 등업(등급을 올리는)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신분증, 자필(自筆), 카페 화면과 본인의 모습을 같이 찍은 사진 등의 확인 절차를 거치면 바로 우수회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우수회원은 카페 내 대부분의 게시판을 보고 쓸 수 있다. 한 전 총리는 이 과정을 거쳤다.
정치활동만 하는 회원들도 있어
다음 삼국카페를 포함해 유시민 전 장관 팬클럽, 이해찬 전 총리 팬클럽, 안희정 지사 팬클럽, 노 전 대통령 팬클럽 등은 1098만원을 모아 〈경향신문〉에 광고를 내고, 남은 돈인 548만원을 한명숙 전 총리에게 “소송비용으로 쓰라”며 기부했다. 1월 5일 유 전 장관 팬클럽 ‘시민광장’에 게재된 한 전 총리의 감사인사 동영상.
류 교수는 지난 8월 제자와 함께 소울드레서 ‘핫이슈’ 게시판에 7월 26일까지 게재된 982개의 글을 분석했다. 이 게시판에서 ‘우츠캥’, ‘시지프’, ‘바비퐁퐁’ 세 회원은 약 250개의 글을 올렸다. 류 교수 말이다.
“그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16만명의 회원 가운데 3명이 게시판 지분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른 글도 분석해 본 결과, 그들이 올린 모든 글 중 카페 목적에 부합하는 ‘패션과 미용에 관한 글’은 한 회원이 올린 8개가 전부였어요. 결국 이들은 좌편향적인 정치 사안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형적인 회원들입니다.”
기자가 만난 카페 회원들은 “몇몇 정치인에 대한 여론 관리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소울드레서에서 특히 활발한 활동을 한 이진숙(29ㆍ타 언론에 이미 실명이 거론돼 밝힘)씨는 필명을 7번 바꿔가며(우츠캥, 찹쌀떡, 찹쌀떡우츠캥 등) 2008년 6월~2010년 9월 3년 동안 1850여 개(10월 중순 기준)의 게시물을 올렸다. 패션과 관련된 글은 하나도 올리지 않았다. 하루 10개 이상의 게시물을 올린 날도 있었다. 나머지 두 카페에서도 정치적인 활동만 했다.
이씨는 삼국 카페가 시국 활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든 카페인 ‘삼국 공동회의구역’의 운영자로, 이명박 대통령 불신임 투표,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 광고사 불매 운동, 강기갑 의원 살리기, 미디어법 반대 집회 등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4대강 반대 강연회, 바자회 개최에 대한 글로 게시판을 도배했다. 집회에 사용할 수건, 티셔츠 주문도 도맡았다. ‘한명숙 총리를 위한 네티즌연대신문광고’ 모금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삼국 카페와 이 모금 운동을 함께 진행한 유시민, 이해찬, 안희정, 노무현 팬클럽 회원들은 모금액 1098만원 중 550만원으로 작년 12월 19일 <경향신문> 1면 하단에 한 전 총리의 수사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싣고, 남은 548만원은 1월 5일 한 전 총리에게 “소송비용으로 쓰라”며 건넸다. 한 전 총리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필명을 7번 바꿔가며 3년 동안 소울드레서에 1850여 개의 게시물을 올린 ‘찹쌀떡’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가 하루 동안 올린 게시물들.
“정치적 편향 우려하는 사람들 생각해 본 적 없다”
한 전 총리에게 남은 돈을 전달한 여대생 김보미(필명 봄날의달님ㆍ타 언론에 이미 실명이 거론돼 밝힘)씨는 ‘다음카페 열혈회원 Best 11’에 뽑혀 다음 측으로부터 상품을 받기도 했다. 이 회원 역시 ‘삼국 공동회의구역’의 운영자로 4대강 반대 바자회, <경향신문> 백설기 돌리기, 노 전 대통령 추모광고 모금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한겨레> 신문 김미영 기자로부터의 인터뷰 요청문을 3회 게재하는 등 취재를 돕기도 했다.
연락처를 토대로 추적해 본 결과, 3년 동안 1850여 개의 반정부적인 글을 올린 이진숙씨는 평범한 디자인 회사의 여직원이었다. 그는 〈미디어오늘〉과 〈경향신문〉에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라는 감성적인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나긋나긋하고 차분했다. 그러나 기자가 <월간조선>이라는 말을 꺼내자 “월간조선? 그거 조선일보랑 같은 거 아닌가? 조·중·동 하고는 인터뷰 안 한다. 조·중·동이란 매체가 신뢰가 가지 않고, 내 생각이 조·중·동 방향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딱 잘랐다.
기자가 인턴이라고 전한 뒤 카페의 정치적 편향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자 “그런 분들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그는 스스로 “노사모 쪽으로 편향돼 있다는 말이죠?”라고 반문한 뒤, “열 사람이 전부 같은 생각하기는 힘들다. 보이는 게 그렇다 뿐이지 다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삼국 카페에서만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 나오면 계속 활동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8분여 통화했으나, 〈조선일보〉에 인터뷰가 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만 반복했다.
활동 회원 중 게시물에 연락처를 공개한 3명의 회원과 통화를 더 시도했으나, <월간조선>이라고 밝히자마자 전화를 끊거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전부 10~20대 여성의 목소리였다.
“10명의 카페 운영진도 서로 잘 몰라. 반수가 좌익성향이라고 들어”
2년 동안 소울드레서와 쌍화차코코아에서 활동해 온 이모(24ㆍ대학생)씨는 “친구가 운영진이었는데, 10명 정도의 운영진(게시판 관리자 포함) 중 반수가 좌익 성향이라고 들었다”며 “카페 운영자는 외부 시선 때문에 정치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한다. 다른 필명으로 활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운영진은 규칙을 어겨 옮겨진 게시물을 볼 수 있고, 가끔 다음 측으로부터 캘린더 등 작은 기념품을 받는 것 외에 별다른 혜택은 없다고 한다.
기자와 서면으로 인터뷰한 전 소울드레서 운영진 박모(25ㆍ직장인)씨에 의하면 카페 규칙을 사수하는 일뿐 아니라 삼국 연합 행사를 돕고, 기부금을 전달하는 일도 운영진의 공식적인 일이었다. 그의 말이다.
“운영자로서 삼국 행사 때 도우미를 하고, 투표로 정한 곳에 공금을 기부했습니다. 저 역시 정치에 관심 없는 20대 여성이었지만 서민을 위협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촛불집회와 모금 운동에도 참여했어요. 회원분들도 대한민국에서 사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신문 광고 등의 활동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울드레서 운영진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ID ‘소울드레서’는 2009년 12월 6일 열린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4번에 걸쳐 게시판에 광고했다. 이 행사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결성한 ‘진실을 알리는 시민’, ‘여성시민광장’,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국민참여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주최한 것으로, 당시 홍보 담당자에 따르면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를 담은 행사’라고 한다.
운영자 소울드레서는 또 2010년 2월 발간된 <심상정, 이상 또는 현실>에 들어갈 부록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며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에게 질문해 주세요’라는 게시물을 3회 게재했다.
쌍화차코코아 운영자 ‘쌍코마리’는 ‘4대강 반대 바자회 자원봉사자 모집’이라는 글을 올리고, 바자회를 돕는 회원들에게 힘내라는 게시물도 남겼다.
운영자들의 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돼 있지 않다. 운영자들끼리도 서로 필명 외의 정보는 교환하지 않는다. 박씨도 운영진의 신원을 모른다고 했다.
한명숙, 소울드레서에 한복 입은 全身 사진 올려
한명숙 전 총리는 5월 31일 쌍화차코코아에 가입하고 ‘I ♡ 쌍코 한명숙’이란 필명으로 9월까지 7건의 글을 게재했다.
이 중에는 쌍화차코코아 회원들의 사진, ‘노 전 대통령 탄생 64주년 봉하마을 음악회’, ‘조현오 경찰청장 퇴진과 구속수사 촉구 시민대회’에 참여해 달라는 글도 있었다. 한 전 총리는 ‘~하오’, ‘?’(상대방을 칭하는 말) 등의 유행어를 익숙하게 구사했다.
한 전 총리는 소울드레서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일 밤 11시경에 소울드레서 회원이자 이해찬 팬클럽 회원을 만나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소울드레서 회원 여러분께 보내는 인사’라는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이 동영상은 운영진에 의해 ‘공지’로 지정돼 게시판 맨 위에 올랐다. 게재된 날부터 11월 현재까지, 조회 수 7만7000여건, 찬양 일색의 댓글 2196건을 기록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 동영상에서 “오늘 선거 마지막날인데 이렇게 목이 쉬어 버렸다. …내일은 심판의 날이다. 여러분에게 서울광장을 돌려드리는 날이다. 여러분이 마음 놓고 서울광장에서 치킨파티를 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다.
가입 이후에는 두 번에 걸쳐 글을 게재했다. 그가 7월 2일 사진과 함께 올린 ‘한명숙입니다. 준회원 자격으로 찾아왔긔’라는 글의 일부다. ‘긔’는 이 카페에서 유행 중인 어미(語尾)다.
“지금 민주행동 6일째입니다. 삼국 중 이 국을 방문한 셈입니다. 삼국 유랑 완성하고 싶어요. 오늘 저는 개량한복 입었어요. … 오늘 저녁 촛불들이 모여요. 오시면 뵐 수도 있고 소드 ?(소울드레서 회원)들의 스타일도 보고 싶어요.”
7월 4일에는 ‘한명숙의 오늘의 소울이 담긴 한복 드레스’라는 글을 통해 “한복이 곱다고 관심 많이 보여주셔서 한 장 더 올려 봤긔”라고 쓴 뒤, 개량한복을 입은 전신 사진을 올렸다.
안희정, 쌍코 운영자들과 트위터로 대화
몇몇 운영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안희정(安熙正) 충남도지사,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에게 지속적인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steelroot)는 쌍화차코코아 정치게시판 운영자인 ‘척추요정’(destroy200, rosso200)과 13번의 공개 글을 주고받았다. 이 회원은 쌍화차코코아에 ‘안 지사가 대화를 많이 한 사람’ 목록에 올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990년생인 운영자는 안 지사에게 “내가 바로 척추요정이다”(정치게시판 운영자이자 안희정 팬클럽에서 사용하는 필명)라고 밝히고 “‘아가야’라고 한 번만 불러 달라”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아가야’는 며느리 부를 때 하는 소리다. 아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정치 게시판의 또 다른 운영자 ‘고추빨고맴맴’(hn114ㆍ회사원)도 안 지사와 대화를 나눴다. 두 운영자는 안 지사 팬클럽 ‘아나요’(cafe.daum.net/iloveahn)의 회원이다. 척추요정 외에도 정치게시판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5명의 회원은 트위터를 통해 안 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안 지사가 주최한 행사에도 참여했다.
안 지사가 올린 “어떻게 해야 호화청사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할 일이 많으면 공무원도 늘려야 하고 큰 건물도 필요할 텐데… 건축단가? 크기? 전체 비용? 에너지효율? 빚지지 말아야? 호화청사 논란 핵심이 뭘까요”라는 글에, 본인을 쌍화차코코아의 ‘매력돋네’라고 밝힌 ‘forsythiaj’는 “…저기 지역은 저렇게 했네, 다른 지역은 더 멋있게 했네, 이런 것 신경 쓰기보다 각 지방의 재정에 맞게 해야겠죠”라는 조언을 주기도 했다.
이 회원이 올린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말,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답답한 현실입니다”라는 글에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opensky86)은 “과거에는 군부독재처럼 정통성이 없는 정부들이라 그랬는데 선거로 당선된 정부의 행태치고는 정말 난해(하다)”라는 글을 보냈다.
삼국 회원들과 단체 ‘엄지 사진’ 찍은 노회찬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가 삼국 회원들과의 저녁 식사가 즐거웠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회원 ‘단사마’(31)의 주도로 삼국 카페 회원들은 노회찬(魯會燦) 전 진보신당 대표, 강기갑(姜基甲) 의원과 저녁식사를 가졌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9월 16일 트위터에 ‘어제 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 친구들과의 저녁 즐거웠습니다. 끝날 무렵 단체사진 찍을 때 얼굴 가리는 분이 있기에 제가 단체 엄지 사진 찍자고 제안했습니다. 각서 쓰고 지장 찍을 때 쓰는 소중한 손가락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단체 엄지 사진을 올려놓았다.
이해찬(李海瓚) 전 국무총리와의 관계도 각별해 보였다. 삼국 카페 회원들은 이 전 총리의 강연을 듣고 나서 팬클럽 ‘대장부엉이’를 개설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봉하마을로 떠난 MT에 이 전 총리를 초대하기도 했다. 대장부엉이는 아무나 가입할 수 있지만,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평생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구독하지 않고,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라는 부분을 작성해야 한다.
유시민(柳時敏) 전 보건복지부 장관 팬클럽 ‘시미니즘’(cafe.daum.net/ siminism) 회원 중에도 삼국 카페 출신들이 많았다. 회원 3522명 중 ‘어디서 왔냐’라는 가입인사 질문에 소울드레서(또는 소드)라고 답한 회원은 328명, 쌍화차코코아(또는 쌍코)라고 답한 회원은 482명이었다. 83명은 삼국(또는 화장발, 소울드레서, 쌍화차코코아)이라고 답했다. 대장부엉이에서 왔다는 회원은 287명,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왔다는 회원은 67명이었다.(10월 기준)
소울드레서의 ‘그저웃지요’는 소울드레서 게시판에 ‘유시민을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통해 “재정적으로 힘들다, 국민참여당에 가입하여 특별 당비를 내어 주신다면야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유 전 장관이 집필한 책을 구입해 달라”라고 했다.
2007년 대선 앞두고 일부가 정파성 글 올리기 시작
미용 카페가 어떻게 이렇게 정치집단으로 전락했을까.
삼국 카페 중 정치화가 되는 과정의 과거 글을 보존하고 있는 곳은 ‘화장발’뿐이었다. 이 카페의 ‘이슈게시판’은 2007년 2월 카페 내에서 E 화장품 브랜드가 여론 조작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생겨났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쇼핑몰 사기(詐欺), 애완동물 학대, 성희롱 사건 등 카페 외 이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공간이 됐다.
정치 이슈에 관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건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다. 2007년 9월 게시판에는 ‘이명박 동생 이상은 가정폭력’, ‘한나라당 조직적 댓글 아르바이트생 양심고백(수사감이네요)’ 같은 글이 올라 있다. 반면 ‘시각장애인용 선거 홍보물을 보고 (문국현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등 문국현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글들도 많았다. 대부분 베스트드레서(소울드레서), 쌍코 카페에서 복사해 온 것들이다.
댓글을 보면 ‘정치 이슈는 자유게시판에 올리고, 이곳에서 공론화시키지 마라’는 글이 눈에 띈다. 당시만 해도 정치적인 글에 거부감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에 관심 가지는 건 좋지만, 그저 이명박 씹기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감정에 치우친 글을 읽다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라는 글도 있다. 그러나 2008년 2월 BBK 사건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이명박 정부 초기 인사 파동이 드러난 시점이 대운하 논란과 맞물리면서 이런 자조 섞인 목소리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울드레서 운영진 박모(25ㆍ회사원)씨는 “지금은 정치색이 강한 글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규모가 크니까 회원 중 한나라당 당원, 진보신당 당원도 있고 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촛불집회 무렵까지 ‘정부가 이러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소울드레서 회원들은 한가롭게 뭘 하고 있느냐’같은 글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의견 차이에 대해 댓글로 불만을 표현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람도 없습니다.”
‘정치적 중립’ 주장에는 ‘꾼’ 회원들이 나서 뭇매
왜 정치적 여론몰이를 지적하는 회원들이 사라진 것일까. 좌편향적 정치화를 치닫는 카페에 대한 수십만 회원의 생각은 어떨까.
회원들에게 기자가 이런 질문을 제기하자 한 회원은 “감히 (그런 글을 올린다는 걸) 상상도 못한다”고 했다. 이모(24·대학생)씨는 “예전에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돼 있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린 사람을 봤는데, 몇몇 회원이 우루루 달려들어 우매한 등신 취급을 했다”고 전했다.
마침 10월 7일 쌍화차코코아 감성방(감성적인 글을 올리는 방)에 ‘나의 글’이란 말머리를 달고 “정치관련 글들이 과격하게 반 한나라당적이고, 특정 정당 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패션 커뮤니티인 만큼 중립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불과 4시간 만에 이 게시물에 60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더니 곧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 게시물은 운영자에 의해 삭제됐다.
댓글로는 “한나라당 역사에 대해 잘 모르나 본데 친일파 족속이 만들었다. 사회를 좀먹는 벌레라고 하면 또 과격하다고 할 거냐? ‘한국의 현대사’라고 잘 정리된 게시물이 있으니까 천천히 보라”, “나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다른’ 의견이 아니라 ‘틀린’ 의견으로 본다”, “괴테가 이런 말을 했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이 말을 곱씹어 봐라”, “용기 내어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데,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등이었다.
두 개의 반론이 눈에 띄었다. 필명 ‘콩씌’는 “나도 가끔 과격한 댓글을 다는 회원들을 보고 놀란다. 꼭 저렇게까지 미워하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고 했다. ‘소피스트’라는 다른 회원은 이 말에 공감한 뒤 “당신 되게 용기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 두 댓글은 금세 반박에 묻혔고, 곧 삭제됐다.
‘대박매력알부자소?’은 댓글에서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는 쪽지를 보낸 뒤 게시물을 두 번 신고하고 “당신이 부럽다. 남의 나라에서는 받지도 않는 미국소 먹고 유전자 변형 콩 처먹고, 종부세 등 부자 세금은 내리고(중략)…국회의원 월급은 인상하는데 그러고도 중립 지키자고 하는 당신이 부럽다”고 했다.
이 회원은 10개월 전 회사를 그만둔 여성으로, 쌍화차코코아에 114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대부분 좌편향적인 것들이다.
카페의 정치 참여는 정치적 선진화다?
정치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치화가 ‘2002년 월드컵’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며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성이(尹聖理)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0년대의 ‘광장’ 개념이 월드컵 이후 문화 공간으로 바뀌었다”라며 “그것을 가장 잘 받아들인 것이 ‘노사모’의 집회 활동”이라고 했다.
촛불을 들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했던 노사모 집회를 본보기로 정치 참여가 유희적인 형태(Playful Participation), 일상의 주제와 결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국 카페의 정치 활동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사건과 서거 때 활기를 띠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이후 팬덤(Fandomㆍ특정 인물,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문화현상) 현상이 강화됐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라는 여성주의 이론이 유행한 것도 이 무렵이다.
윤 교수는 “개똥녀, 된장녀 같은 단어가 내포(內包)하는 ‘미용에 관심 가지는 젊은 여성은 사회의식이 없다’라는 기존 통념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의 말이다.
“사실 ‘유희적 정치참여’라는 말은 미국, 유럽에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과거 정치가 독립적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문화, 동호회 활동도 정치 영역에 포함됩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돼 유희적 정치참여 현상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 겁니다. 화장품, 성형에 관심 가진다고 정치의식이 없느냐? 그렇지 않다는 거지요.”
김형준(金亨俊)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의 말이다.
“정치 참여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옛날 여성들의 모습처럼 수동적인 참여입니다. 이 방식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은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두 번째 방법인 ‘능동적, 자발적 참여’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우리가 뭔가를 이뤄냈다’라는 정치적 효능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때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이 20~30대가 되어 자기 표출을 하게 된 겁니다. 자기 나름의 의견을 만들고, 물질적 가치가 아닌 삶의 질과 같은 탈(脫) 물질적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이건 분명한 선진화입니다.”
이성적 토론 불가능해 정치적 후진화다?
그러나 학자들은 정치 토론장처럼 변질(變質)한 카페에서, 정작 건강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긍정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성이 교수의 말이다.
“정치의 ‘성역(聖域)’이 붕괴한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나 극과 극입니다. 게다가 스피커(Speaker)는 매우 많은데 리스너(Listener)는 없습니다. 아고라 같은 게시판을 보면 너무 쉽게 말을 뱉어냅니다. ID가 공개된다지만 어차피 익명이기 때문이죠. 이건 이성적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자기주장만 견고해지는 일, ‘끼리 집단의 재 강화(Re-enforcement)’만 이뤄질 뿐입니다.”
윤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한국 토론 문화의 기본적인 문제를 포함해 한국 사회의 극단적 정치 갈등의 문제, 익명성의 문제, 책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문제, 자유게시판식 토론방의 구조가 뒤섞여 있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접촉한 학자 중 외국에서 일어난 ‘미용 커뮤니티의 정치화’ 사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삼국 카페는 특별한 경우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모 연구원은 “외국 학자들에겐 포털 사이트 내 카페가 활성화되는 일 자체가 특이한 것”이라며 “미국, 영국 IT 학자들이 ‘한국은 커뮤니티 내 아마추어 회원들의 정치적 결집이 왜 이렇게 잘 이뤄지느냐’하고 물은 적도 있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어떻게 가려내느냐는 온전히 네티즌의 소양에 맡겨 있다”라며 “오프라인 토론장에서처럼 결정을 내려주고, 정보를 검열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물론 삼국 카페에는 그런 리더가 없다.
“대중에게는 自淨能力이 있다”
리더가 없다면 회원 개개인의 자정(自淨) 능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진화론적으로 접근하면, 아직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즉흥적, 선동적인 것들이 만연해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라며 “자체 내부에서의 교정, 정화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허무한 유언비어나 정치적 선동은 이용자들도 분별해서 받아들일 거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소울드레서 회원 Y씨는 “개인마다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여론을 관리해도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조선, 중앙, 동아 기사에 반발하는 심리 때문에 의견이 더 치우치는 것 같다”라며 “그렇지만 조·중·동은 친일파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3년 전부터 소울드레서에서 활동해 온 H씨도 “사실 실세는 잠잠하게 본분에 충실한 보수 세력이라고 본다. 과장이든 조작이든 사람들이 걸러서 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변희재(邊熙宰) 〈미디어워치〉 대표는 “자정작용으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변 대표의 말이다.
“좌파적인 유언비어 유포, 선동은 진보적인 인터넷 언론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진보 매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연동하는 경우가 많지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도 태생적으로 기존 언론에 반기를 드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종이신문이 독점하는 탄탄한 독자층은 공략이 안 되니까 신문을 잘 안 읽는 젊은 층을 공략하는 겁니다.”
변 대표는 “이러한 포털 사이트 때문에 공급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난다”라고 했다.
“그러면 건강한 경쟁이 안됩니다. 시장경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포털 사이트를 정확하게 언론사로 법제화하든지, 혹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축소해야 합니다.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언론 역할을 하니까 규제를 안 받는 겁니다. 그게 저절로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주고요. 실제로 삼국 카페 내 진보 인터넷 언론의 기사가 많을 겁니다.”
10대도 많은 카페, 정치의식 惡 영향 우려
지난 학기 수업 프로젝트로 삼국 카페에 대해 조사한 연세대 안수민씨는 “삼국 카페 회원들이 원래부터 그런 정치 성향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라며 “한쪽 자료에만 계속 노출돼 정치의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안씨의 말이다.
“패션 때문에 가입했다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촛불집회 과정을 보세요. 가벼운 이야기를 금지하고, ‘20대 여성으로서 참여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로 소수가 선동하면서 관심 없던 사람들도 나서게 됐습니다. 또 이 사람들끼리 모여서 모임을 갖고, 교류하다 보니 특정 정치 인사를 좋아하게 되고 팬클럽까지 만들었잖아요. 문제는 무방비 상태에서 편파적인 정보에만 노출된 사람도 많다는 겁니다. 애초부터 카페 이름에 ‘OOO 반대’ 이런 게 있었으면 견제했겠죠.”
소울드레서 회원 H씨도 “어린 학생(으로 짐작되는) 회원들이 ‘많이 배우고 간다’면서 ‘한나라당 죽여 버려’라든가, ‘이명박 사살 요망’ 식의 리플을 다는 모습을 볼 때 자신의 판단이 아닌, 분위기에 편승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세 카페의 회원 수를 합치면 55만명이 넘는데, 실제로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10대이거나, 10대 때부터 카페를 이용해 온 사람들이다. 소울드레서 운영자는 ‘우리 카페에는 고등학생들도 많으니 음란 문자 놀이를 자제하라’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수능 50일 남았는데 외국어 잡고 있는 거 비추(추천 안 함)인가요?’, ‘지금 이 시점에서 수리는 포기해야 할까요?’ 등 소울드레서 게시물 중 제목과 본문에 ‘수능’이 들어간 글은 7809건이었다. 쌍화차 코코아는 1040건이다.(10월 기준)
‘대학에 가면 정말 행복한가요?’라는 글을 올리는 등 게시물을 분석했을 때 운영진 중에도 10대가 있었다.
학자들도 미성년자들이 많이 찾는 게시판에서 정치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유포되고 있다는 점, 과격한 논조가 많다는 점에 대해 경고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의 말이다.
“삼국 카페는 본연의 설립 목적이 있기 때문에 중도, 우익 성향의 사람들도 가입합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 정치적인 글을 올리는 회원은 좌익, 그중에서도 친(親) 노(盧) 계열입니다. 회원들은 그 사람의 일방적인 글을 접하게 됩니다. 읽는 정도가 아니라 보다 보면 동조가 됩니다. 나아가 유모차 시위도 하고, 표를 던지게 되는 거죠. 물론,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좌 편향적인 이야기가 더 쉽게 전달되고, 청소년 시절, 대학 캠퍼스에서도 그렇게 방치돼 있다는 사회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左右가 똑같은 노력했다면 달라졌을 것”
2005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엄청나게 유행했었다. 사건, 사고 기사만 올라오면 네티즌들은 저마다 댓글 말미(末尾)에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가 ~할 때까지 노무현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라는 문장을 붙였다. 예를 들어 한국 축구팀이 졌다는 뉴스, 유명 연예인이 누드 화보를 찍었다는 기사에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댓글을 다는 식이다.
이 말은 노 전 대통령 자살 이후에 쓰이지 않게 됐다. 일부 단체에서 ‘때문’을 ‘덕분’으로 바꿔 요즘은 ‘이게 다 노무현 덕분입니다’라고 사용되고 있지만 ‘때문’이나 ‘덕분’이나 정치 도구로 느껴진다.
2008년 당시 우스꽝스러웠던 건 얼마 전까지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던 친구들이 집회에 참여하며 자신을 ‘핫(Hot) 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그 친구들에게는 과학적 논리보다 ‘젊으니까 안티(Anti)’라는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88만원 세대라는 칭호를 부여받은 우리가 386세대를 향해 지녔던 동경(憧憬)과 열등감이 느껴졌다. 이런 감정 역시 정당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됐다. 물론 ‘노무현 때문…’과 ‘미친 소 괴담’은 잊히고 있다.
기자의 취재에 도움을 준 소울드레서 회원 H씨는 “한 사건이 지나면 다시 의식이 흐릿해지면서 서로 낄낄거리며 떠드는 게시판을 볼 때마다 ‘대중은 참 잘 잊는구나. 정치인들 정치할 맛나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11일 “2년 전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 중 아무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개탄(慨嘆)했다. 류석춘 교수의 말이다.
“대중은 원래 그렇습니다. 금방 잊고 또 끌려가기 마련이지요. 문제는 우파가 절대 좌파처럼 애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좌우가 주장을 펼치는 데 같은 노력을 한다면 상황은 이렇지 않을 겁니다. 제 수업 때도 그래요. 좌익 친구들은 매일 손들고 떠들고, 벽보 붙이고 자기가 맞다며 온갖 노력을 하는데, 우익 친구들은 마음에 안 들어도 입 다물고 내색을 안 합니다. 왼쪽 친구들은 주장이 틀렸다는 게 밝혀져도 당당합니다. 다시 밀고 나갑니다. 그런데 오른쪽 친구들은 ‘틀리면 어쩌나’하며 알아주길 바랍니다. 과연 누가 변해야 할까요?”⊙
정말 걱정된다.미친 좌빨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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