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을 하던 경찰관이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자동차에 팔이 끼여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음주단속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단속방법은 음주단속 안내표지판과 단속지점을 알리는 표시물을 설치한 뒤, 통상적으로 경찰1명이 한 차선을 담당한다. 경찰은 시동을 끄지 않은 운전자에게 음주감지기를 들이대 음주여부를 검문하는데, 이 때 손을 차 안으로 깊숙이 넣을 수밖에 없어 운전자가 창문을 닫고 도주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음주운전을 단속하던 경찰관 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5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음주운전 단속의 일제검문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도로를 차단하는 현재의 음주단속은 모든 운전자를 잠재적인 음주 용의자로 보는 것”이라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이러한 방식이 결국은 경찰관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도로차단 방식 대신 순찰을 하며 음주차량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우선 주행하는 모습으로 음주여부를 판단한 뒤, 차를 세워 운전자에게 ‘일직선으로 걷기’‘눈 감고 코 만지기’ 등의 간단한 테스트를 시켜 2차 음주여부를 가른다. 그런 다음 음주측정기를 통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외국은 테스트를 할 때도 우발적인 상황에 대비해 지원팀이 대기해 있다”며 “음주측정 전 과정을 촬영해 이후 분쟁의 소지를 없앨 뿐 아니라 음주운전 단속과정이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어 예방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고(故) 김태경 경사가 근무했던 수원남부경찰서는 12일 내부 간담회를 열어 음주운전 단속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편도 2차선 단속 시 최소 5명이상 합동근무 ▲단속 전방 50m에 순찰차 대기 ▲운전자 창밖으로 고개 내밀기 등을 제안했다.
네티즌들도 고 김 경사의 명복을 빌며 경찰청 홈페이지에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음주단속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시민과 경찰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수원에 사는 시민’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음주측정 후 차량을 바로 출발시키지 말고, 후속차량의 검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음주단속 시 운전자는 시동을 끄고 창문을 완전히 내린다. 그 다음 두 손을 핸들 위에 올려놓고 경찰관의 조사에 응한다”며 음주단속에 응하는 시민들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D. ‘최동섭’은 방지턱 설치를 제안하며 “과속방지턱에 송곳을 달아 평상시에는 차량이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다가 음주차량이 도주하면 리모콘 작동으로 송곳이 올라오도록 하자”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또 다른 네티즌 ‘김영중’은 “아예 음주측정기 손잡이 부분을 길게 만들어 경찰이 팔을 차 안으로 집어넣을 필요가 없게 하자”며 “앞으로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네티즌들도 음주운전 단속방법보다 앞서 개선되어야 할 것은 음주운전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음주운전은 엄연한 범법행위”라며 “범법행위를 단속하는 경찰관을 숨지게 했다는 것은 준법정신의 붕괴, 공권력의 추락을 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는 불특정 다수에게 가해질 수 있다”며 “스스로나 주위 사람들도 음주운전을 자제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