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비군 2년차가 되는 이준민(26·창원시 상남동)씨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집으로 현역으로 입영하라는 병무청의 안내문이 발송됐기 때문이다.
“기말고사 기간 동안 학교 앞 친구 자취방에서 지내서 현역입영 안내문이 온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12월 16일 집에 도착해서 대충 보긴 했는데 그냥 예비군 소집 통지서라고 생각했지요.”하지만 다음날 안내문을 자세히 본 이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06년 5월 30일 의정부 306보충대로 입영하라고 돼 있었습니다. 그것도 육군으로 들어오라는 겁니다. 다른 친구들은 꿈에서나 이런 일을 겪은 데 저는 현실에서 일어났지요.”이씨는 지난 2002년 1월에 공군에 입대해 부산에서 30개월 동안 근무한 뒤 지난 2004년 7월 만기 전역했다. “제목이 ‘현역병 입영일자 등 안내’로 되어 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병무청에 전화를 했더니 마침 토요일이라 확인이 안 된다더군요. 그래서 병무청 자동안내 전화에다 주민등록번호를 찍어보니 안내서에 나온 날짜에 입영하라고 나오더군요.”병무청 통지서 받고 “어째 이런 일이?” 당황현역입영 안내가 나온 것이 확실해 지자 이씨는 “이럴 수가 있나, 절대로 다시 못 간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씨는 월요일인 지난해 12월 19일 경남지방병무청을 방문했다.
“담당 직원이 제 기록을 검색해 보더니 ‘여름에 예비군 훈련도 받으셨네요. 이상하네.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알아서 해결해 드릴 테니 안심하고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하던 일을 모두 제쳐두고 제일에만 신경을 쓰더군요.”담당 직원의 애쓰는 모습에 이씨는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보니까 옛날에는 실지로 두 번 갔다 온 사람도 있었대요. 그때는 항의도 못 했을 건데 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하지만 이씨는 ‘한번’ 정도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단다. “사회생활을 연습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농담이지만 병장 계급장 달아주고 출퇴근이 가능하다면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3일 병무청 관계자는 이씨에게 보낸 것은 ‘현역입영통지서’가 아닌 ‘현역입영 안내서’라는 것을 강조했다.
“공군사령부쪽으로부터 이씨가 입영했다는 인사명령이 접수가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놀란 담당자가 사령부까지 가서 문서를 받아왔습니다. 입영했다는 기록이 없다보니 ‘입영을 해야한다’는 예고문이 나간 겁니다. 당사자에게는 면목이 없습니다.” 올해 대학 4학년이 되는 이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북한과 통일문제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