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선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그 산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산이다. 그래서 알래
스카 고속도로를 오가며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들은 존경심을 갖고 그 산을 대한
다. 특히 겨울철에는 산을 휘돌아 가는 온갖 커브 길과 비탈길들이 얼음에 뒤덮이고, 도로
옆에는 까마득한 절벽이 도사리고 있다. 수많은 트럭 운전사들이 그 길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마지막 운행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날 화물 트럭을 몰고 그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나는 캐나다 산악 경찰대와 마주쳤다. 거대한 기중기가 동원되어 깎아지는 절벽 아래로 추락한 트럭 한 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나는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나서, 부서진 트럭이 서서히 시야에 올라오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지나가던 많은 트럭 운전사들도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그때 경찰 한 명이 우리 쪽으로 걸어와서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발견했을 때는 운전사는 이미 사망한 뒤였소. 이틀 전에 심한 폭설이 내렸을 때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것 같소. 흔적을 찾지 못하다가 해가 난 뒤에 차체가 햇빛에 반사되는 걸 보고 발견할 수 있었소." 경찰은 천천히 머리를 흔들더니 입고 있는 파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여기 당신들이 읽어야 할 편지가 있소. 추측컨대 아마도 그는 얼어죽기 전에 몇 시간 동안은 살아 있었던 것 같소." 나는 경찰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끔직한 사고 현장과 죽음을 접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런 것들에 면역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난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 편지를 읽으면서 나도 울기 시작했다. 운전자들은 각자 조용히 그 편지를 읽고는 말없이 각자의 트럭으로 돌아갔다.
편지의 내용이 내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리고 지금 여러 해가 흐른 뒤에도 그 편지는 마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절벽 아래로 추락한 트럭 운전사가 죽기 전에 쓴 마지막 편지를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에게 읽어 주고 싶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어떤 남자도 이런 편지를 쓰고 싶진 않을 것이오. 그래도 나는 지금까
지 수없이 잊어버리고 하지 못한 말들을 이제나마 할 수 있으니 참으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당신은 내가 당신보다 트럭을 더 사랑한다고 날 놀리곤 했소. 내가 트럭과 더 많은 시간을
동거하며 지낸다고 말이오. 물론 당신 말마따나 나는 이 쇳조각을 좋아하오. 이 놈은 나에
게 충실했소. 내가 힘겨운 시간과 힘겨운 장소들을 통과하는 것을 이 놈은 지켜보았소. 거
대한 양의 화물을 실으면서도 나는 이 놈에게 의존했고, 직선 코스에서는 이 놈이 한껏 속
도를 내 주었소. 이 놈은 지금까지 내 위신을 한 번도 떨어뜨린 적이 없소. 하지만 당신은
이것을 알고 있소? 똑같은 이유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 역시 내가 힘
겨운 시간과 힘겨운 장소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봐 왔소.
우리의 첫 번째 트럭을 기억하오? 걸핏하면 고장이 났지만, 그래도 우리가 굶지 않을 만
큼 돈을 벌어 준 그 중고 트럭 말이오. 그 트럭의 할부금과 세금을 내기 위해 당신은 밖으
로 나가서 일자리를 구해야만 했소.
내가 버는 돈은 죄다 트럭으로 들어갔고, 당신이 번 돈으로 우리는 그나마 먹을 것과 비를
가릴 지붕을 가질 수 있었소.
나는 그 트럭에 대해 자주 불평을 했지만, 당신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도 불
평 한 마디 하지 않았소. 당신이 힘들게 번 돈을 길바닥에 깔아야만 했을 때도 난 당신의
푸념을 한 번도 들은 기억이 없소. 당신이 불평을 했다 해도 난 아마 당신의 불평을 듣지
않았을 것이오. 부끄럽지만 나는 당신을 생각하기보다는 내 자신의 일에 너무 몰두해 있었
소.
이제 나는 당신이 나를 위해 포기한 모든 것들을 생각하오. 옷, 휴가, 파티, 친구들과의 모
임…. 당신은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았고, 난 그런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
이 없소. 친구들과 앉아서 커피를 마실 때도 나는 언제나 내 트럭, 내 장비, 내가 내는 할부
금 등에 대해 말했소. 당신이 비록 나와 함께 조수석에 타고 있진 않지만 당신이 나의 영원
한 동업자라는 사실을 난 잊고 있었소. 마침내 우리가 새 트럭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보다는 당신의 희생과 결단력 덕분이었소. 내가 몰고 다니는 트럭에 대해 난 자부심
이 대단했소. 나는 당신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컸소. 하지만 난 그것에 대해 당신에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소. 난 당신이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소. 하지만 만일 트럭
에 왁스칠을 하는 데 들인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당신과 대화하는데 바쳤다면 아마도 난
내 진실한 감정을 고백했을 것이오.
내가 도로를 달려온 지난 여러 세월 동안 난 당신의 기도가 나와 함께 달리고 있음을 언제
나 알고 있었소.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의 기도가 부족했던 모양이오.
난 부상을 입었고 몹시 상태가 좋지 않소. 이것이 내 마지막 운전이 될 모양이오. 이제 나
는 더 늦기 전에 당신에게 진작에 수없이 말했어야 할 것들을 말하고 싶소. 내가 너무 트럭
과 내 일에 몰두해 있느라 잊어버린 것들 말이오.
나는 지금 그 동안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숱한 기념일들과 생일들에 대해 생
각하고 있소. 내가 길 위에 있었기 때문에 당신 혼자서 가야만 했던 아이들의 학교 연극회
와 하키 경기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
내가 어디쯤에 있고 일들은 잘 되고 있을까를 상상하며 당신 혼자서 보낸 그 숱한 외로운
밤들에 대해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소. 당신에게 매번 전화를 걸어 단순히 목소리를 듣고
안부를 물을까 생각했지만 무슨 이유들 때문엔가 난 그것을 잊어버렸소. 나는 또 당신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을 때 내가 느꼈던 그 마음의 평화에 대
해 생각하고 있소.
집안의 큰 모임이 있을 때마다 당신은 일가 친척들에게 왜 내가 참석하지 못하는가를 설명
하며 난처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소. 난 언제나 트럭의 엔진 오일을 교환하느라고 바빴거
나, 트럭을 정비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아니면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야 했기 때문에 잠
을 자고 있었소. 항상 이유가 있었소.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것들은 나에게 그다
지 중요한 게 아니었소.
우리가 처음 결혼했을 때 당신은 전구 하나도 갈아 끼우지 못했소. 그런데 이삼 년 만에 당
신은 내가 플로리다에서 화물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혼자서 눈보라 속에서 아궁이
를 수리했소. 당신은 아주 훌륭한 기술자가 되어 내가 트럭 수리하는 것을 도왔고, 당신이
직접 트럭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는 장미밭으로 후진했을 때 난 정말로 당신이 자랑스러웠
소.
집 앞에 트럭을 주차시키고 들어가려다가 당신이 승용차 안에서 날 기다리다 잠이 든 것
을 보았을 때 난 정말로 당신이 사랑스러웠소. 당신은 미인이오. 당신도 그걸 알고 있소?
난 당신에게 그런 얘길 한 적이 없지만 당신은 어떤 여자보다도 미인이오.
난 내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소.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잘 내린 결정이 있다면 그것
은 당신에게 청혼을 한 것이었소. 당신은 트럭 운전사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아무것도 모
르는 상태였고, 나 역시 알지 못했소.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 되었고, 당신은 내 곁
을 떠나지 않았소.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당신은 항상 그곳에 있어 주었소. 당신을 사랑하
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하오.
내 몸은 지금 큰 부상을 당했소. 하지만 내 가슴은 더 많은 상처를 입었소. 내가 이 여행을
마쳤을 때 당신은 그곳에 없을 것이오. 우리가 함께 살기 시작한 이래로 이제 나는 정말로
처음 혼자가 되었고, 그것이 겁이 나오, 난 당신이 무척 필요하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
다는 걸 알고 있소.
재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것은 이 트럭뿐이오. 우리의 삶을 그토록 여
러 세월을 함께 살아온 이 찌그러진 강철 덩어리…. 하지만 그것은 내 사랑을 돌려 줄 수
없소. 오직 당신만이 그것을 할 수 있소.
당신은 수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지만 당신이 이 곳에 나와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
소. 난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소. 하지만 난 마지막 달리기
를 혼자 끝마쳐야 하는 것이 겁이 나오.
아이들에게 내가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어떤 아이도 트럭을
몰아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진 마시오.
시간이 다 되었다는 걸 느끼오.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 혼자서 살아갈 날들이 걱정될 뿐이
오. 내가 이 생에서 어떤 것보다 더 많이 당신을 사랑했음을 항상 기억하시오. 난 단지 그
걸 말하는 걸 잊고 있었을 뿐이오. 당신을 사랑하는 빌.
1974년 12월.
여러분들 이글을 읽고 느끼는점이 많을것입니다.
운전대를 잡는 그 순간부터 나를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합시다.
그럼 졸음운전도 못할것이고 난폭운전도 자제하게 될것입니다.
행복한 하루되십시오..
긴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