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박유미] 비행기 기장이 면허증인 '운항 자격증'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국제선 여객기 승객 300명이 다섯 시간 넘도록 김포공항에서 발이 묶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12일 한국공항공사와 ANA(전일본공수) 항공에 따르면 이날 정오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갈 예정이던 ANA항공 NH1292편이 일본인 기장의 운항 자격증 분실로 출발하지 못했다.
기장은 해당 비행기 기종에 따른 운항 자격증뿐만 아니라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카드, 기상 운항 자격증 등을 휴대해야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
ANA항공은 해당 기장이 언제 어디서 자격증을 잃어버렸는지 알지 못하자 일본에서 대체 기장을 한국으로 보내 비행기를 대신 운항하도록 했다.
승객 300명이 타고 갈 예정이던 이 비행기는 오랫동안 서 있으면서 눈까지 맞아 비행기 날개와 동체 등에 쌓인 눈과 얼음을 녹이는 제빙(Deicing) 작업까지 한 끝에 오후 5시22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ANA항공 관계자는 “일부 승객이 항의했지만 집단 농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게이트 앞에서 음식을 제공했으며, 보상 문제는 차후 본사 차원에서 논의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NA항공은 1952년 헬리콥터 수송회사로 설립돼 71년부터 국제선에 취항했고, 현재 일본에서 일본항공(JAL)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항공사다. 2003년부터 김포~하네다 구간을 매일 2회씩 운항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부터 김포~오사카 구간에도 매일 1회씩 운항 중이다.
박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