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취사병 왕고달고 전역날 얼마안남아서 대충대충 시간만 때우고있었는데(참고로 k9부대출신입니다) 우리 여단에 대대가 몇개 있는데 그중에 한개 대대가 좀 중요한 훈련을 하는데 각 대대 대대장들은 물론 여단장과 휘하 참모들까지 참관하는 좀 큰 훈련이었습니다(2박3일훈련). 그런데 대대장들과 여단장, 휘하 참모들의 밥을 아무상관없는 우리 대대에서 하라고 행보관님이 그러더라구요. 전 뭐 전역날만 기다리고있으니 걍 신경 안쓰고 담배나 한대피고 있는데 행보관님이 같이 따라가잔 겁니다. 당황해서 왜 가야하나 물어보니 가서 테이블에 세팅까지 해주라는겁니다. 저는 밑에 애들 뗄꼬 가십쇼 이러니 행보관님이 높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일이등병을 뗄꼬 가냐 가자고 사정을 하시길래 어쩔수없이 에이급으로 환복하고 추운겨울날 닷지타고 훈련장 까지갔습니다. 가니 여단장 텐트 큰게 있더군요 앞에 별하나 푯말까지있구요. 안에들어가니 간이침대며 난로, 테이블등등 있더라구요. 그날 메뉴가 아침메뉴중 탑오브탑 꼬리곰탕과 오징어젓갈이었습니다. 부대에서 챙겨온 부르스타 전골냄비 따로 삶아간 당면 에이급 식기등등을 세팅하고 있는데 여단장님과 참모진들이 속속 들어오더군요 짜증은 낫지만 그래도 높은분들이니 진짜 있는거 없는거 다해서 훈련기간내내 밖에서 사먹는거 못지않게 잘해드렸습니다. 경례를 FM으로하고 맛있게 드십쇼라고 인사드리고 나와서 행보관님이랑 운전병이랑 담배한대씩피고.. 2박3일동안 무한반복하고 마지막날에 여단장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여단장 : 자네는 어느 대대소속인가?
본인 : OO대대 소속 병장 OOO입니다.
여단장 : 아 그래? 자네 덕분에 밥 맛있게 잘 먹엇네
우리 OO대대 대대장이 취사병 하난 잘둿구만
(진짜 MSG하나도 안첨가했음)
본인 : 감사합니다.

인사를 끝내고 담배한대 피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 대대장이 식사끝난 여단장 식판 들고 나오는데 보니 입이 귀에 걸려있더라구요. 행보관님도 고생했다고 한마디 해주시고해서 저는 속으로 말년휴가때 포상휴가 하나 받을수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대대장님이 저희부대 일이 있어서 오셨는데 식당에 오셔서 저를 부르시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포상휴가주러 오셨나? 생각했는데 왠걸 그때 고생했다면서 악수하고 담배한갑이랑 음료수 하나 주고 가버리더라구요.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별거 아닐수도있지만 진짜 고생했거든요.. 모자란부식 가지고 따로 반찬 더해서 주고 다 차려주고.. 나중에 행보관님이 자기도 뭐하나 주실줄 알앗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아니지만 그땐 얼마나 속상하던지ㅜㅜ 좀 허무하더군요.. 반응이 좋으면 취사병 시절 진짜 재밌었던 에피소드 많으니 더 적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