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0대 늦깎이 드라이버입니다. ^^
스티븐 킹의 신작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었습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장편소설이지만
'Story King'의 작품답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100분짜리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흡입력 최고.
훔친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로 이른 새벽 구직시장에
줄 선 사람들을 치어 죽인 살인마가 다시 행동을 시작하고
은퇴한 형사가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스티븐 킹 최초의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화제이기도 하죠.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소설 속 범인에게 붙여진 별명입니다.
스티븐 킹을 심심풀이용 상업소설가 정도로 평가하면 오산.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발표해왔지만 상업적인 성공만큼
문학적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단편 "사다리의 마지막 단(The Last Rung on the Ladder)"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서설이 길었네요. '작가' 스티븐 킹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
여튼 "미스터 메르세데스" 역시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재밌고, 설레고, 긴장되고, 살짝살짝 인생의 메시지까지 전합니다.
다만 한 가지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소설에서 살인마가 훔쳐서 살인도구로 쓴 벤츠는 'SL 500'이라 나옵니다.
'V12(12기통)'의 으르렁거리는 사운드와 회색의 육중한 차체를 언급하죠.
그리고 '세단'으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내용 중에 주인공 형사가
그를 돕는 10대 소년과 40대 여성을 함께 태우고서 운전하기도 해요.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도 다시 한번 SL 500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SL 500의 엔진은 V12가 아닌 (워보이들의 神) V8이며,
3명이 탈 수 있는 세단도 아닌 2인승 하드탑 로드스터라는 겁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 2009~2010년이면 위 두 사진의 Type R230 시절인데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SL 500이 '12기통 세단'인 적은 없어요.
12기통 세단의 메르세데스-벤츠라면 세단의 끝판왕 S 600이거나
S의 쿠페 버전인 CL 600(現 S Coupe)뿐입니다. 그런데 2인승 SL 500이라니?
구글링 해보니 외국에서도 이 오류를 이야기하는 게시물들이 보이네요.
대표적인 팬사이트인 'www.thedarktower.org'에서도 언급이 되고요.
작품의 핵심적인 소재이기도 한 자동차인데... 왜 이런 오류를 범했을까요?
스티븐 킹 개인이 자동차에 관심이 없다면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킹을 담당하는 편집자들과 초고가 나왔을 때 작품을 읽었을 여러 사람들 중
아무도 이 오류를 지적하고 바로잡지 않은 이유가 정말 궁금합니다.
'왕(King)'에게 감히 지적질을 할 용기가 없었던 걸까요? ^^
P.S.
제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동차 중 하나가 R230 SL입니다.
현재의 R231도 멋지긴 하지만 R230의 우아한 자태엔 못 미쳐요.
(R231 SL 63 AMG 시승기 http://gilnoodle.blog.me/220243460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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