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너무 마음에 든다. 첨단자동(自動)장치를 갖춘 자동차네요.”
김지애씨는 그랜드 카니발을 접한 뒤 두 가지에 놀랐다고 했다. 첫째는 크기다 . 11인승답게 실내공간은 ‘정말 넓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내크기의 잣대 인 휠베이스(앞·뒷바퀴 축간 거리)는 3m2cm로 쌍용차 로디우스(3m)보다도 크 다.
시트배치 영향도 큰 듯 하다. 좌석은 총 4열인데 1열과 2열은 완전히 눕힐 수 있다. 여행 때 편안한 휴식이 가능하다는 얘기. 3열과 4열은 앞으로 접히게 제 작해 큰 짐을 실을 때 편리하다. 3~4열 공간은 좀 좁기는 하다.
하지만 더 큰 만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지애씨는 레저용차(Recreation Vehic le, RV)에 대해 결정적인 불만사항을 갖고 있었다.
“RV 같이 큰 차는 뒷좌석에 타기가 힘듭니다. 또 여자와 노약자들은 두 손으 로 낑낑거려도 문을 열기가 너무 버거워요.”
그랜드 카니발이라면 그런 걱정은 없다. 김지애씨가 뒷문 손잡이를 가볍게 당 기자 ‘윙~’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열린다. 내부로 들어가 문 옆 버튼을 누르면 다시 부드럽게 닫힌다. ‘손 하나 까딱’이라는 광고카피 그대로다. 기 아차가 자랑하는 ‘오토 슬라이딩 도어’다.
트렁크 문(테일게이트, Tale Gate)도 자동이다. 뒷문 손잡이를 잡아당겨도 되 고, 운전석에서 버튼을 눌러도 열린다.
“짐을 손에 든 상태로는 문 열기가 어려웠잖아요. 참 편리하네요.”
혹시나 문에 끼이면 어쩌나 생각했다. 그 염려는 접어도 좋다. 문이 닫힐 때 물체가 있으면 다시 열린다. 차창이나 선루프 안전장치와 같다.
그랜드 카니발은 하다못해 맨 뒤쪽 창문도 전동으로 움직이게 설계했다. 예전 모델은 완전히 닫혀있어 답답했었는데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선택사항 이지만 키홀더에도 문을 자동으로 열 수 있도록 스위치를 달았다.
김지애씨는 편의시설을 또 꼼꼼히 살폈다. 우선 수납공간이 풍부하다. 워낙 차 가 크다보니 공간이 많기도 하지만, 곳곳에 잘 배치했다는 느낌이 든다. CD를 보관할 수 있도록 앞쪽 대시보드 하단 공간도 잘 살렸다는 평가다.
운전석 좌석을 조정하는 ‘시트 컨트롤러(Seat Controller)’도 인상적이다. 보통 의자에 달렸지만 그랜드 카니발은 문 쪽에 달았다. 조작이 훨씬 편리하다 . 운전석 모양으로 만들어진 컨트롤러는 8방향으로 조절된다.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메모리기능도 갖췄다. 보통 차라면 선글라스가 있는 공간에 오목거울 을 달았다. 운전 중 뒤를 돌아보지 않고서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 글라스함은 운전석 머리 위로 옮겼다.
뒷좌석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영화를 볼 수 있도록 DVD 플레이어와 모니터 를 달았다. 아마 지루한 여행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온도조절도 뒷 좌석에서 가능하다.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RV의 한계를 극복했다고나 할까.
■균형 잡힌 외관 합격점■
외관도 합격점을 줄 만 하다. 김지애씨와 기자 모두 차가 균형을 갖췄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기존에 나온 RV는 어딘가 모르게 균형감이 떨어졌다. 쌍용 차 로디우스의 경우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랜드 카니발은 덩치가 크면서도 전체적인 모양새가 조화롭다.
앞모양은 넓은 범퍼에 삼각형 헤드램프와 이중구조 라디에이터 그릴이 강인하 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뒷모양도 머플러가 보이지 않도록 해 깔끔하다. 역동적인 SUV의 인상도 준다. 또 쌍용차 카이런과 달리 뒷창문이 꽤 커 시야확 보가 쉽다.
본격적인 주행테스트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A-다. 주행능력이 좋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자 육중한 차 무게를 이기고 꽤 가볍게 밀려나갔다. 시속 12 0km까지 부드럽게 달려 나간다. 그랜드 카니발 엔진은 170마력으로 2900cc 배 기량을 갖고 있다. 16밸브 커먼레일 엔진으로 2000~3000rpm에서 최고속도 시속 188km를 자랑한다. 100km까지 이르는 시간도 15.9초로 동급 최고다. 핸들링은 다소 무거운 편. 차체가 무거워 어쩔 수 없나 싶다.
주차는 편리하다. 후진 때 자동으로 아웃사이더 미러를 5도 낮춰준다. 주차라 인을 편히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후방상황을 카메라가 모니터에 보 여준다. 노란선과 빨간선으로 정확하게 안전거리를 잡아준다. 주차가 어렵다는 김지애씨 입가에 또 미소가 퍼진다.
■소음은 여전히 과제■
그래도 역시 디젤엔진은 디젤엔진이다. 가속을 할 때 소음이 좀 있다. 꽤 잡았 다고 해도 승용차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꽤 거슬린다.
“같은 디젤엔진인 카이런을 탔을 때보다 더 시끄러워요. 오히려 카이런이 조 용한 차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네요.”
또 언덕에서도 아무래도 힘이 부친다. 엔진이 무리한다 싶을 만큼. 스피드를 즐길만한 차는 결코 아니다. 덜컹거림도 있다. 요철이라도 지날 때면 아무래도 출렁거린다. 그래도 이는 디젤엔진과 덩치가 큰 RV의 한계라고 충분히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브레이크 성능은 아주 좋았다. 뻑뻑하지도 않고 힘도 있다. 급정거 때도 안정 감 있었다. 회전도 OK. 세계 최초로 장착했다는 ‘회전반경 제어장치(VRS)’ 덕분이다. 기아차에 따르면 VRS는 회전반경을 5.7m로 줄여준다. 예전 카니발은 그랜드 카니발보다 차체가 작지만 회전반경이 6.5m나 됐다.
그랜드 카니발은 98년 1월에 데뷔한 기존 카니발과는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차다. 26개월간 2500억원을 투입해 완전히 모델을 바꿨다. 카니발이라는 이름을 계속 쓴 이유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월 드클래스 프리미엄 미니밴’이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하다. 기존 RV 를 한 단계 진일보 시켰다고 봐도 좋다.
그랜드 카니발은 11인승 승합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로 6만5000원만 내면 된다. 대신 운전면허는 1종이어야 한다.
차량 종류는 시승차였던 LIMITED 고급형(A/T)이 가장 고급으로 2920만원이다. 그 밑으로 GX와 GLX가 있는데 GX고급형은 1980만원이고, GLX 기본형은 2270만 원이다. 오토슬라이딩도어는 GLX 최고급형 이상은 기본, 고급형은 선택사항이 다.
【그랜드 카니발 주요 제원】
▶크기 : 전 장×전 폭×전고가 5130×1985×1780mm
▶엔진 : 2900cc 직렬 4기통
▶승차정원 : 11명
▶최소회전반경 : 5.6m
▶연비 : 10.2km/리터
▶차량가격 : LIMITED 고급형 (A / T) 2920만원 / GXL 기본형 2270만원 / GX 고급형 198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