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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씨(48)에게 없는 게 5가지 있다.
고향, 행복, 꿈, 우애, 돈이다. 하나 더 붙이자면 명절이다.
정씨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산다. 고향 충북 영동엔 언제 가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6명이나 되는 형제·남매들과 연락을 끊은 지 오래다. 하나같이 다 못산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빠 서로를 챙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족은 7살 난 딸 혜숙이뿐이다.
혜숙이는 정신지체장애아(2급)다.
또래들은 유치원에 다니지만 혜숙이는 지난 봄부터 특수학교에 다닌다.
일반 유치원에서는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심통 나면 친구들을 심하게 때리기 때문이다.
정씨는 특수학교가 혜숙이를 돌봐주는 낮 시간에만 일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직접 돌봐야 한다.
혜숙이는 고기나 생선 반찬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다. 아기나 다름없다.
거처인 쪽방이 4층인데 혼자서 오르내리지도 못한다.
정씨의 월 소득은 33만5천원. 구청 취로사업을 한다.
혜숙이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쪽방 월세 24만원을 내면 10만원이 채 남지 않는다. 혜숙이 몫으로 장애인수당 10만원이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정씨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
1995년 결혼해 방 2칸짜리 전셋집에 산 것이 유일한 행복이었다.
그마저 1999년 부인이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끝이 났다. 혜숙이도 그 해에 태어났다.
2평짜리 쪽방에서는 다리 펴고 누울 수 없다.
손바닥만 한 창문 틈으로 밤이면 칼바람이 들어온다.
혜숙이를 안쪽에 눕히고 자신은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잔다.
갈라진 방바닥과 벽 사이로 연탄가스가 새어나올까 겁이 난다.
그래도 이번 집은 부엌이 달려 있어 낫다.
석 달 전까지 살던 집은 방 1칸이 전부였다.
방 한쪽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놓고 밥을 했다.
방문을 열면 바로 골목길로 나가는 복도다.
지금은 가스레인지로 밥과 찌개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대신 화장실을 가려면 3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혜숙이가 오르내리기에 계단은 너무 가파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쪽방촌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방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
정씨는 이번 추석도 혜숙이와 단둘이 보내야 한다.
둘이 마주앉는 밥상이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매번 설움이 북받친다.
좁은 쪽방에 앉아 있다 보면 헤어날 수 없는 가난과 외로움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보배님들.. 1억, 2억.. 혹은 10억 만만하시죠.
적어도는 우리 보배 갑부님들아 ,
혹은 꿈꾸는 예비 갑부님들 ,
우리 가끔이나마 짧지만 잠시나마 각성합시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