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호회에도 올린 글이지만, 여러군데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곳에도 글을 남깁니다.
지난 금요일, 김천에서 출발해 전주를 갈 일이 있어서 5시쯤 출발했습니다.
원래 계획보다 1시간 지연되는 바람에 확장공사 구간에서 120 정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제한속도는 80이지만, 그렇게 달리는 차는 트럭 외에는 없습니다.
120으로 달려도 대구/경북 번호판을 단 차들은 제게 똥침을 놓습니다.
화물차가 드문 시간대여서 추월을 할 때만 1차로로 잠시 들어섰다가 2차로로 복귀하는 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황간IC 조금 못미쳐서 트럭들이 줄줄이 주행하고 있는 바람에 1차로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뒤에 순식간에 몇대의 차량이 붙는 바람에 130까지 가속...
서행중인 엑센트를 추월하기 위해선지 흰색 마티즈 하나가 제 앞에서 1차로로 들어오더군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게 아마 황간터널 나선 직후였을 겁니다.
그런데 추월을 하고나서 2차로로 복귀하질 않더군요.
속도를 줄이면서 뒤에 붙었습니다.
속도는 계기판상 100... GPS로는 95~96 정도지요.
'아직 뒤를 못봤나 보다'하고선 조금 기다렸습니다.
당연히 제 뒤의 차량들도 속도를 줄였죠.
근데 이 마티즈... 꿈쩍도 안하는 겁니다.
'안되겠네... 비켜달라고 해야겠다' 하이빔 1회...
무시.
'어라?' 다시한번 하이빔...
X무시.
슬슬 짜증... '고속도로 안달려봤나' 또다시 하이빔.
씹힘.
제 뒤에 매달린 차 가운데 맨 뒤에 있던 신형 싼타페, 2차로 변경후 튀어나갑니다.
보내주고...
어떡할까 망설이는데, 마티즈의 브레이크등이 살짝 점멸합니다.
속도는 여전히 100입니다. 황당합니다. 제 뒤에 매달린 차들은 계속 그대로 따라옵니다.
'이 걸레같은 XX이 지금 뭐하자는 거얏'
영동터널 진입 직전의 급커브/오르막 구간이 다가옵니다.
여기서 2차로 주행하는 트럭 만나면 금강휴게소까지 이대로 달려야 합니다.
안되겠다...
2차로로 변경해 추월하면서 가볍게 경음기를 울려주었습니다. '너 지금 실수한거 알지? 그러지 마라'
이때 이미 영동터널 진입 직전의 커브+오르막 시작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트럭 하나 있습니다.
다시 1차로 진입...
약간 짜증이 나서 백미러를 봤습니다.
두개의 광원이 번쩍! 합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영동터널에 진입했습니다.
또다시 백미러에서 빛이 납니다. 이번엔 약간 깁니다.
폭발했습니다.
터널만 아니면 바로 차 세우려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금강휴게소까지는 터널의 연속입니다.
확장공사 구간이라 갓길에 세우기도 뭐합니다.
금강휴게소부터는 갓길이 있다는게 생각나서
거기 가서 갓길에 차세우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흐름을 맞추려다 보니 멀찌감치 떨어졌습니다.
금강휴게소 입구 도착...
갓길에 비상등 켜고 차 세운후 내려서 신호할까 하다가
마티즈 운전자도 하이빔을 두번이나 켠 걸로 봐서 내가 정차상태로 손짓만 해도 서겠지 싶었습니다.
얼핏 추월하면서 보니 어린 남자 같았습니다.
슬슬 열이 식으면서 그 운전자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운전을 잘못 배워서, 몰라서 그런거 같은데 휴게소로 데리고 들어가서 일러줘야겠다 싶었습니다.
만약에 상대가 내가 아니라 에쿠스 탄 가죽잠바 아저씨들이었다면?
대구경북 번호판의 중년 아저씨라면?
절대 그냥 안놔둘 겁니다. 강제로 차 세우게 해서 쌍욕을 퍼부으거나 머리털 홀랑 뽑아버릴 겁니다.
1분 정도 기다리니 2차로에서 주행하는 마티즈가 보입니다.
팔 내밀어서 수신호했습니다.
그냥 가버립니다. 다시 열받습니다. 시비를 걸어 놓고 내뺄 정도의 배짱밖에 없는 인간이라? 쟤 뭐지? 드디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따라갔습니다.
트럭들이 많아서 칼질도 못하고 흐름따라 가는데, 어느새 옥천휴게소를 지나 6차로 구간입니다.
앞에 보입니다. 여전히 1/2차로를 넘나들면서 100으로 달리는 바람에 마티즈는 여러 차를 달고 달립니다.
옆으로 다가가서 얼굴을 보니 20대 후반의 젊은 여자입니다.
완벽한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스티어링을 잡고 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아마도 마티즈 동호회나 남자친구한테서 들은 대로 행동한거 같았습니다.
"뒤차가 무섭게 붙으면 브레이크 페달에 발 댔다가 놓아서 빨간불만 들어오게 해라. 그럼 놀라서 도망간다... 상향등 켜는 놈한테는 너도 켜줘라... 그래야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다... 1차선이고 뭐고 네 속도를 유지해라, 어차피 급한놈이 피해가게 돼 있다" 등등...
지난 1년 동안 벼라별 상황을 다 당해 봤지만,
1차로에서 서행운전하던 놈이 드러내놓고 하이빔 켜는 황당한 사람은 첨 만났습니다.
보X드림 김여사/미스김 시리즈에서나 보던 일을 직접 당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더군요.
저는 전주로 가기 위해서 비룡분기점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여기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화물차들이 많습니다. 역시나 화물차 뒤에 붙었습니다.
60~70으로 달려야 합니다.
백미러를 보니 그 마티즈도 붙었습니다.
호남고속도로지선이나 대전통영에 들어설 때까지 휴게소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보내줘야 합니다.
수차례 가까이 붙어서 번호판을 기억해 두었습니다.
442X... 앞뒤 번호 다 알지만,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자제합니다.
지금 심정같아선 마티즈 동호회에라도 가입해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 아가씨가 이 글을 보고 자기 실수를 알았으면 해서요. 그냥 뒀다가는 큰일 당하지 싶습니다.
아무리 제한속도로 주행중이더라도 뒤차가 추월하겠다는 상향등을 켜면 양보해주는게 매너라는 것.
1차로는 주행차로가 아니라는 것.
2차로로 추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스티어링을 잡는건 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것.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1년여간 고속도로주행만 3만킬로, 경부/중앙/중부내륙/천안논산/호남/대전통영/서해안 등등 웬만한 고속도로 다 달려보았지만 처음 겪은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여기 분들이 쌍심지 켜시는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겠더군요.
그러나 우리 역정내지는 말구요... 매너운전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듯.
모르는건 죄가 아니라 했으니까요. 알고서도 그런 행동을 했다면 비난받아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