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주인에 순종하는 GS430
스포츠 세단 렉서스 GS430을 뒤늦게 만났다. 이번에 선보인 GS는 3세대로 7년만의 풀체인지다.
렉서스는 성공한 브랜드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구축했다. 미국시장에서는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힐 정도로 저력이 있다. 그 위세에 미국시장의 터줏대감 GM과 포드가 쩔쩔매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다. 렉서스는 벤츠, BMW 등 최고급 독일 세단들과도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말 그대로 일본차의 대표주자다.
렉서스의 세단 라인업은 IS, ES, GS, LS로 이어진다. 최고급 세단 LS 바로 아래에 위치한 스포츠 세단이 GS다.
▲디자인
뉴 GS는 조금 커졌다. 길이와 너비가 20mm 정도, 휠베이스는 50mm가 늘었다. 대신 높이는 20mm 줄었다. 체격의 변화만으로도 달리는 성능이 훨씬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휠베이스가 길어지고 차 높이가 낮아졌으니 노면에 더 밀착해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됐다. 휠베이스를 늘려 ‘편안한 세단’ 만들기를 배려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키를 낮춰 ‘잘 달리는 스포츠카’ 만들기에도 신경썼다.
공기저항계수 0.27. 공기의 저항을 낮추는 유선형 디자인으로 소음도 줄이고 연비도 높이는 효과를 봤다. 차의 모양을 보면 바람이 걸릴 곳이 없다. 보닛, A필러, 루프, C필러로 이어지는 선이 부드럽게 휘어 공기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다. 자연, 특히 바람에 순응하는 디자인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가운데 차의 특징은 확실히 드러내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선이라기보다 넓은 면을 이루는 두터운 C필러는 안정감을 준다.
▲성능
스마트 엔트리&스타트 시스템은 이제 보급단계에 와 있다고 봐야 할 듯하다. 토요타는 앞선 기술을 남보다 먼저 쓰는 법이 드물다. 그런 메이커가 이 같은 기술을 적용했다는 건 이 기술이 그 만큼 완성도가 높아지고 대중화됐다는 의미다. 키는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될 뿐이다. 키 홀더에 꼽거나 시동을 걸 때 키를 사용할 일이 없다. 잠겼던 문도 키를 가진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열린다. 브레이크에 발을 대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F1 머신에 탄 듯, 고성능 스포츠카에 올라앉은 듯 재미있다.
이 차를 타고 가다 옆사람과 싸우면 절대 안된다. 화난다고 키를 집어들고 창밖으로 던져 버리면 수습하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조수석에는 ‘몽니’를 부리지 않는 마음 좋은 사람만 태울 일이다.
변속기는 6단으로 멀티모드 자동변속기다. 팁트로닉, 스텝트로닉처럼 수동변속이 가능한 자동변속기다. 수동 모드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1단에서 시속 70km까지 치고 나간다. 변속범위가 의외로 넓다. rpm이 6,000을 넘어 레드존으로 진입했어도 2단으로 자동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운전자가 기어를 바꿔야 변속이 된다. 일반적으로는 수동 모드라고 해도 레드존에 들어가면 시프트업이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이 차는 운전자의 조작으로만 변속이 된다. 오로지 주인의 지시에만 순응하는 진돗개같다.
2단으로 시속 110km에 이르면서 rpm이 레드존에 진입했다. 3단에서 160km/h를, 4단에서 200km/h를 넘겼다. 5, 6단에서 레드존 진입은 일반도로에선 불가능한 상황. 스포츠 드라이브에서는 3, 4단을 위주로 다이내믹한 파워 드라이빙을 즐기면 제격이다. 연비를 고려해 부드럽고 안정된 주행을 할 때는 5, 6단을 이용하면 좋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6단의 효용성은 의문이다. 일반인이 평상주행을 하면서 6단을 제대로 즐기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계기판은 날씨에 따라 저절로 불이 켜진다. 세계 최초로 대시보드에 ECD 컴비네이션 미터를 장착해서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내부에 있는 센서로 주위 밝기에 따라 계기판 조명을 조절해준다. 또 모니터를 포함하는 통합제어패널로는 각종 자동차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운전대 왼쪽 아래에 놓인 패널에는 파킹센서, 도어미러 조절 등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버튼들을 모았다.
이 차는 승용차의 전자화에 충실했다. 엔진출력과 브레이크, 스티어링을 통합 제어한다는 VDIM(차체역학 통합제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ABS,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EBD)와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S) 등 각종 안전장치를 통합제어하는 것. 경사면을 올라갈 때 잠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미끄러지지 않는 HAS(힐 스타트 어시스트 컨트롤) 기능도 있다. 이 기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운전자는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얻는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편제동되는 듯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정밀한 전자장치들이 통제하는 바퀴인데 편제동, 혹은 쏠림현상은 의외다. 도로상태가 좋지 않을 때 더 그랬다.
차는 가벼웠다. 더도 덜도 없이 밟는 만큼 반응했다. V8 4.3ℓ 283마력의 엔진파워는 넘쳤다. 3,500rpm에서 무려 42.6kg·m의 두터운 토크가 나온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넘치는 힘, 파워풀한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차체의 반응은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탄력있고 즉각적이다. 0→시속 100km 도달시간은 5.7초에 불과하다. 어지간한 스포츠카는 저리 가라할 성능이다.
이 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역시 조용함이다. 일본차, 특히 토요타는 소음에 관해 강박관념을 가진 듯하다. 차는 조용해야 하고, 소리는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게 확실하다. 굵은 엔진소리도, 힘차게 터지는 머플러 소음도, 고속주행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최대한 억제되고 있다. 단차를 줄이고,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고, 방음재를 적절히 사용해 소음의 발생과 실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소리없이 움직이는 닌자를 연상케 한다.
심지어 실내 경고음도 아낀다. 주차 브레이크를 당긴 채 움직여도, 안전띠를 매지 않아도 경고음은 나오지 않고 계기판에 빨간 불빛만 깜빡인다. 렉서스는 소리를 싫어했다.
▲경제성
이 차의 연비는 4.3ℓ 엔진으로는 수준급인 8.9km/ℓ다. 1등급에 해당한다. 판매가격은 7,900만원. 아우디 A6, BMW 5시리즈 등과 견줄 때 가격 대비 성능이 우위에 있다. 가격에 맞추면 성능이 앞서고, 엔진 배기량 등 성능에 맞추면 가격이 앞선다. 렉서스의 매력이다. 최고급 세단과 견줄 만한, 혹은 능가하는 품질 그리고 저렴한 가격. 많은 사람들이 이 매력에 빠져 렉서스를 선택하고 있음은 시장이 말해주고 있다.
조금된 시승기지만 아직 못보신분들을 위하여....^ ^
시승내용중에 안전띠 미착용시 소리가 없다는점에
대해 글쓴이가 "렉서스는 소리를 싫어했다"라는 말이
인상깊네요.하하하
저도 여러 수입 스포츠세단을 매장을 통해 많이 시승해
봤지만 렉서스 gs430만큼 엔진사운드가 실내외로 유입
되지 않는차는 아직 못타봤습니다.현재 양산 스포츠세단
중 엔진소음 하나는 제일 적다고 자신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인지 하체소음이나 타이어 소음은
상대적으로 좀 들리더군요.좋아하는 차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