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실형 폭주 멈춰! !
[조선일보 2006-12-12 09:21]
법원, 폭주동호회 리더에 10월~1년6월刑 신호 무시·차선 무시… 단속 경관도 위협 상반기 10代 오토바이사고 환자 73%늘어
인적이 드문 밤 12시30분, 서울 광진구 뚝섬유원지엔 굉음이 요란했다. 승용차 17대가 한꺼번에 거리로 나왔다. 이들에겐 신호도, 차선도 없었다. 폭주차량. 무서운 속도로 3㎞쯤 달렸을까. 둔촌4거리에서 순찰차를 만났다. 자동차폭주동호회 ‘디알티’ 리더 김모(24)씨가 신호를 보냈다.
“순찰차 진행을 막아!” 곧바로 회원 최모(20)씨가 작업에 돌입,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척했다. 강동경찰서 최모 경사가 폭주차량 시동을 끄기 위해 조수석으로 손을 집어 넣는 순간, 최씨는 갑자기 승용차를 출발시켰다. 눈 깜짝할 틈도 없었다. 최 경사는 조수석 창문에 허리 부분이 매달린 채 200m나 끌려갔다. 지난 8월 6일 발생한 일이다. 다행히 최 경사는 많이 다치지 않았다.
법원이 이 폭주족들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박재영 판사)은 11일 최씨에게 징역 1년6월, 김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폭주족의 경우 일반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만, 일반인들이 폭주족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과 무력감을 보면서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 실형을 내렸다”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등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폭주행위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폭주족
10대 폭주족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119 구급대를 이용한 10대 오토바이 사고 환자는 624명으로, 작년(359명)에 비해 73.8% 늘었다. 사고 시간대 또한 밤 1~2시 사이가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폭주족의 최대 피해자는 일반 시민들이다.
40년 넘게 택시운전을 해온 조준원(70)씨는 폭주족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고 했다. “완전 무법천지가 따로 없어요. 세상에 저희밖에 없죠. 불방망이 휘두르고, 아무데서나 유턴하고…. 잘못 막다가 사람이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경찰차도 함부로 제지하지 못하잖아요. 선진국으로 가야 하는데, 저래도 되나 싶죠.”
회사원 허승준(30)씨도 마찬가지. 고속도로나 올림픽대로에서 불법 개조한 차량이 몇 대씩 줄을 지어 시속 200㎞씩 쌩쌩 달리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한다고 했다. 허씨는 “폭주족 운전자야 잡혀 봤자 벌금 얼마씩 내고 풀려날 테지만, 다치면 평생 자기만 손해니까 무조건 방어운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속을 하는 경찰들도 위협을 느낀다. 지난 8월 15일 새벽 1시, 양천경찰서 교통지도계 정희철(33) 경장은 양천구 신정5동 적십자혈액원 앞에서 폭주족 오토바이에 치여 목뼈와 코뼈가 부러졌다. 다행히 뇌는 다치지 않았지만 대형수술만 3번 했다. 아직도 목이 뻣뻣해 좌우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그때는 당연히 쫓아가서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교차로나 도로 중앙선에 들어가서 교통지도를 하기가 겁이 납니다.” 당시 그를 친 폭주족은 경기 부천에 사는 17세 남자 고등학생이었다.
◆폭주족에 대한 처벌 강화해야
경찰이 올해 단속한 폭주족은 256명. 이 중 구속된 4명을 제외하곤 모두 불구속 입건되거나 통고처분으로 끝났다. 경찰은 폭주족에 대한 형량을 징역 1년 이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현행 징역 6개월 이하,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하는 도로교통법 제46조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허억 사무총장은 “번호판을 없애거나 개조한 폭주족이 거리를 돌아다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폭주족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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