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50분 I-96를 타고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파랑하얀 프로펠러의 로고를 지닌
금방이라도 고장날 듯한 하얀색 E36 M3 내 뒤에는 그 보다 세련된 검정의 E46 M3가 있었고 2대의 차 앞에는 최신버전인 회색의 E92 M3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도로에서 달리고 있었다.
운전자와 동승자들은 전부 중국인들 처럼 보였다. (아마 맞을 듯)
E36이는 예전에 Tuffy라는 공업사에 내 에잇을 맏꼈을 때 봤던 차다. 흡배기 튜닝이 된 늑대라고 추정된다. 전기형인지 후기형인지 모르겠다. 미국형은 3리터든 3.2리터든 243마력의 힘을 뿜을 수 있고... 연식이 오래되면 압축비도 떨어지므로 그보다는 못 했겠지..
그다음 E46은 예전 직렬 6기통의 실키식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그 심장이 달린 늑대 한 마리 였다. 검은 색이 그 녀석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내 앞에서 힘주어 가속할때 불완전 연소되어서 나오는 매연은 나와 내 에잇의 눈에 핏줄이 서게 만들어 버렸다.
손자뻘인 E92는 배기와 에어로 다이나믹한 에어댐과 스포일러가 달려있었고 울음소리 또한 가장 우렁차고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선홍빛 엔젤아이는 마치 타락한 듯 보였다.
심장의 힘으로 따지면 나의 애마는 이 3마리 늑대들에 비해 작게는 10마력에서 많게는 200마력 가까이 달리는 상황,
난 그것을 人馬一體의 마음으로 극복해야 했다.
도로에는 많은 차들이 있었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공간들이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전 한국학교에서 아마추어쪽에 몸담으셨던 생물학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도 있었다. "차들을 추월할 때는 차의 성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시야가 넓을 수록 유리하다." 참고로 그 분은 가장 기본적인 서스펜션 튜닝만을 하셨던 분이시다. 지금은 은퇴하시고 XG라는 애마와 함께 유유히 다니시고 계실 것이다.
도로가 한가해지면 E36을 쫓아가기도 바빴다. 그들이 급가속을 하면 6단기어에 75마일로 순항중이었다가 왼발로 클러치를 밟고 왼발로 엑셀을 쳐주며 5단으로 시프트다운을 마친 후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 가속이 모자라면 4단으로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래서 RPM을 최대한 많이 올려야 했다. 8500 레드존까지...
빨강과 파랑의 불빛아래 있는 하이에나들의 위협을 감지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전방과 후방의 감시태세를 낮출 수는 없었지만... 그 3마리들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뛰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다.
그 3마리가 나란히 1차선과 2차선을 이용해서 치고박고 싸우고 있으면, 나는 그 옆의 3차선과 4차선을 이용하여 유유히 치고 나갔다. 도로가 2차선 만 있는 좁은 도로에서는 가끔 3마리 앞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들 뒤에서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한 번은 E92 앞에 섰는데 룸미러로 보이는 뒤의 그 녀석이 1~2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X침이라는 전문용어로 불린다. 나의 애마는 큰 소리로 심호흡을 두 번하고 6단에 있던 기어를 4단으로 옮겨 엄청 무지막지한 가속을 하기 시작한다. 마치, 애마가 이 때까지 달리지 못한 울분을 토해내듯이 고함을 질러가며...
애마를 입양해온 지난 3월 이후로 최고속에 달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420마력과 232마력의 차이는 컸던 것이었을까. 뒤에서 보란 듯이 나를 압박하며 그 늑대는 X침을 찌르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를 노리며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빠졌고,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E92는 유유히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E46이와 E36이가 E92를 쫓아갔다. 나는 다시 도로가 넓어지는 곳에서 전방의 차들 때문에 3마리의 늑대들이 주춤거리는 시점에서 가속해서 내가 그린 정확한 라인을 타고 또 다시 그들을 앞서 나아간다.
이런 식으로 50분간 하다보니 어느 덧 디트로이트에 와 있었다. 나는 그들과 다른 출구로 나가서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내비를 제대로 못 본 나의 잘못으로 그 3마리의 늑대와 다시 조우하게 된다. 하지만 그 3마리는 나와 차 5대 정도를 둔 거리에 있었고, 나는 필사적으로 달려 보았으나,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과, 시내쪽이라는 불안감 등이 겹쳐 오른발에 힘을 더 못 주었다.
그렇게 이 배틀은 끝이 났다.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이런 대결을 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첫번째, 경찰에 대한 두려움, 일단 잡히면 20분 정도 서있어야 되고 X팔린다. 시간도 시간이고 일반도로에서는 벌금이 100달러가 넘지만 고속도로는 200달러가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또 영주권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스피드티켓은 치명적이다. (살 마음은 없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서, 그리고 ...)
둘째, 사고에 대한 두려움 나의 시야와 생각이 정확하다고 쳐도 어디에서나 예측 못한 상황은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내가 과속을 해서 내가 다치고 남이 다쳐도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탓이었을까.. 내 옷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또, 배틀로 인해 나도 모르게 기대치가 커서 그랬는지 디트로이트 오토쇼는 매우 만족스럽지 못했다.
<배틀기 끝>
두서 없이 써본 첫 배틀기네요 ㅎㅎ 사진은 같이 동승한 친한 동생 제공입니다 ^^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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