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직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사정 상 지역은 감출게요.)
요즘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과 더불어 소방장비 노후와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많이 다뤄주시는데요.
정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로요, 너무 고맙습니다.
각설하고 현재 보배드림 일부 게시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방 장비 기부 문화에 대해 조심스레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전에 우선 소방조직, 소방장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드릴게요.
소방관의 가장 기본적인 장비로는 소방 헬멧, 방화 두건, 방화복, 방화 장갑, 안전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공기통과 등지게라는 특수 장비가 포함되는 거구요.
기본적인 장비는 소모품이긴 하지만 내용 연수라는 기간이 있어서(유효기간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그 기간이 넘으면 장비 교체를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죠.
각 지자체별로 소방 예산이 너무 차이가 많기 때문에 어떤 지역은 신형 방화복(노란색)이 개인 당 2벌씩, 장갑 또한 2개씩
지급이 되는 곳도 있고 또 어떤 지역은 방송에도 나왔다시피 목장갑을 주기도 합니다. 참 거지같은 일이죠.
그런데 현실이 그렇습니다. 군인 경찰과는 달리 지자체 소속인 소방 조직은 지역 예산에 맞춰 생활을 해야 하는 거죠.
네, 기본적인 설명은 이정도로 마치도록 할게요. 길게 써봤자 내용도 무겁고 논점도 흐려질 것 같아서요.
다시 기부 문화로 돌아와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조심스레 적어보도록 할게요.
기부, 분명 좋은 일입니다. 누군가를 아무 대가없이 돕는 다는 것,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일이에요.
그런데 제가 걱정스러운 부분은 바로 금액적인 부분입니다.
소방 장비가 그렇게 싼 편도 아니고 (방화복 상하의 한 벌에 1백만 원이 넘습니다. 특수 장갑 또한 쓸만한 건 20만 원 선이죠.)
회원 여러분이 개인 돈으로 기부를 하시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꽤 크기 때문에 저는 조심스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소방서나 소방본부의 장비팀에 직접 전화를 해서 필요한 물품이 무엇이냐고 여쭌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어요.
담당 직원이 전화를 받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워낙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도 쉽게 결정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기부 자체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상을 저희보다 힘든 다른 분들로 옮기시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 버킷도 루게릭 병 환자를 돕는 기부죠.)
다만 저희에게 보여주시는 그 뜨거운 관심만은 잊지 말아주세요.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지를 해주셔야 그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습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대한민국을 보다 안전하게 지키는 첫 걸음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소방관이 아니라면 이런 글도 쓸 필요가 없겠죠. 닉네임이 적힌 작은 인증사진 첨부합니다.
또한 소방 조직, 소방관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또는 쪽지 주시면 확인 즉시 답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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