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36세가 되었고, 5살 아들, 동갑내기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IMF와 함께 저는 기초생활수급자(당시에는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었고,
어느새 돌아보니 아버지고 어머니고 모두 집을 나가셔서 2살 터울 동생과 제가 14살이 되던 해부터 살아야 했습니다.
학원이나 과외는 커녕 학교에 가라고 깨우거나 잔소리하는 부모도 계시지 않았고,
그나마 보증금이 묶여있던 집 주인은 매일 같이 나가라고 윽박지르며 저희집 두꺼비집과 수도를 끊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가난하게 살아도 동생은 제대로 키우고 싶었고,
어느새 저도 그나마 장학금을 받아 국립대학교도 무료로 갈 수 있었고, 동생도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생계는 해야했기에 1년 공부하고 1년 휴학하고 일하고, 1년 공부하고 1년 휴학하고 살다보니
10년이 가까워져서 대학을 졸업할 때쯤 정식취업을 하게 되었고,
가난한 제게 시집을 와준 아내와 월 220만원을 받으면서도 재미있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월세를 떠나 전세집을 얻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고, 군대에서 막 제대한 동생을 위한 방을 한 켠에 마련했을 때 신혼의 아내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연봉 2000여만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되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했고,
2015년에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 집도, 차도 준다고 스카웃을 해줘서 미국에서 살다오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그 와중에도 불평 한 번 없었고 명품 가방은 커녕 옷 한 벌도 안사고 잘 버텨주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머릿결이 많이 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용실 앞까지 갔다가 5만원이 비싸다며 집에 돌아온 것이 제 기억엔 5번이 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모르는 횟수가 더욱 많겠죠.
미국 생활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고 4년 전 동생이 결혼할 때는 혼주석에 앉아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저도 결혼 7년만에 아들을 얻게 되었고 사업도 번창하지는 않았지만 연금복권 정도의 수익은 매월 얻고 있었죠.
그러나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사업은 이어가되 조금의 수익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난 4월 새로운 미국회사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주 4일 근무에 하루 8시간, 야근도 없고 일년에 6번 정도는 해외출장도 가야하고, 월급은 세후 600만원 정도, 아들 학비는 대학까지 다 회사에서 대주고요 법인차도 나온다네요..
제가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조건이었습니다.
사업 수익과 월급을 합치면 월 1200~500만원 정도 된다고 생각하니 뛸 듯이 기뻤고,
이제 아내에게 먹고 싶은 것 눈치 보지 말고 이야기하라고 했고 사고 싶은 것도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차도 새로 사서 일주일 정도 탔을 때쯤이었습니다.
친한 형님네서 식사를 하고 밤늦게 운전을 하는데 눈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서 씻고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평소 습관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눈을 떴는데도 흐릿하게 보이고, 오후에 안경을 새로 맞추기도 했는데 나아지지 않더군요.
그 다음 날 안과로 가서 검사를 받는데 혈압이 260이 나오더군요.
안과의사가 제 차례가 오자 갑자기 대학병원으로 연결시켜주며 빨리 가보라고..
그렇게 대학병원에 가서 혈압을 다시 재니 280..
하루종일 피검사, 소변검사 등을 하고 나니 만성신부전증 4기라고 하네요.
나이 36에 만성신부전증이라니..신장기능이 이제 28%만 남았다고 합니다.
평생을 병원에서 일주일에 3번씩 1번에 4시간동안 누워 보내야 하는게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먹고 싶은 거 이제는 다 먹고 할 수 있다고 아내에게 자축했는데,,
버텨준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아무 것도 모르고 헬로카봇을 보고 있는 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내가 상처받을까봐 아직 아내에게는 말도 못했네요
이게 제 인생일까요?
가장 가까운 친구놈들에게만 얘기했더니 위로해준다며,
'투석해도 잘 살고, 신장이식 받아도 잘 산다더라. 내 신장은 꼭 너한테 주마'라고 해주지만,
위로가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평생 돈 아깝다며 술,담배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과거의 내가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로 후회스럽습니다.
정신이라도 승리해야할텐데.. 형님들..멘탈 좀 잡아주십시오.
인생인기라!!!
즐겁지만 알았더냐~~
힘든건 몰랐지~!
힘들었더냐~~
곧 즐거울게다~#@
라고 합니다
잘될거예요
가족하고 잘 이야기 해보세요..
아직 젊으신데 화이팅 !!
힘 내세요. 기적은 이루어짐니다.
억울하니까 악착같이 버티셔서 꼭 후기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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