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0대 늦깎이 드라이버입니다. ^^
지난 주 도산사거리 '메르세데스-벤츠 한성 강남전시장'을 찾았습니다.
'AMG 마스터'이신 차정록 차장님께서 New SL 63 AMG 시승을 권하셨는데
그동안 날씨도 춥고 해서 계속 연기하다 마침 날이 풀려 얼른 시간을 잡았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역대 모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2가지가 있습니다.
세단으로는 2개의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인상적인 3세대 E 클래스(W211),
럭셔리카로는 같은 시대의 5세대 SL 클래스(R230)입니다. 바로 위 사진의 차죠.
현 6세대 R231 모델과 비교해보세요. 라인 하나하나가 훨씬 더 섬세하고 정교합니다.
반면 현재 모델은 좀 더 남성적으로 변했죠. 어떤 면에선 투박해 보일 정도. ^^
'여성적인 우아한 럭셔리카'에서 벗어나려는 디자이너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R230 모델의 실내입니다. 사진의 차는 우드 트림이라 약간 올드해보이지만,
알루미늄 트림을 선택한 경우 지금의 기준에도 손색 없는 멋진 인테리어입니다.
실외도 그렇지만 실내 역시 제 눈엔 이 때가 더 멋있어요. ㅎㅎ
오피셜 이미지를 보다 제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감도가 확 떨어지네요. ㅋ
제 취향이 R230 모델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이지,
일반인들이 지금의 SL을 보면 대부분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메르세데스-벤츠이기에 가능한 로드스터죠.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모든 로드스터들을 뒤져봐도
이렇게 크고 긴 럭셔리 로드스터는 없습니다.
SL의 컴팩트 버전인 SLK 사이즈가 대부분이죠(Z4, TT, F타입 등).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나 페라리 캘리포니아도 2인승 로드스터는 아니죠.
4인승 컨버터블입니다. (R8 스파이더 같은 '미드십'은 논외로 하자구요)
단 두 사람만이 즐기는 오픈 에어링을 위해,
2억을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여유로움의 극치'가
바로 이 SL 63 AMG라는 차입니다.
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인테리어는 현행 63 AMG 모델들의 그것입니다.
SLS에서 적용된 송풍구 디자인은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더합니다.
십자 모양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그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조절되고,
왼쪽으로 돌리면 송풍구가 열리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닫히는 방식입니다.
처음 써보는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디자인.
AMG 특유의 기어 노브에는 AMG 본사가 있는 마을의 이름
'아팔터바흐(Affalterbach)'가 새겨진 문장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기어 아래의 다이얼은 드라이빙 모드를 선택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Comport, Sport, Sport+ 3단계로 점점 강력해지죠.
일일이 죠그를 돌리는 게 번거로운 분들을 위해 왼쪽 아래에 AMG 버튼을 뒀습니다
딸깍 한번 누르는 순간, 곧바로 Sport+와 스포츠 서스펜션으로 바뀝니다.
배기 사운드 역시 훨씬 더 강력해집니다.
노멀 모드에서는 풍부하고 부드러운 8기통 엔진음이지만
AMG 모드가 되면 보다 고음역대의 흉폭하고 거친 음질로 바뀝니다.
AMG 스티어링 휠의 완성도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손이 닿는 3시-9시 부분의 그립감, 알루미늄과 가죽의 재질,
딱 적당한 사이즈, 뒤에 자리잡은 쉬프트 패들까지...
오랜 세월 진화해온 벤츠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 뒤로 보이는 계기판 역시 깔끔하고 기능적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세단들의 계기판과는 완전히 다르죠?
또한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퓨어 스포츠카 브랜드들과도 다릅니다.
이 차는 어디까지나 고성능 럭셔리 로드스터니까요.
가운데 은색 버튼들을 봐주세요.
왼쪽부터 히팅, 쿨링 버튼인 건 아시겠죠? 목덜미 바람 아이콘의 세번째는?
네, 전세대 SL에서 처음 적용된 '에어 스카프' 버튼입니다.
히터를 켜고 에어 스카프 버튼을 눌러 뒷목 부분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나오면
한겨울에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전혀 춥지 않아요.
헤드레스트 아래의 송풍구 보이시죠?
저기가 에어 스카프 기능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63 AMG 모델에 빠져선 안되는 '다이내믹 시트'도 장착되어 있습니다.
좌우 코너링시 시트 측면이 팽창되어 운전자의 허리를 잡아줍니다.
이건 정말 떼내서 제 흰둥이 시트에 넣고 싶어요. ㅎㅎ
안전벨트에 쓰여진 'Pre-Safe'. 메르세데스-벤츠만의 특허 기술이죠.
급작스런 돌발상황 때 자동차가 사고의 위험성을 미리(Pre) 예측해서
벨트를 더 타이트하게 조여주고 에어백 등의 반응속도도 민감해집니다.
10여 년 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시절 제가 쓴 카피입니다.
"저희는 이 기술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쓰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벤츠만의 기술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도, 단순히 자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벤츠다운 리더다운 메시지를 나름 고민하다 저렇게 역설적인 카피를 만들었죠.
오랜만에 옛날 제작물을 찾아봤네요. 좀 쑥스럽기도... ^^;;
알루미늄 재질의 오르간식 페달에서 고성능 모델임이 드러나고요.
가죽과 카본으로 조합된 도어 안쪽 디자인도 완벽합니다.
오디오는 뱅앤올룹슨입니다. 트위터는 고정식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하드탑 컨버터블이다보니 트렁크 수납공간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가방 하나 정도 실을 수 있겠네요.
루프와 차체를 이어주는 이런 힌지 부분을 보면
하드탑 컨버터블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이 갑니다.
온갖 부품들이 오밀조밀 자리잡고 있어요.
이름은 63 AMG이지만 더 이상 6.3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없습니다.
모두 5.5 V8 트윈터보 엔진으로 바뀌었죠. 45 AMG는 2.0 싱글터보 엔진.
최대출력 537마력, 최대토크 81.6kg.m, 제로백 4.3초, 최고속도 300km/h.
전륜 255/35/19인치, 후륜 285/30/20인치.
컨티넨탈의 UHP 타이어, 스포츠컨택트가 순정으로 장착됩니다.
휠과 비슷한 크기의 타공 디스크와 AMG 마크가 새겨진 블랙 캘리퍼에서
믿음직한 고성능 브레이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차체의 크기와 중량 때문에 내려 꽂히듯이 정지하진 않지만
어지간한 상황에는 충분히 대응 가능한 제동력을 보여줍니다.
오픈 에어링에 관계된 기능들은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맨 위부터 루프, 창문, 윈드 디플렉터를 열고 닫는 버튼들.
아아... 이제서야 SL의 미모가 완전하게 드러나네요.
루프를 닫은 상태에서도 물론 멋지지만,
SL은 역시 지붕을 '까줘야' 합니다. ^^
AMG 모델들에 실려진 5.5 바이터보 엔진의 성능은 비슷비슷합니다.
하지만 긴 휠베이스와 낮은 차체의 SL이다보니
안정감에 있어서 다른 세단 AMG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보통 500마력이 넘어가는 차들을 몰아보면
'차가 달려간다' 보다는 '차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더 듭니다.
400마력 언더가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마지노선 같아요.
물론 458 이탈리아나 991 GT3처럼 극강의 기술력으로
무지막지하게 빠른데도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머신들도 있지만,
911 터보나 M5/M6 등을 몰아보면 감당이 안된다는 서늘함이 바로 찾아들어요.
그러나 SL 63 AMG는 537마력에, 토크 80이 넘는 어마어마한 힘을 지녔지만
불안감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의 차이점이 보여요.
위험을 감수하며 더더더! 짜릿함을 즐기게 자극하는 쪽이 BMW라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짜릿함을 즐기도록 합니다.
아우디는 그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것 같고요.
이번 SL 63 AMG 시승으로 AMG의 모든 모델들을 다 경험해봤습니다.
패밀리 세단의 역할까지 겸한 실용성을 염두에 둔다면 역시 E 63 AMG...
C 63은 과하고, CLS 63은 무겁습니다. S 63보다는 S 500이 낫고요.
그 중간에 위치하면서 실제 차체의 밸런스도 가장 좋은 E 63이 저의 선택.
반면 가격, 실용성 이런 것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고르라면
숨도 안 쉬고 이번에 시승한 SL 63 AMG를 선택하겠습니다. ^^
더 윗급인 SLS AMG가 있지 않냐고요?
제 눈엔 너무 못 생겼어요. SL이 백만 배는 더 멋집니다. ㅎㅎ
수입차는 아직 용기가? 부족 하네요.
근데 amg다 경험했다면서 CL63은 취급을 안하는겨??? CL이 섭섭해 할수도...
시승차가 없더라구요. ^^
화이트, 블랙, 그레이... 셋 다 정말 멋지더군요.
엽서사진을 보고 넋이 나갔던 당시 군청색 sl과 해변가의 하늘색 모데나..
요즘 쌔끈한 차들 봐도 그놈이 그놈같고
당시의 느낌은 도저히 받을 수가 없네요
추천드립니다~~^^
커피숍은 부모님 동네내요.
꿈의 차군요.
제 개인적으론 SL은 500이 가장 무난한것 같아요(R230)
그리고 현재 갖고싶은차는 W220 S500 입니다^^
두대를 다 가질수 있는 날이 오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겠습니다
부럽부럽.
넘이뿌네요 ,,,ㅋㅋ
추천 ~~
잘 보고 가네요. ㅎㅎ
근데 15년식(14년 늦은여름쯤부터 출고)부터는 585마력 92토크인데 시승차가 오래된 차인가보죠?
딜러 분께 확인해보니 15년식 차량이 맞다네요. 덕분에 수정했습니다. 감사~
ㅎㅎ 리스폰스 감 좀 느끼셨나요? 저도 참 타보고 싶은 차량 ㅠㅠ 크리스가 극찬한 찬데
알루미늄 바디에 마그네슘 탑에 터보 엔진으로 구형이 욕먹던 점들을 싹다 갈아치운 명마인데 하필 또 엉뚱하게 예전같은 클래식한 외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묻히는 거 같아 아쉽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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