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공원 장애인 화장실은 누울수 있을만큼 넓지만
자동문이라 바람이 심하게 불면 덜컹거린다.
그때문에 수꼴영감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태풍이 흔들어대는 장애인 화장실의 자동문을 보며
수꼴영감은 버릇처럼 문재인을 탓한다.
'왜 문재인은 공원 장애인 화장실문을
계속 자동문으로 방치하는가?
마땅히 대통령이라면 장애인 화장실을 신경써야지!
장애인 화장실문이 덜컹거리고!
또 장애인 화장실에 침대도 없으니!!!
그때문에 나라경제가 이모양인것이다.
이 문재인 졸개놈들. 주사파놈들!'
문재인 욕을 하니 수꼴영감의 기분은 좀 좋아졌지만
문재인 욕을 계속해도 고픈배가 채워지지는 않았다.
장애인 화장실에 비상식량을 준비해두지 않은
민주당정권에도 수꼴영감은 분노가 치민다.
배를 채울려면
어쩔수없이 고시원으로 돌아가야하는 수꼴영감.
수꼴영감은
강한 비바람속에서 공원장애인 화장실을 나선다.
바람이 좀 잦아들거나
비가 그친뒤에 움직이는게 좋겠지만
수꼴영감은 조선족 김씨가 깨어있을 시간을
피하고 싶은것이다.
그깟 외노자 신입한놈 벗겨먹으려고 했다고
나무빗자루까지 들고 자신을 패러달려온
조선족 김씨...
조선족 김씨가 맨손으로 때릴때는
때린다음 뒤끝도 없지만
수꼴영감의 경험상
조선족 김씨가 몽둥이를 들었을때 잡히면
정말 뒤지게 맞게 된다.
뒤지게 쳐맞는것만은 피하고 싶은 수꼴영감은
모두가 일어나기전
슬며시 고시원안에 들어가서 숨어있다가
눈치봐서 조선족 김씨가 외출을 하면
식당으로 숨어들어 식은밥으로라도
배를 채울 속셈인것이다.
고시원입구 계단에 도착한 수꼴영감.
비에젖은 생쥐같은 몰골로 은밀히 계단을 올라
조용하게 고시원안으로 침투한다.
수꼴영감은
마치 자신이 첩보원이라도 된것 같이 느껴져서
어쩐지 자신이 좀 멋진것 같다고 생각한다.
고시원의 모두가 잠든듯
바람소리와 빗소리 이외에는
별다른 동정이 느껴지지 않는 고시원.
어쩌면 지금이 배를 채울 기회일것 같아서
수꼴영감은 살금살금 걸어서 고시원식당으로 향한다.
어두운 식당안 조리실.
손으로 벽을 더듬어 불을켜는 수꼴영감.
조리실 나무도마위에
김치 한사발과 식은 밥 한공기가 놓여있는게 보인다.
수꼴영감은 어찌된 영문인지 생각해볼것도 없이
의자를 찾아 앉지도 못하고
급하게 밥그릇을 손으로 움켜잡고는
선채로 숟가락을 들고 입에 밥을 퍼넣기 시작한다.
밥그릇과 김치그릇이 비어갈수록
수꼴영감은 행복해진다.
다만 비엔나 쏘세지가 없는것이 조금 아쉬웠을뿐.
다먹고나면 영감 자신의 방이 아닌
비어있는 209호에 들어가서
숨어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수꼴영감이 마지막 밥 한숟가락을 뜨려는데
밥그릇 아래에 깔려있던 돌돌 말린 종이조각이 보인다.
씹던밥을 삼키지도못하고 입에 문채로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펴보는 수꼴영감.
'다 쳐먹었으면 다시 쳐 나가라.
니방문하고 209호 방문에 못질 해놨다.
나가기 싫으면 빗자루 찾아서 가지고 내방으로 와라.
죽도록은 안팬다. 반만 죽인다.'
-조선족 김씨-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빗자루를 찾아들고
조선족 김씨를 찾아가지도 못하는 수꼴영감이
씹던 밥을 입에 문채로
고시원 조리실안에 조용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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