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앞에 글을 베스트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16만명이 제 글을 읽어서...솔직히 너무 놀랐고...힘이 많이 났습니다.
한가지만... 제가 불쌍하게 보이려 쓴 글도 아니고, 동정심 유발도 아닙니다. 그냥 저는 쇼파에 누운 백수였고(18일부터 새로운 일 시작) 현재까지는 백수여서 그냥 경험담을 쓸 뿐이니 너무 몰입하지 마셔요. 읽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쿨함기대합니다.
짬뽕국물편)
배달 하면서 비가 오면 왠지 기분이 업 된다. 군대 훈련받는데 우천시에 뭔가 했을 때 그... 불타 오르는 전우애같이...
여튼 비오는 그날 콜이 왔다. 픽업지는 중국집이었다.
비가오니 할증이 붙어 3900원 정도 거리는 대략 2키로... 신나게 픽업지로 향했다. 도착하면 빨리 '가게도착'버턴을 눌러야 한다. 간혹 주문 취소가 발생... 가게도착 누르면 주문 취소가 되어도 돈을 받는 구조이다.
그런데...분명히 조리완료라고 떴는데 도착하니 이제 후라이팬 돌리고 계신다^^ 유튜브 보니 배달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그런경우 힘들다 카는데, 나는 별로 신경 안쓴다. 나보다 중국집 사장님이 더 애가 타시지 나야 뭐 갖다만 주면 되는데 뭐...하면서 말이다. 대략 15분은 기다린 듯... 사장님은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ㅎㅎ 웃으며 항상 하는말 '수고하십시오!' 맞다 다들 수고가 많다^^
비는 많이는 안 오는데 꽤 시야도 가리고(안경을 써서 서리가 많이 낌) 길도 미끄럽다. 지난번에 밝혔지만 나의 전기 자전거는 중고이다. 전주인이 배달을 하신듯하고 보냉가방 안에 비닐 뭉치가 있었다. 그 때는 몰랐는데 배달을 하니 그 비닐의 역할이 음식물팩이 넘어지지 않게 고정해 주는 아주 굿아이템이었다. 그날도 그 비닐로 음식물이 안넘어지게 잘 감싸고 출발!!!!
1키로쯤 갔을까?? 짬뽕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엥?? 뭘까?? 왜 짬뽕냄새가 나지?? 페달을 밟으며 아니야 아닐거야
그냥 새어나오는 냄새일거야 기도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왜냐면 그 비닐 뭉치로 분명 잘감싸서 넘어질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짬뽕 냄새는 더 구수해졌고 나는 아니야 아니야...만 주문한다.
배달지에 도착해서 보냉가방을 연다. 그리고 봉지를 드니...아뿔싸...봉지 바닥에 짬뽕국물이 흥건하다. 볶음밥에 딸려오는 작은 짬뽕국물팩이 가로로 자빠져 계신다. 중국집 사장님은 짬뽕 국물 안새게 팩으로 감쌌는데 넘어지면서 미새하게 줄줄 새어 나온것이다.
비는 오고 짬뽕 국물은 흥건하고...
난 또 디졌다를 중얼댄다.
어째야 하나??? 안절부절... 왔다갔다...
잠깐이지만 털썩주저 앉아 복기를 한다. 중간에 짬뽕 냄새 날때 멈춰서 조금이라도 수습했으며 덜 했을걸... 나의 한심함을나무란다.
하... 인생 참 안쉽다. 하필 비까지 더 내린다 ㅠㅠ
그런데 내가 마흔 넘어서 깨달은 것은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원칙적으로'이다. 그래도 안되면 그냥 내가 감수하는 것이다. 뭘 요령을 부려서 그 순간을 넘어가도 결국에는 원칙적 수준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삶의 경험 같은게 이제는 기준이 되었다.
그래 여기서 짬뽕 국물을 수습할려고 뭐 어쩌지 말고 손님에게 솔직히 말하자!
배달지는 플레00이랑 키즈카페였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봉지를 쳐다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3900원 배달비...음식값은 탕수육 포함 대략 3만원...그래 오늘은 음식값 물어주자! 그런데 사실 돈보다 손님이 불쾌할 생각을 하니 그게 더 괴롭다. 우린 누구나 배달음식을 먹을 흥분이 되어 있는데 그게 저 모양이면 얼마나 실망하겠나... 풀이 죽은 상태에 엘리베이트가 열리고 내가 온지 아시고 여자분이 반가운 표정으로 오신다.
"저... 고객님 제가 사실 자전거로 배달을 하는데 짬뽕국물을 쏟아 봉지아래가 이렇네요. 죄송합니다. 어찌해 드릴까요?"
그런데 그 여자분은
"에잇. 짬뽕 국물 조금 흘렀는데 뭘요. 음식만 먹을 수 있으면 되요. 저희가 씻어서 먹을테니 걱정마시고 수고하셨어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봉지를 받아 가신다.
엥??? 내가 예상한 결말은 이게 아닌데...나는 연신 허리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내려왔다.
1층에서ㅜ털썩 주저 앉는다.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핸드폰에 배달완료 버턴을 누르니 3900원이 적립된다.
귀한 돈이다. 귀하고 귀한 돈이다.
3900원은 그렇게 벌리는 돈이다.
세상 쿨한 좋은손님 만나셨나봅니다
기본원칙이라는게 별것아니지만
지키며 살아가는게 참 힘든일인것같아요
비오는날 할증도 좋지만 미끄러운 바닥
조심히 안전운행 하시길 바랍니다!
세상 쿨한 좋은손님 만나셨나봅니다
기본원칙이라는게 별것아니지만
지키며 살아가는게 참 힘든일인것같아요
비오는날 할증도 좋지만 미끄러운 바닥
조심히 안전운행 하시길 바랍니다!
노동과 돈의가치를 알게해주십니다
과거 쓰셨던 1번지 / 2번지 땅 문제 결과 궁금합니다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그런데 진상들이 더 진상을 부려서 그렇지..
기원합니다
좌절하지 말고 조심하게 잘다니세요
편의점에 들어가서 충전기 빌려 꼽고 전화하니 고객님 천천히 와도 된다고,조심해서 오라고 해주신 눈물나게 고마웠던
그 고객님!! 하필 주문 음식이 면이라,다 불었을텐데....그날 그 배달하고 집에가면서,아직 세상은 살아볼만 하구나~~! 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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