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자전거.'
지난 주말 경기도 일산의 호수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됐다. 자전거의 화려한 변신이 펼쳐진 것. 자전거를 탄 채 점프하면서 계단을 오르내리고, 1m는 족히 돼 보이는 난간에서 점프하는가 하면, 멀리서 달려온 자전거가 다른 자전거를 뛰어넘는 등 다이내믹한 장면이 연이어 연출됐다.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 주인공은 'MTB 트라이얼' 동호회 '코리아 트라이얼'의 회원들. MTB 트라이얼은 평지에서 트릭을 선보이는 묘기자전거인 BMX(Bicycle Motor Cross)와 달리 계단·난간·벤치 등 각종 구조물을 넘나들며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 발이 땅에 닿지 않아야 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트라이얼용 바이크는 외양이나 크기는 일반 MTB용과 흡사하지만 브레이크 시스템과 기어 비율, 충격흡수 장치 등에서 차이가 있다. 수입품이 대부분이라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MTB에서 파생된 종목인 트라이얼은 7∼8년 전부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트라이얼을 즐기는 마니아는 100명 내외로 극히 소수. 동호회도 2∼3개에 불과하고, 시범경기가 간간이 열릴 뿐 정식 대회도 없다. 하지만 해마다 세계월드컵대회가 열리는 등 국제적으로는 독립된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코리아 트라이얼의 팀장이자 10여명에 불과한 국내 프로선수 중 한명인 이상준씨(24)는 "MTB 선수로 활동하다 트라이얼의 매력에 빠져 방향을 전환했다"며 "사람들이 자전거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올랐을 때 짜릿한 스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동차 지붕에도 뛰어오르고, 2.5m 높이에서 점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5년째 트라이얼을 타고 있다는 김은학씨(26)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산을 비롯한 야외로 나갈 필요없이 출퇴근을 하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라이얼은 얼음판을 빼고는 어디서든 자유롭게 탈 수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고려, 주로 한적한 공원을 이용하지만 주말에는 도심 속 빌딩숲도 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이씨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보니 동네 주민들이 시설물을 부순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해프닝도 가끔 있지만 엄연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꽃샘추위로 바람이 차가웠는데도 이들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씨는 "MTB가 마라톤이라면 트라이얼은 100m 달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며 "짧은 시간에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연속으로 15분 이상 타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체력이 달리면 쉽게 부상을 당하기 때문에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관리도 꾸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