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올린 구형 SM5 사진... 3월에 제게 사기친 딜러가 가져간 제 애마를 몹시 그립게 하네요.
2002년 10월식..... 13년을 탄 차에요. 신차를 뽑은 건 처음이라 그 차를 사고 12월에 그 아이와 둘만 전국을 다니며 여행을 다녔죠. 따스한 남도의 겨울 햇살이 아직도 생각나요. 그 아이의 핸들링, 내 몸에 전해지는 부드러운 진동... 정말 좋았죠.
13년동안 일도 참 많았어요. 많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한밤중 그 차에 앉아서 그 아이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슬픈 일, 힘든 일 다 함께 했네요. 차를 안 가지고 나간 날에도 들어오면서 그 녀석 엉덩이 토닥토닥 두들겨 주고....
세월을 거스를 수가 없는지 올 초에 계단 타일 4개 부순 작은 사고도 있었고, 갑자기 출근시간 살짝 지난 시간에 도산사거리에서 그냥 서버려서 미션을 통째로 갈아줬지요. 그리고... 좋은 사람에게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좋은 주인. 많이 아껴줄 사람. 주변에 그 차를 달라고 했던 사람이 많았는데 다들 때가 안 맞아 차를 그냥 세워둔 상태에서 제게 사기친 딜러에게 지금의 차를 샀지요. 정말 좋은 주인 아니면 주고 싶지 않아서 버티다가 3월 말이 그 아이 보험 만료일이라 망설이던 참에 그 사기꾼 딜러가 부천의 어느 장애아동 엄마가 그 차를 사고 싶어한다고 해서 좋은 맘으로 넘겼습니다.
사기친 사건이 드러나고 피해자가 6명까지 늘어나면서 과연 그 사기꾼이 제 옛날 딸래미 같은 애마를 가져간 것이 못내 속상해요. 상사에도 기록이 없다고 하고... 그때가 그 사기꾼이 한참 스포츠 토토랑 도박땜에 진 사채 빚을 갚느라 허둥지둥 이 차 저 차 마구 돌려막기 하던 때라 이 아이가 그 와중에 험한 곳으로 간 것 아닌지 걱정됩니다. 시집 보낸 딸, 연락이 없는 거 같네요.....
차량등록원부는 현주인만 뗄 수 있겠죠? 어디서 대포차가 되어 험한 일을 하고 있는 거 아닌지, 다른 범죄에 쓰이고 있는 거 아닌지, 배타고 중국 같은 곳에 팔려나간 거 아닌지..... 보험 만기만 아니면 놔뒀다 지금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는 후배에게 주었을텐데..... 그립습니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 전 남편 전부인....이미 서류상 법률상 완전히 정리 했는데도 내손탔으면 영원히 내꺼라고 생각하는 분 들 계시더군요.....심지어 살인까지.....
이차 좋은데 왜 팔앗을까..??
하긴 일본 가보니 이차 왜건형도 잇던군요....
이 차가 더 이상 제차가 아닌 모양이다... 해서 떠나보냈습니다. 저는 물건이라도 저와의 인연이 있다 믿는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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