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종(폐에 물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 22개월 아기의 X선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오히려 수액과 수면제를 투여해 숨지게 한 의료진이 재판에 넘겨졌다. 2년6개월여간 결론을 못 내렸던 이 사건은 의사 출신인 장준혁(36·변호사시험 1기·사진) 검사의 수사로 의료과실이 입증됐다. 실제 없던 의사의 회진 등 의무기록이 허위 기재된 사실도 밝혀졌다.
대구지검 의성지청(지청장 박윤석)은 30일 경북 구미 A병원 소아과 교수 이모(42·주치의)씨와 또 다른 교수 이모(49·외래진료의)씨, 이들의 지도를 받는 전공의 이모(28)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공의 이씨는 간호사 강모(32·여)씨와 의무기록을 거짓 작성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4년 5월 확장성 심근병증 의증(심장 근육이 늘어나 혈액을 보내지 못하는 병)으로 내원한 박모(사망 당시 1세)군을 적절히 진료하지 않아 심부전으로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박군을 처음 진료한 외래진료의 이씨는 오전에 흉부방사선 검사(X선 촬영)를 처방했다. 방사선 사진만 봤다면 박군의 폐부종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박군의 상태가 극심하게 나빠진 오후 4시쯤까지 촬영 결과를 정확히 판독, 적절한 조치를 취한 의료인은 아무도 없었다. 두 교수는 “전공의가 확인하겠지”라고 여겼는데, 정작 2년차 수련의였던 이씨는 사진을 보고도 박군의 이상을 읽지 못했다.
병원은 최소 4시간가량 거꾸로 된 조치를 취했다. 장 검사는 “심장이 늘어난 정도가 심해져 폐에 물이 찼기 때문에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치료를 해야 했다”며 “그런데도 반대로 수액과 진정수면제를 투여했다”고 지적했다.
박군의 맥박·호흡도 제대로 살피지 않던 병원 측은 박군 사망 후 의무기록을 조작했다. 오후 4시까지 박군을 진단한 의료진이 없었는데도 오후 2, 3시에 의사 회진이 이뤄졌다는 식으로 간호사가 고쳤다. 장 검사는 “전체 병동의 CCTV·전자기록을 확보해 교차 분석했더니 기록과 달랐다”고 말했다.
박군의 유족은 2014년 8월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해 3월 추가 고소까지 접수되자 검찰은 전문사건 이송제도를 통해 임상진료 3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장 검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장 검사는 대한의사협회 등의 감정의견이 조금씩 다른 점을 파고들어 의무기록 조작을 밝혔다. 이후 방사선 사진 등 2000쪽의 기록을 검토해 범죄를 재구성했고, 교수들에게도 공동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북대 의과대학 출신인 장 검사는 “의사에 비해 의료사고에서 불리한 환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의료사고 전문공인검사(블루벨트)로 활동하며 주말엔 의학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그의 이름은 묘하게도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 의사와 같다. 박군의 부모는 장 검사에게 “의료사고가 사라져 많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감사 편지를 보냈다.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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