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일을 하다보니
사람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일도 많고,
제 일도 아닌데 누군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제가 알거나 만났던 분들 중에서 관련된 종사자를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저는 절대 먼저 나서서 오지랖부려가며 알려주고 그런 스타일 아니구요,
제가 만난 그 사람이 저한테 굳이 이런 일을 하는 사람 알고있냐고 물어볼 때에만
연락처 알려주고, 그 종사자분에게 잘 챙겨주라 전화 한 통 드리고 끝내는 스타일입니다.
6개월 전에, 전화 한 통이 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에 여름방학 계절학기를 같이 들으며 알게 된 사람인데
그 때 수업 들으면서 연락하고는 그 이후엔 연락이 오고가는 게 전혀 없었죠
근데 정말 몇 년 만에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본인이 얼마 전에 카드 영업을 시작했는데, 실적이 없어서 너무 힘들답니다.
그래서 카드 발급 원하는 사람 있으면 제발 연결을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신용카드 발급받아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카드 발급 하면서 보통 이런 말을 하죠
"몇개월 간 얼마 이상씩 꼭 써주세요, 그리고 여기 따로 빼드리는 금액입니다."
이런식으로 페이백과 제한 조건이 걸립니다.
그러면서 모든 카드사가 다 가능하지만,
본인이 소속된 카드사로 발급해주면 본인 수당까지도 제게 주겠다는 겁니다.
이 얘길 듣곤 제가 어려운 사람한테 삥 뜯는 기분이 들어서
"그냥 당신 몫은 당신이 하시고, 난 소개만 해줄꺼고 보상을 따로 챙겨주실 필요는 없다."
라고 말씀드리고 요번 1월까지 그래도 소개시켜드린 것 중에
10건 정도 성사가 됐더라구요.
제가 카드 영업은 안해봐서 실적을 월 얼마나 채우면 어느정도의 수준인 지
이런건 감도 없고 잘 모릅니다.
보상이 1원도 없는데, 그래도 불쌍한 사람 돕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소개해줬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사건이 하나 터졌죠
오늘 일하는 도중 마침 또 카드가 필요하신 분이 생겨서
제가 먼저 전화드리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안받으십니다.
바쁜가보다 하고 카톡을 일단 남겼습니다.
카드가 필요한 분이 카드 언제 발급되냐고 독촉해오기 시작합니다.
제가 능숙하게 대처하면서 1시간 정도 기다려보았습니다.
카톡에 1도 안 사라지고, 뭔가 피드백 없이 묵묵부답입니다.
이 사람이 눈앞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데 뭐라도 액션이라도 취해야되지 않겠습니까?
전화 한 번 더 걸어봅니다.
받습니다.
근데 받자마자 하는 말,
"아 진짜 씨, 바쁜데 자꾸 전화하지 마요." ---- 뚝
지 할말만 하고 뚝 끊습니다.
소개해준 저만 완전 바보 ㅂㅅ되는 기분이더라구요
한 10분동안 어안이 벙벙... 뻥지고 있으니
카드 기다리셨던 분이 되려 본인이 재촉해서 미안하다며 달래주십니다
제가 대단한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그저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카드 영업 하시는 분들 1~2명 알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인격적으로 훌륭하시고 매너도 좋으시고 일처리 깔끔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6개월 전 그 분의 진심이 담긴 전화 한 통이 있었기에
쓸데없이 제가 의리 지킨다고
새로 알게된 분들이 뭐라도 더 챙겨준다는 유혹을 다 뿌리쳐가며 도와드렸는데
돌아오는 건 욕 밖에 없네요 ㅠㅠ
저도 이제는 새로운 분께 소개 보상 당당하게 받으며 떵떵거리고 대접받아야겠네요
괜히 보상도 대접도 없이 선심 썼다가 욕만 먹었습니다.
쩝...
요샌 먹고살만 하신 건지 ㅎㅎ 6개월 전 그 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네요
이래서 많은 분들이 초심 초심 하나봅니다.
친구들한테 얘기하니 반응이 쌔 하네요
그러게 누가 그렇게 무료로 도와주랬냐는 식...
뭐 그냥 도와준 제가 바보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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