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1개월 전 구매한 닥터들의 블루투스 이어폰
씹어먹은 과일의 형상을 한 세계적인 기업이 인수를 해서 서비스까지 책임진다 하여 더욱 신뢰하는 맘으로 구매를 했지.
그런데 어느 날, 주머니에서 꺼내보니 댕강! 부러져있지 뭐야?
무난히 서비스가 되리라 생각했어. 성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단지 귀에 걸치는 후크 부분이 부러졌던 거니깐...
그런데 기대와 달리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답을 하는 거야. 그리고 교환만 할 수 있대.
교환 비용이 얼마냐고 물었지...
무덤덤하게 답하더군...
"14만원입니다!"
"네? 14만원이요? 저 이거 구매가가 20만원이었는데요?"
"정책이 이래서 어쩔 수 없습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무슨 죄겠어. 그들은 시킨 대로만 할 뿐인데...
그래서 어디로 연락하면 좋겠는지 물어 전화번호를 하나 받았지. 전화를 해봤어.
내 말을 듣더니 내부 검토를 해보겠대. 시리얼 넘버와 사진 등을 보내 접수를 했어.
그리고 받은 답변은 똑같았어. 14만원에 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니 구매한지 1년이 되지 않았으니 AS기간이 살아 있는데 이게 말이 돼요? 난 단지 내 고장에 대해 수리를 하고 싶을 뿐이라고요..."
"그 내용에 대해서는 수리가 불가능하고 오직 교환만 가능합니다."
"그럼 미국 본사로라도 보내서 수리해줘요. 기다릴게요. 전 그 돈 내고 수리는 못하겠어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난 그 점이 의아했어. 미국 서비스도 그렇다고?
애플 사이트를 살펴보니 국가별로 상담원들이랑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더라. 시각이 한국 시간으로 자정쯤이어서 미국 상담원과는 딱 채팅하기 좋은 시간이었지. 똑같이 상황 설명을 했어. 근데, 그들의 대답은 이랬어.
"99불에 교환이 가능해요. 교환해 드릴까요?"
"아니, 단지 후크가 부러진 건데... 수리해줄 순 없나요?"
"아, 가능해요. 일단 초기비용 없이 수리가 시작될 거고, 서비스센터에서 검토해 본 후 필요한 비용이 있다면 말씀 드릴게요. 어쩌면 무상으로 수리가 가능할 수도 있어요"
뭐야? 미국이랑 같다며?
다음 날 또 전화가 와서 이 얘기를 해줬어. 미국은 그렇지 않아요.
'아 그래요?'하는 영혼 없는 대답만 하더니 어쨌든 자기네는 기술적으로 지원해줄 것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전화한 거래.
계속해서 상담을 하길 원하면 비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을 연결시켜 주겠대.
"하아, 이 똑같은 얘길 또 다시 하라고요? 그럼 좀 무언가 결정할 수 있는 높은 사람을 바꿔주세요"하고 요청했어.
그리고 비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상담원과 통화를 했지. 내용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을 다음에 주겠대.
다음 날 전화가 걸려왔어. 무얼 고민했는진 모르겠으나 단호한 최후 통보를 하려는 의지가 똑똑히 느껴졌지.
"전체 교환만 가능하고 고객님이 요청하신 부분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그러면 처음과 똑같이 14만원을 내야만 교환이 가능하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이 제품이 지금 시중에서 얼마에 거래되는지 아세요?"
"애플스토어에서요?"
"공식 애플스토어에서는 24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국내 최저가로 14만원대, 해외 직구로는 10만원에도 구매가 가능해요"
"그럼 고객님께서 선택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약간 매뉴얼 같은 느낌이 들었어. 어떤 불합리에 대한 말을 하든지 얘네는 깔때기처럼
"그럼 고객님께서 알아서 선택하세요"라는 답을 하기로 단단히 작정한 듯 느껴졌지.
"그 14만원이라는 비용의 기준은 뭔가요?"
"교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14만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아, 그럼 그 얘기는... 제 고장 내용과는 상관 없이 어떤 고장이 나더라도 14만원을 내야 교환이 된다는 말씀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수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연락해 봤어요. 수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서 수리를 못해주면 판매자가 고객에게 미안해야 할 일인데 왜 그 부담을 고객이 져야 하는 거죠?"
"교환 비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면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ㅎㅎㅎ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이제 좀 열 받기 시작하더라고. 그냥 시종일관 상담원의 태도는 "싫으면 관둬라"였어...
"저는 지금 제 제품을 보상받고 싶은 게 아니라 한국 서비스의 정책이 잘못되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에요. 상담원께서는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시죠?"
"정책이란 것은 어떤 한 명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을 바꿔주세요."
"고객님이 통화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가 저이고 그 이상은 없습니다."
"아, 그래요? 저도 뭔가 계획하는 게 있어서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드리고 싶었는데 많이 안타깝네요. 말씀 좀 잘 전해주세요. 앞으로 재밌는 대화 많이 나누게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그걸 제가 왜 말씀 드리나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렇게 상담 전화를 마쳤지...
그냥 벽에다 대고 말을 하는 것 같았어.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인데 참 나라마다 다른가봐?
'월드와이드 워런티'가 전세계 동등한 서비스를 받는다는 뜻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전세계 모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래.
한국 서비스는 그야말로 '서비스가 있긴 있어'라는 구색을 맞추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
스마트폰 수리를 맡길 때도 마찬가지야. 웬만한 고장은 수리도 못하고 다 리퍼를 받으라하는데, 고장과 무관한 흠집을 발견해서 수십만 원을 내야 된다고 말해. 한국 고객만 호구인가봐~
차라리 전세계 동일하게 거지 같은 서비스를 받는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
미국은 무상까지도 가능한 고장이 한국에선 거의 새물건 값을 내야된다는 건 너무 차이가 크잖아?
내 케이스를 해결해주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한국 서비스 정책' 자체를 바꾸고 싶은 거라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거 같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당함을 느끼고 함께 싸워준다면... 바위를 계란범벅으로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바위가 노랗게 물들고 나면... 미국과 동등한 수준은 아니어도 엇비슷한 서비스라도 우리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물건도 우리가 더 비싸게 사는데... 서비스가 '비슷'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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