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앱이나 뭐 요즘 이런저런 상황들을 보다가
문득 2012년 쯤?
회사에서 카풀했던 기억이 떠올라 몇자 적어봅니다 ㅎㅎ
그럴듯한 제목과는 달리 별로 재미 없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쓰고보니 너무 기니까 3줄 요약 필요하신 분들은 걍 패쓰~ 하세용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5층 건물에 2,3,4,5층을 쓰는 나름 큰 회사였고,
그 건물의 주차장은 고작 10면 정도였습니다. 가로주차 포함 맥시멈 13대 정도??
이 중 4면이 직원 주차용으로 배정되었고, 매 분기 3개월 단위로 추첨을 통해 주차 가능 차량을 선정하였는데
우대조건은 통근거리가 먼 직원 + 카풀 차량(인원이 많을수록 유리) 이었습니다.
사실 굳이 카풀까지 해가며 거기에 주차할 필요까진 없었는데,
회사에 친한 누나가 먼저 제안을 걸어왔습니다.
편의상 A누나라고 칭하겠습니다.
본인과 근처 직원 2명을 포함하면 저까지 총 4명이니까 같이 카풀로 출근시켜주면 안되겠냐고...
근데 전 다른 직원들은 잘 몰라서 썩 내키진 않았거든요.
편의상 B녀, C녀라고 칭할게요 ㅎ
A누나의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버스는 도심 한복판을 지나가기 때문에 정차도 잦고,
제일 코스가 짧은 버스는 배차 간격이 20분쯤 돼서 자칫하면 지각하기도 쉽고 또 택시비는 많이 나오고 어쩌구 저쩌구
카풀도 공짜로 할수는 없으니 기름값이랑 좀 돌아가는 코스 등의 명목으로 1인당 1회 탑승 1000원씩 책정해서 주겠다 하여
매달 정산해서 받는걸로 정리하고, 결국 회사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득이하게 B녀와 C녀의 연락처도 저장해두었죠. (물어보실까봐 미리 적는데 못생김)
처음엔 별 문제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코스는 병원 앞 교차로에서 B녀와 C녀를 태우고, 다음 교차로 하나를 지나서 A누나를 태우고 회사로 가는건데...
좀 난처했던건 이 코스들이 길도 좁은데 교통량이 많아서 정차하는게 매우 눈치보인다는거요.
따라서 정해진 시간보다 탑승자들이 먼저 나와서 기다렸다가 잽싸게 타고 휙 가야되는데
이 여자들이 점점 늦게 나오네요.
슬슬 2~3분씩 늦습니다.
난 똥줄이 탑니다. 의도치 않게 교통흐름도 은근히 방해되고 주정차 단속 카메라도 있고...
연락하면 그제서야 나가고 있다고... 근데 사실 그렇게라도 나오면 다행입니다.
쉬는날이면 쉬는날이라고 미리 전날에 문자든 카톡이든 남겨놓든가
한참 기다리다가 전화하면 '아 저 오늘 쉬는 날이에요... 그냥 가시면 돼요...' 이 지...라ㄹ
또는 '저 준비가 늦어서 택시타고 갈게요 먼저 가세요' 하면 제가 빡쳐요 안빡쳐요?
회사에선 마주칠일이 없고 대면대면한 여직원들이라 직접 뭐라하지도 못하니
A누나에게 좀 하소연하였으나 그때 뿐
고작 월 3,4만원 들어오는 가외수입과 별 필요도 없는 주차장때문에 내 코스보다 멀리 돌면서 이 스트레스를 받다니
한달 해보고 때려쳤어야 하는데, 또 회사에서 책정한게 3개월 단위라 갑자기 펑할수도 없고 ㅋㅋ
결국 일이 터진건 두번째 달 중간쯤이었습니다.
안나오는 B녀인지 C녀인지를 기다리다가 병원 앞 주정차 단속 카메라에 찍힌거죠 ㅋㅋ
안그래도 항상 그 위치가 아슬아슬했는데, 집으로 날아온 위반통지서를 받아들고 부들부들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날로 난 더이상 카풀 안할테니 알아서들 다니라고 선언하고,
남은 기간 한달동안 혼자 편한 코스로 출근해서 회사 건물에 편하게 주차하고 다음번 주차장 신청을 포기했습니다 ㅋ
과태료는? 그동안 받았던 카풀비로 퉁쳤습니다.
책임을 묻자면 늦게 나온 B녀나 C녀에게 받았어야 맞는거지만
어차피 그 시기에 '여자는 논리적인 말이 통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생겨버려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드느니 걍 내가 잘못 판단한거다, 내가 뒤집어쓰고 끝내자 한거죠.
일종의 수업료인 셈 ㅠㅠ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운전자의 희생에 대한 감사함으로 1000원을 지불하는게 아닌
'나는 정당한 탑승료를 지불하는 탑승객이다'라고 그네들의 인식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뭐 저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지만 A누나 역시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자기가 친한 동생들이라고 데려온 애들 핑계삼아 제일 편하게 출근하였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다보니 자기만이라도 태워달라고 할수도 없고 ㅎㅎ
괜히 미안하게 눈치만 보더라구요. (궁금하실까봐 미리 적어두지만, 그렇다고 한번 준것도 아닙니다.)
이후 이직하고나서 회사 형을 한 두어달 정도 태우고 출근한 적이 있는데
(따로 돈받거나 하진 않았음) 새벽 4시 30분 픽업인데 그 시각에도 단 한번도 늦게 나온적이 없습니다.
이전 여자들과의 카풀 경험이 생각나서 웃기면서 씁쓸하더군요. ㅎㅎ
노잼 경험담은 여기까지...
여자가 예쁘고 안예쁘고를 떠나서 카풀은 하는게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잉
카섹한 썰이 아님 ㅠㅠ
저희 부모님은 부부동반 모임가실 때마다 아버지가 어머니 늦게나온다고 먼저가시고 어머니는 따로 차끌고 가신답니다.
저희 부모님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항상 아버지가 한~참 전에 나가서 시동 켜고 기다리시는...
근데 그건 준비물을 엄마가 다 챙기느라 늦는건데!!
혹시 금속쪽 다니셨나요? ㅋ
그냥 여자가 많은 서비스 직종이었어요.
당시 저도 여자친구도 있었고...
근데 괜히 여자랑 엮여보려고 카풀할수도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게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건 어렵겠더라구요 ㅎㅎ
카풀 타려고 나가는 시간이나 별 차이 없으면
딱 5분! 5분만 빨리 움직이라고!!!!
라고 생각만 열심히 했습니다 ㅋ
못생김과 도덕관념은 반비례관계입니다.
기분좋게 출근하는것도 아닌데 카풀까지 신경쓰는거 웬만한 멘탈론 힘듭니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