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대리기사 억울한 사연을 보니 제 지난날이 생각나 적어 보려 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10년전쯤) 대리기사 했었습니다.
차를 좋아하니 이차 저차 돈벌면서 몰아볼수있다는 나름의 장점이있었죠.
대리기사...
몸이 힘들다고 할순없으나 취객을 상대하는 일이라 상당히 힘든 직업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기억에 나는 에피소드를 적어 볼까 합니다.
* 분당 교수님.
떄는 한창 춥고 눈내리는 겨울.
월릉에서 분당까지 콜을 잡고 약속된장소 주차장으로 가 보니
중년 남자와 젊은여자가 온다.
어라? 근데 여자는 울고있다...
"뭐지?, 혹시......'라며 나름 머리속으로 막장 아침드라마 극본을 쓰고있는나....
차는 크레도스.
지금은 거의 박물관급이지만 당시에도 굉장히 레어급 차량.
차가 출발하니 강남쪽으로 들렸다 가쟎다.
(대리 이용하시는 분들 콜 센터에는 경유 없다고 하고 막상 대리기사에게는 경유 요구하지 마세요 엄청 짜증납니다.)
당시 나는 경험이 얼마없는 어리버리라 OK하고 출발.
손2명은 모두 뒷 자리에 앉았는데 여자는 계속 울고있다.
자기들끼리 짧게 얘기하는 와중 여자에게서 말끝으로 "교수님....."이라는 말이 들린다.
'오호라!' 뭔가 굉장한 떡밥을 건진것 같은 기분에 뇌피셜 시전중...
사이드미러를 보니 눈이 많이 쌓여 잘 보이지 않는다.
열선을 작동시켜 보았으나 묵묵부답.
창문을 열어 원도우 스위치를 누르니 '아!'하는 뒷자리 남자의 외마디 탄식이 나온다...
'그거 창문 고장나서 잘안올라가는데......'
사이드미러를 손으로 닦고 올림 스위치를 눌러보지만 역시나.
정차중 손바닥을 유리에 붙여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9부까지는 올렸지만 더이상은 올라가진 않는다.
나는 그렇게 엄동설한 눈싸대기를 맞으며 성수대교를 건넜다.
여자의 울음은 어느정도 진정됐지만.
여전히 훌쩍훌쩍...
둘의 관계에 대해 짱구를 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남자가 말한다.
''아! 애는 제 조교인데, 일이 미숙해서 혼 좀 냈는데 이러는거라구......"
순진한 나는 믿는다.
어느덧 압구정쯤에 도착하니 여자가 내리고 분당으로 출발.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차(크레도스)는 유학마치고 귀국했을때 할머니가 사주신 차라 낡았음에도
바꾸질 못하겠다라고 한다.
어떻게 하다보니 종교얘기도 나왔는데 그 분은 천주교 신자였고 당시 성당을 다니기 얼마않된 나를 엄청 반가워 해 주셨다.
목족지에 도착하니 고생한다고 하며 잔돈도 않받으시고, 들어가시던중 뒤돌아 오시더니 줄께 있다며 가지말고 여기있으라고 신신당부하고는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올라가신다.
난 뭐 '따듯한 커피나 한잔 주시려나?' 하며 눈사람이 되어가며 기다린다..
(아! 대리기사는 시간이 돈인데...........ㅜㅜ).
한 십분을 기다리니 그분이 손에 뭔가 두툼한걸 가지고 가지고 내려오신다.
수고하고 앞으로 열심히 살라는 말과함께 정체불명의 선물을 내 손에 쥐어주고는 다시 올라가신다.
그 자리에서 풀어보기도 좀 그래서 2~300m 쯤 나와 벤치에서 풀어보니...
성스러운 성모상...
그날 하루 그거 들고 대리뛰었다...
지금은 어디있는지모르겠다.
두서없이 쓴글이라...
몇가지 에피소드가 더 있는데 반응 좋으면 또 올려 보겠습니다.
P.S: 이제 연말도 다가오니 대리 이용많이 하실텐데.
이용 매너 몇가지 알려드리면.
* 대리전화 접수할때 경유 없다고 해 놓고는 막상 현장에서 '가는길이니 이 사람 내려주고 갑시다." 라는 드립은 하지 말아주십시요.
* 요즘에야 하이패스가 보편화 되서 그러지 않겠지만 예전 몇몇 무개념 손들이 유료도로 이용시 통행료는 대리기사가 내야하는거 아니냐 라는 드립 하는 사람이 간혹있었는데 보배님들은 안그러시죠?
* 막잔 짠 하면서 대리기사 부르고 막상 도착하면 곧 나간다 하면서 30분 지체하는 손들도 많습니다.
위에도 써 놓았지만 대리기사는 시간이 돈입니다.
제가 그런 손들만 걸린건지 모르겠지만
'가는길 이라면서' 경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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