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시경이 포함된 건강검진이라 어제 저녁부터 금식하고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밤에 일하다보니 새벽에 한끼먹는게 전부인데 결론은 한끼도 안먹고 갔거니와
어머니가 근처에 사셔서 배고픈걸 핑계로 어머니한테 들려서 점심도 얻어먹고
밥값을 핑계로 용돈도 드리고 오려고 작정하고 갔었죠.
밥먹으러 간다고 미리 연락하면 이것저것 준비하고 번거롭게 해드릴까봐 검진이
끝나고 바로 전화해서 밑에 병원이니 점심이나 달라하고 전화드리고 갔는데
맛나게도 차려주시네요. 사실 울 엄니가 음식을 잘하셔요. 덕분에 저도 요식업쪽에
일하면서 어렸을때 어머니 스킬들을 흉내내기도 했었지만 못따라가죠.
차려주신 점심밥을 맛나게 먹으면서 주머니에서 용돈을 꺼내 손에 쥐어드리는데
어머니가 안받으시려하며 형하고 일하면서 저 쓸 돈도 없을거 뻔히 알고 있는데
무슨 용돈이냐며 오히려 엄마가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잠시 벌이가 좋았던 삼십대때의 기억이 생각났어요.
늘 집에 올때마다 엄마밥이 제일 맛나다고 밥한끼 달라하고 그걸 핑계로 봉투에
담아놓은 용돈 드리면서 이집 밥 잘하네 했었던 일들이 떠올라서
"엄마 좀만 기다려요. 내년에 돈 더 벌어서 좀 더 많이 드릴께."
또 한번 기약없는 거짓말을 해버렸네요.
이게 내시경하기 전에 입에 뿌린 약 때문인지 그동안 잘 못해드린 것 같은
죄송한 맘 때문인지 목에 밥 한숟가락이 턱 막혀버리네요
아무말 없이 물한잔 건네시는 어머니 얼굴을 보고 또 한번 목이 메이더군요.
어머니가 해주신 점심과 어머니 사진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겐 어떤 풍경과 음식사진들보다 울 엄니가 더 예쁘고 엄니의 음식이 제일
맛나고 비싼음식입니다.
그동안 멋진풍경, 멋진차, 멋진음식으로 가득한 저의 핸드폰 사진이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병원진료를 핑계로 자주 괴롭혀(?) 드려야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보내세요^^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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